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암벽은 타지 않지만...' 실내암벽장의 고양이 코치

노트펫

입력 2020-12-14 14:12 수정 2020-12-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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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레인이가 웬일이지. 스트레칭을 다하고 ^^;'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실내 암벽장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고양이 코치가 있다. 이 코치가 암벽을 타는 것은 본 사람은 없지만 누구든 그의 눈빛 앞에서는 주눅이 든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가기 얼마 전. 이 실내 암벽장의 센터장은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다.

실내 암벽장의 마스코트 고양이 레인이가 회원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레인이는 이제 7개월 된 삼색 고양이다.

올봄 비오는 날 한 아파트 단지 아래에서 니아옹, 니아옹하며 한없이 어미를 찾고 있던 녀석을 센터장이 데려왔다. 한참을 기다려 봤으나 어미는 보이지 않고, 하염없이 우는 어린 고양이가 마음을 붙들어 맸더란다.

비오는 날 만난 것에서 '레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집에 데려와 안정을 찾은 뒤 센터장은 실내 암벽장에 데려가면 혹시나 암벽을 탈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 아닌 기대도 했단다.

어린 고양이들은 한동안 그 귀여운 발톱을 박아가면서 사람 바지도 올라타고, 캣타워도 타고 하지 않느냐 말이지. 베테랑 집사들은 이런 점을 알고 집에다 등산을 즐기는 녀석들을 위해 클라이밍 보드를 설치해주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암벽장에 데려온 첫날엔 '깡' 좋게 암벽을 탔다. 하지만, 그 이후로 몇차례 올려도 줘봤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러니 센터장이 회원과 스트레칭을 하는 레인이를 보고 머리를 갸우뚱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레인이는 그 대신 암벽장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 올라가 버렸다.

우다다는 기본이고, 암벽장 비품들을 장난감으로 여기고. 때로는 어느새 다가와 서프라이즈까지. 하악질로 일갈하는 코칭도 빼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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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발에 위치한 '맑음클라임' 클라이밍 짐(@malgum_climb)님의 공유 게시물

그렇게 마스코트가 되고보니 그때부터는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다. 회원들은 레인이를 잊지 않고 간식도 갖다주고, 더 재미있게 놀라고 장난감도 사다 바쳤다.

어떤 회원은 레인이와 놀아주는데 더 정신이 팔려 정작 암벽 타는 시간을 평소보다 짧게 가져가기도 했더란다. '회원님, 아무리 레인이가 이뻐도 그러시면 늘지 않습니다 ^^;'

포토 타임도 빼놓지 않고 암벽장에 온 첫 날 가졌더란다. 레인이 앞에 휴대폰을 꺼내고 몰려든 팬들의 모습이란 마치 제작 발표회에 나선 스타들 부럽지 않은 인기를 가질 것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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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레인이는 지금은 입주과외(?)에 나선 상태다. 낯선 곳일 텐데도 암벽장에서 하던대로 엄한(?) 코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단다.

레인이를 암벽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게 모두의 바람이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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