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수의사가 그만둔 이유..반려견 구했더니 진료비 비싸다고 욕설에 멱살잡이

노트펫

입력 2020-05-27 15:11 수정 2020-05-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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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오스트레일리아 수의사가 닭을 통째로 삼킨 반려견을 구했다가 보호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고, 수의사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지 베일 수의사는 이날 오후 8시30분 오스트레일리아 SBS 방송이 주관한 인사이트 포럼
에서 수의사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토론하면서, 26살이었을 때 24시간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폭행 사건을 털어놨다.

당시 2년 경력의 수의사였던 그녀는 “토요일 밤 11시경 술을 마신 것 같은 보호자의 전화를 받았다”며 “그의 말티즈 테리어 반려견이 바비큐 치킨 한 마리를 통째로 삼켰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보호자의 발음이 분명치 못해서, 그가 술에 취했다고 짐작했다. 그래서 주저됐지만, 호흡 곤란을 겪는 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의사는 반려견 환자를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개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수의사가 수술비 청구서를 보호자에게 건네자 문제가 시작됐다. 그녀는 “그가 엄청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더니, 내가 돈에 혈안이 됐다고 비난했다”며 “만약 내가 정말 동물을 걱정했다면, 무료로 수술했을 것이라고 매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더 공격적이 된 그는 수의사의 셔츠를 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수의사는 수술비 187달러(24만원)를 다른 날 해결해도 된다며 그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결국 그 보호자는 수술비를 내지 않았다.

이 수의사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수술비를 기억하는 까닭은 “마음에 든 구두 한 켤레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치료비 분쟁, 저임금, 압박감, 지나친 근무시간 때문에 그녀는 결국 소동물 수의사를 그만두고, 현재 낙타 전문 수의사로 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동료 3명이 동물병원 경영 압박과 직업적 정서 긴장 탓에 자살했다”며 “사람들은 항상 반려동물의 목숨을 구한 후 치료비를 두고 수의사의 직업윤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수의사를 마모시킨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수의사협회(AVA)는 국민 평균 자살률보다 수의사 자살률이 4배 더 높다고 지적했다. 12주마다 수의사 1명씩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호소했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싼 이유는 수의학 의료장비, 의료기기, 약 등이 사람과 같은 기준으로 만들어진 데다, 수의학에서 의료보험제도가 없어서 보조금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수의사들은 보호자들에게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소비자보호단체 초이스(CHOICE)는 반려동물 보험사간 경쟁 결여로 반려동물 보험에 대해 최근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치료비를 보조할 수단은 반려동물 보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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