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게 산책의 의미
노트펫
입력 2020-06-01 09:11 수정 2020-06-01 09:11
[노트펫] 늑대의 체중은 평균 40~50kg에 불과하다. 체중만 놓고 비교하면 알래스칸 말라뮤트, 아키타 같은 대형견들과 비슷하다. 초대형견이라고 할 수 있는 도사견, 그레이트 데인, 세인트 버나드보다도 늑대는 체구가 작다. 이런 신체적 한계를 가진 늑대는 자신의 5배 이상 크기인 호랑이, 그리즐리 같은 무시무시한 포식자의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무리를 지으면 늑대는 전혀 다른 동물이 된다. 늑대 무리는 그 어떤 포식자들도 경계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늑대 무리는 먹이 피라미드에서 제일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늑대 무리는 많은 양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무리의 허기진 배를 충분히 채우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 장소가 필요하다. 좋은 사냥터를 확보하는 것은 늑대 무리에게는 죽느냐 사느냐를 경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사냥터에는 다른 포식자들이 얼씬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냥터는 저절로 얻을 수 없다. 상당한 노력을 기율여야 가능하다. 무리는 다른 포식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같이 정기적으로 영역을 순찰한다. 그리고 무리의 흔적을 남긴다. 주로 소변을 통해 남겨지는 흔적들은 그곳이 특정 무리의 사냥터임을 알려준다.
개들이 산책을 좋아하는 것은 사냥터를 관리하는 늑대의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치 일벌 같이 부지런한 본성을 가진 개는 산책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개는 주인과 함께 하는 동네 산책이 늑대 무리가 생존을 위해 영역을 순찰하는 숭고한 행위와 같다고 생각한다.
개는 산책 중에 수시로 다리를 들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사람의 눈에는 지저분한 행동이다. 노상방뇨를 하지 않는 신사의 행동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나름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개들에게 남기는 경고장 혹은 알림장과 같기 때문이다. “여기는 우리 무리의 땅”이라는 뜻이다. 무리에 대한 개의 생각은 기발하다. 개에게 자신의 무리는 생물학적으로 개(犬)인 자신과 생물학적으로는 사람인 주인 가족들이다. 지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종(種)을 초월한 무리 구성이다.
개들은 손님이 집에 오면 짖는다. 이는 자신이 속한 무리의 영역인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짖는 것이다. 개의 짖는 소리는 소님과 주인에게 각각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손님에게는 무리의 영역인 집에서 당장 나가라는 뜻을, 주인에게는 손님을 집 밖으로 내보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들은 자신의 주인과 산책을 하지 않는다. 산책에 대한 개와 고양이의 차이는 야생 고양이의 습성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야생의 고양이들은 개와는 달리 단독생활을 한다. 그러니 무리가 정기적으로 영역을 산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생 고양이들은 평상시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먹이 활동을 할 때만 움직인다. 불필요한 신체활동을 통해 소중한 칼로리를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자가 하루 평균 20시간 정도 자거나 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양이의 본능에는 파트너와 함께 수십 분 산책하며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한 곳이 있으면 그곳에 자신의 체취나 소변을 남기는 게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러니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간절히 원하는 고양이와의 산책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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