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살리려 산소마스크 씌워주고, 흉부압박하고..' SNS가 소환한 소방관의 6년 전 추억
노트펫
입력 2020-06-29 16:10 수정 2020-06-29 16:12
[노트펫] SNS가 소환한 한 소방관의 화재 현장 진돗개 구조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하고 있다.
29일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까만 개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까만 개가 아스팔트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고 공기통을 짊어진 소방관과 두 명의 남성이 이 개를 둘러 싸고 있다.
소방관은 보조마스크를 개의 입에 씌워주고 있고, 두 명의 남성이 합세해 다리에서부터 가슴 부위까지 온몸을 주물러 가며 깨어나기 만을 학수고대하는 모습이 담겼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가슴 부위를 치고, 인공호흡을 하고, 다리를 주무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제발 깨어나라'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분 가량의 영상 속에서는 연기가 새어 나오는 공장 앞을 오가는 소방관과 공장 관계자가 보여 보여 화재 현장 임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춘천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연기에 질식한 한 주민의 고양이를 화단에 눕혀 놓고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소방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춘천 소방관의 고양이 구조 모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소방관에게 강아지와 고양이 심폐소생술을 보급시키는 계기가 될 정도로 전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그런데 까만 개를 구조하는 영상은 2014년 4~6월께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에 위치한 철강유통단지 스틸랜드에서 발생했던 공장 화재 당시 모습으로 확인됐다. 최근이 아닌 지금으로부터 무려 6년 전이다.
당시 인근 회사의 한 관계자가 이 모습을 촬영해 SNS에 게시했는데 이것이 최근 다시 SNS 상에서 부활했다. 추억으로 소환된 것으로 보인다.
노트펫이 영상 속 소방관을 수소문해 직접 통화해 봤다. 현재 경기도 광명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는 이 소방관은 당시 후착대로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화재가 난 공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연기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개는 공장 가운데에서 발견됐다. 불이 났을 당시 공장 안에 있던 기계에 목줄이 묶인 상태여서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질식해 있었다.
얼결에 목줄을 풀고 밖으로 데려와 뉘여놓고 보니 호피무늬를 가진 진돗개 즉, 호구였다. 털이 군데군데 그을렸고, 기도에도 화상을 입은 채였다. 특히나 연기를 너무 마신 탓인지 이미 몸은 빳빳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2014년 당시 반려가족이 크게 늘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개를 구조했다는 이야기는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소생술을 할까말까 망설였다는데 이 모습을 본 현장 지휘단장이 흔쾌히 계속하라고 허락하면서 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
소생술은 무려 10분 가까이 진행됐다. 소방관이 보조마스크를 강아지의 씌우고 몸을 주무르는 동안, 공장 관계자 2명이 함께했다. 특히 이들은 가슴을 치고, 흉부압박을 하며,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정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탰단다.
이 소방관은 "공장 관계자 두 분께서 함께 나서주시면서 구조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덕분에 이 녀석의 호흡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일주일 뒤 진돗개가 궁금했던 이 소방관은 다시 현장을 찾아가봤단다. 병원치료를 받은 진돗개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은 물론 진돗개로부터 격한 환영까지 받았단다.
이 소방관은 "과거의 영상을 다시금 보게 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정신이 없는 현장 상황에서도 진돗개 구조를 허락해주신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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