한적한 절에서 돌보는 고양이에 험한 말한단 얘기에 이재명 지사가 내린 처방

노트펫

입력 2020-12-22 17:11 수정 2020-12-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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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경기도가 포천의 한적한 작은 절 주변에 직접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동물학대는 범죄"라는 현수막까지 설치하고 나섰다.

우연히 흘러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가 7년이 지나 수십 마리까지 불어나버린 절.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거두고, 때로는 어떻게 알았는지 절 앞에 버리고 가는 유기동물까지 보실피다 그렇게 됐다.

어느새 전원마을로 변해가고 있는 마을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절에 찾아와 험한 소리를 하는 주민도 있었고, 어제 보이던 고양이들이 오늘 안보이는 일도 발생했다.

이재명 지사가 이 사연을 듣고 지원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했고, 경기도가 사찰과 고양이 보호를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동물학대 방지는 물론 사람과 동물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그의 의지가 작용했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관음사 주변에 길고양이 급식소 3개소가 설치됐다. 도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포천 관음사 마을 유기동물을 위한 프로젝트 연대’와 협력해 절 주변에 직접 제작해 설치했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길고양이에게 먹이와 물을 공급해 민원을 줄이는 동시에 길고양이를 학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리는 목적도 있다. 때로는 적정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사업의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이런 이유로 도심에 설치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산자락 아래 전원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절 주변에 급식소가 들어선 것이다.

지난달 8일 수의사 봉사단체인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가 관음사를 찾아 올해의 마지막 봉사활동을 펼쳤다. 스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체수가 크게 늘었고, 주변 마을과 마찰이 있으며 외부인에 의한 동물학대 의심 정황도 있다고 보고, 절을 찾았다.

동행취재에 나선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 절 주변에 긴 털을 가진 매력적이고 사람을 잘따르는 터키시 앙고라 한 마리가 출현했다. 유기묘가 분명했던 이 녀석을 혜명 스님이 줄리라는 이름으로 거뒀고, 이것이 시작이었다.

줄리가 새끼들을 낳았고, 마을에서 올라오고, 산에서 내려오는 고양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시내에서 버려진 고양이들을 보고 데려온 적도 있고, 신도가 돌봐달라고 부탁한 길고양이들도 있었다. 절 앞에 버리고 가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여건이 되는 대로 중성화수술을 시키며 개체수를 조절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해서 50마리까지 불어났다. 그나마 중성화수술을 했기에 이 정도로 그친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주민들과의 마찰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설보호소가 흔히 겪는 일이 이곳에서도 벌어졌다. 이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곳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며 전원마을로 탈바꿈했다.

이같은 사연을 들은 이재명 지사는 "버려지고 학대돼도 괜찮은 동물이란 없다.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는 결코 변할 수 없는 경기도의 가치”라며 길고양이 급식소 등, 도 차원에서의 지원방안을 찾을 것을 해당 부서에 주문했다.

이에 급식소가 설치됐고, 동물 학대 방지 홍보와 인식개선을 위해 사찰 주변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에 동물 학대 예방 현수막을 걸고, 동물 학대가 범죄임을 경고하는 스티커도 급식소에 부착했다.

이재명 지사의 "동물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곧 사람에 대한 최고의 복지"라는 동물정책 철학이 이번에도 반영된 셈이다.

이은경 경기도 동물보호과장은 "동물보호는 공동체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며 "도는 앞으로도 성숙한 동물보호 문화 정착을 위해 도민과 함께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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