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 위치 10분마다 갱신… 기상청, 빅테크 뛰어넘는 AI 모델 개발
서귀포=박성진 기자
입력 2024-12-17 03:00 수정 2024-12-17 18:22
서귀포 ‘알파웨더’ 실증 작업 현장
40초 만에 날씨 시나리오 생성… 이르면 내년 여름부터 앱 서비스
초단기 강수 예측 성능 뛰어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서 협업 요청
전산 자원-AI 전문인력 등 부족… “경제안보 위한 기상주권 확보를”
기후변화로 전 세계에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처 예측하지 못한 폭우, 폭염, 한파 등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수학적 계산을 활용한 기존의 수치 예보모델과 슈퍼컴퓨터로는 더 이상 기상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날씨 예측의 한계를 극복할 ‘게임 체인저’로 꼽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한국 기상청도 AI 예보모델 ‘알파웨더’를 개발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알파웨더는 슈퍼컴퓨터가 3시간에 걸쳐 계산하는 날씨 예상 시나리오를 40여 초 만에 만드는 성과를 냈다”며 “이르면 내년 여름부터 AI 예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 AI 기상 예보 시대가 온다
지난달 20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선 알파웨더 활용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기상청은 기상·기후 분야의 챗GPT라고 불리는 알파웨더를 2019년부터 개발해 왔다.
알파웨더의 목표는 6시간 이내 강수에 대한 초단기 예보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6시간을 꼽는다. 이 때문에 6시간 내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가 예보모델의 성능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알파웨더는 현재 6시간 내 예측을 10분 단위로 제공할 수 있다. 당장 10분 후 비구름대가 어디를 지나는지부터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내년 여름부터 예보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공개 범위는 검색 시점 기준으로 2시간 후까지다. 누구나 기상청 홈페이지나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면 비구름대가 2시간 후 어디를 지날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파웨더는 기상청이 보유한 2014∼2023년 한반도 레이더·위성·지상관측 데이터 등을 학습해 변수 간 연관성을 파악한 후 미래 기상을 추론한다. 최근에는 실전 투입을 앞두고 알파웨더가 예측한 날씨와 실제 날씨를 비교하며 정확도를 가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사례별로 다르지만 대략 90%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웨더는 전 세계에서 관측 데이터만을 활용해 개발된 첫 초단기 AI 예보모델이다. 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알파웨더의 성능을 인정해 먼저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 기상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도 한국 측에 조언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빅테크 넘어 ‘AI 기상 주권’ 확보
AI를 활용한 기상 예보 분야는 지금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다양한 예보모델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예보모델은 전 세계 기상 당국이 수십 년 동안 공개해 온 오픈소스 정보를 학습하며 빠르게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AI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기상 예측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포캐스트넷(FourCastNet)이란 자체 데이터 기반 기상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어스2’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기반 기상 예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포캐스트넷은 열흘 예보를 단 2초 만에 해낼 수 있다.
중국 화웨이는 판구웨더(Pangu-Weather)를 지난해 공개했다. 판구웨더는 기존 수치 해석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구글 딥마인드는 그래프캐스트(Graphcast),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이맥스(ClimaX)라는 예보모델을 개발하며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알파웨더는 초단기 예보 영역에서 빅테크의 예보모델을 앞서고 있다. 이 과장은 “구글과 중국 칭화대도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 모델 성능이 뒤지지 않으며 더 나은 경우도 많다”며 “WMO도 알파웨더를 높이 평가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함께 상호 검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남은 과제도 있다. 챗GPT가 답변을 내놓는 과정을 개발자가 알 수 없는 것처럼, AI가 예보를 만드는 과정 역시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이를 ‘블랙박스 현상’이라고 한다. 전문가 사이에선 AI 예측이 틀렸을 때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보니 AI 예보를 믿어도 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과학원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가 내놓은 예보 결과를 유형별로 분류해 신뢰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또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도 준비 중이다. 이 과장은 “빅테크들이 언제 자체 생산한 기상 데이터를 비공개로 전환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AI 전문 인력 수급 등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AI 기상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40초 만에 날씨 시나리오 생성… 이르면 내년 여름부터 앱 서비스
초단기 강수 예측 성능 뛰어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서 협업 요청
전산 자원-AI 전문인력 등 부족… “경제안보 위한 기상주권 확보를”
지난달 20일 기상청 관계자가 알파웨더의 초단기 강수 예측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후변화로 전 세계에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처 예측하지 못한 폭우, 폭염, 한파 등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수학적 계산을 활용한 기존의 수치 예보모델과 슈퍼컴퓨터로는 더 이상 기상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날씨 예측의 한계를 극복할 ‘게임 체인저’로 꼽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한국 기상청도 AI 예보모델 ‘알파웨더’를 개발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알파웨더는 슈퍼컴퓨터가 3시간에 걸쳐 계산하는 날씨 예상 시나리오를 40여 초 만에 만드는 성과를 냈다”며 “이르면 내년 여름부터 AI 예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 AI 기상 예보 시대가 온다
지난달 20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선 알파웨더 활용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기상청은 기상·기후 분야의 챗GPT라고 불리는 알파웨더를 2019년부터 개발해 왔다.
알파웨더의 목표는 6시간 이내 강수에 대한 초단기 예보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6시간을 꼽는다. 이 때문에 6시간 내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가 예보모델의 성능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알파웨더는 현재 6시간 내 예측을 10분 단위로 제공할 수 있다. 당장 10분 후 비구름대가 어디를 지나는지부터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내년 여름부터 예보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공개 범위는 검색 시점 기준으로 2시간 후까지다. 누구나 기상청 홈페이지나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면 비구름대가 2시간 후 어디를 지날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파웨더는 기상청이 보유한 2014∼2023년 한반도 레이더·위성·지상관측 데이터 등을 학습해 변수 간 연관성을 파악한 후 미래 기상을 추론한다. 최근에는 실전 투입을 앞두고 알파웨더가 예측한 날씨와 실제 날씨를 비교하며 정확도를 가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사례별로 다르지만 대략 90%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웨더는 전 세계에서 관측 데이터만을 활용해 개발된 첫 초단기 AI 예보모델이다. 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알파웨더의 성능을 인정해 먼저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 기상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도 한국 측에 조언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빅테크 넘어 ‘AI 기상 주권’ 확보
AI를 활용한 기상 예보 분야는 지금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다양한 예보모델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예보모델은 전 세계 기상 당국이 수십 년 동안 공개해 온 오픈소스 정보를 학습하며 빠르게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AI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기상 예측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포캐스트넷(FourCastNet)이란 자체 데이터 기반 기상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어스2’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기반 기상 예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포캐스트넷은 열흘 예보를 단 2초 만에 해낼 수 있다.
중국 화웨이는 판구웨더(Pangu-Weather)를 지난해 공개했다. 판구웨더는 기존 수치 해석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구글 딥마인드는 그래프캐스트(Graphcast),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이맥스(ClimaX)라는 예보모델을 개발하며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가 올 1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미국 기상학회에 참석해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와 인공지능(AI) 예보모델 검증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기상청 제공
2019년 알파웨더 구상 단계부터 개발을 주도한 이혜숙 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 것과 달리 알파웨더는 악전고투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알파웨더 연구는 GPU 없이 중앙처리장치(CPU)만으로 시작했으며 지금도 서버 2대에 GPU 16장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8장은 백업용이다. 기상과학원 관계자는 “GPU가 부족해 광주에 있는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이 보유한 GPU를 빌려 어렵게 모델을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했다.그럼에도 알파웨더는 초단기 예보 영역에서 빅테크의 예보모델을 앞서고 있다. 이 과장은 “구글과 중국 칭화대도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 모델 성능이 뒤지지 않으며 더 나은 경우도 많다”며 “WMO도 알파웨더를 높이 평가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함께 상호 검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남은 과제도 있다. 챗GPT가 답변을 내놓는 과정을 개발자가 알 수 없는 것처럼, AI가 예보를 만드는 과정 역시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이를 ‘블랙박스 현상’이라고 한다. 전문가 사이에선 AI 예측이 틀렸을 때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보니 AI 예보를 믿어도 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과학원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가 내놓은 예보 결과를 유형별로 분류해 신뢰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또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도 준비 중이다. 이 과장은 “빅테크들이 언제 자체 생산한 기상 데이터를 비공개로 전환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AI 전문 인력 수급 등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AI 기상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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