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800만장 팔린 오공 때문에 한국게임 위기? 배틀그라운드는 7500만장 팔았는데?
동아닷컴
입력 2024-09-24 16:29 수정 2024-09-24 16:39
최근 중국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가 선보인 콘솔 신작 ‘검은 신화 오공’이 약 2주만에 글로벌 판매량 1800만장을 돌파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의 위기를 말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개발사가 과감한 도전을 이어간 덕분에 ‘검은 신화 오공’, 그리고 ‘원신’ 같은 글로벌 성공작을 내면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한국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늪에 빠져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었던 중국에 뒤처지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전문가들은 ‘참담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빠져 있든 한국 게임사들을 비판했으며, 특정 게임사들을 언급하면서, 고인물이 된 현재 국내 개발자들과 경영자들이 물러나고 세대교체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사들의 문제점은 이미 업계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인 만큼,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한국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에 빠져 있는 동안 한 수 아래로 보고 있던 중국에게 추월 당했다는 주장은 오류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지적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이번 한국 게임 위기설의 직접적인 근거로 언급되고 있는 중국 게임사이언스의 ‘검은신화 오공’이 단 2주만에 1800만장 판매고를 올린 것은 분명 대단한 기록이긴 하다. 다만, 한국 대형 게임사들도 못하는 것을 중국의 무명 개발사가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중국을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 출신의 유명 개발자들이 1천억 이상의 투자금을 끌어와서 만든 대형 게임이라서 성공한 것이다.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에서는 시도하기도 힘든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또한, 중국에서 이런 게임이 나올 동안 한국 게임사들은 확률형 뽑기 게임만 만들어서 한국 게임 위기가 왔으며, 콘솔 도전이 늦어서 경쟁할만한 신작도 없다는 지적도 이상하다. 1800만장 팔린 ‘검은 신화 오공’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지금까지 75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배틀그라운드’는 왜 머리 속에서 지웠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 게임사들의 콘솔 도전이 늦어져서 중국 게임사에게 뒤처지게 됐다는 말은 더 황당하게 느껴진다. 중국이 한국 게임 수입에만 의존하던 시절인 지난 2004년에 출시돼 XBOX 최고 게임으로 꼽혔던 ‘킹덤 언더 파이어 더 크루세이더’도 있고, 일본 콘솔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져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과 ‘마그나카르타2’도 있다.
더 최근작으로 봐도 PS4 시절 최고의 리듬 게임으로 꼽힌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도 있고, 2022년 게임스컴 3관왕에 오른 뒤 지난해 게임대상을 수상한 P의 거짓,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 그리고 올해 초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도 있다. 인디 분야까지 넓히면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단기간에 ‘검은신화 오공’만큼 충격적인 성과를 거둔 게임은 없지만, 콘솔 게임 불모지라고 불리던 한국에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자랑스러운 게임들이다. 모바일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더 주목을 받았을 뿐, 콘솔 시장 도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급성장한 중국 게임에 위기를 느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게임의 뛰어난 점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한국 게임사들이 성과를 거둔 부분을 무시하면서까지 중국 게임을 띄우려는 의도가 궁금해진다.
확률형 아이템이 한국 게임의 위기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중국 게임사들의 성공 사례로 들고 있는 원신 역시 확률형 뽑기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게임이다. ‘원신’이 글로벌 서브컬쳐 시장을 공략해 기념비적인 성과를 낸 것은 맞지만,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서브컬쳐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당당히 도전장을 던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검은사막’은 MMORPG 장르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한국에서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이 확률형 뽑기 중심의 MMORPG만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뒤쳐졌다는 것은, 이들의 노력까지 전부 무시하는 발언이다.
이번 ‘검은 신화 오공’이 단기간에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인 것 때문에, 중국 게임 산업의 급성장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추월한 것은 훨씬 이전 일이다.
이전에는 한국 게임을 수입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동안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고, 중국 정부도 판호로 외산 게임을 막아주면서 자체 게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덕분이다.
전통의 강자 텐센트와 넷이즈, 서브컬쳐 대표 회사로 자리잡은 호요버스 등 많은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에서 한국 게임사보다 한 체급 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이 중국보다 뒤쳐진 것은 콘솔 게임 도전이 늦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수 시장 크기 차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힘든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개발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면서 게임을 개발 중이다. 진정한 게임업계 전문가라면 게임업계가 그동안 잘못하고 있었던 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얘기해야지, 남들과 비교하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런 지원도 못받은 아이에게 “옆에 사는 부잣집 애는 서울대 갔던데, 넌 왜 못가냐”라고 묻는 것과 뭐가 다른가!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rain@gameodnga.co.kr
중국 개발사가 과감한 도전을 이어간 덕분에 ‘검은 신화 오공’, 그리고 ‘원신’ 같은 글로벌 성공작을 내면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한국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늪에 빠져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었던 중국에 뒤처지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검은신화: 오공(자료 출처-게임동아)
특히, 몇몇 전문가들은 ‘참담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빠져 있든 한국 게임사들을 비판했으며, 특정 게임사들을 언급하면서, 고인물이 된 현재 국내 개발자들과 경영자들이 물러나고 세대교체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사들의 문제점은 이미 업계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인 만큼,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한국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에 빠져 있는 동안 한 수 아래로 보고 있던 중국에게 추월 당했다는 주장은 오류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지적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이번 한국 게임 위기설의 직접적인 근거로 언급되고 있는 중국 게임사이언스의 ‘검은신화 오공’이 단 2주만에 1800만장 판매고를 올린 것은 분명 대단한 기록이긴 하다. 다만, 한국 대형 게임사들도 못하는 것을 중국의 무명 개발사가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중국을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 출신의 유명 개발자들이 1천억 이상의 투자금을 끌어와서 만든 대형 게임이라서 성공한 것이다.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에서는 시도하기도 힘든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또한, 중국에서 이런 게임이 나올 동안 한국 게임사들은 확률형 뽑기 게임만 만들어서 한국 게임 위기가 왔으며, 콘솔 도전이 늦어서 경쟁할만한 신작도 없다는 지적도 이상하다. 1800만장 팔린 ‘검은 신화 오공’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지금까지 75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배틀그라운드’는 왜 머리 속에서 지웠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 게임사들의 콘솔 도전이 늦어져서 중국 게임사에게 뒤처지게 됐다는 말은 더 황당하게 느껴진다. 중국이 한국 게임 수입에만 의존하던 시절인 지난 2004년에 출시돼 XBOX 최고 게임으로 꼽혔던 ‘킹덤 언더 파이어 더 크루세이더’도 있고, 일본 콘솔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져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과 ‘마그나카르타2’도 있다.
더 최근작으로 봐도 PS4 시절 최고의 리듬 게임으로 꼽힌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도 있고, 2022년 게임스컴 3관왕에 오른 뒤 지난해 게임대상을 수상한 P의 거짓,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 그리고 올해 초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도 있다. 인디 분야까지 넓히면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단기간에 ‘검은신화 오공’만큼 충격적인 성과를 거둔 게임은 없지만, 콘솔 게임 불모지라고 불리던 한국에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자랑스러운 게임들이다. 모바일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더 주목을 받았을 뿐, 콘솔 시장 도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급성장한 중국 게임에 위기를 느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게임의 뛰어난 점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한국 게임사들이 성과를 거둔 부분을 무시하면서까지 중국 게임을 띄우려는 의도가 궁금해진다.
배틀그라운드(자료 출처-게임동아)
확률형 아이템이 한국 게임의 위기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중국 게임사들의 성공 사례로 들고 있는 원신 역시 확률형 뽑기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게임이다. ‘원신’이 글로벌 서브컬쳐 시장을 공략해 기념비적인 성과를 낸 것은 맞지만,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서브컬쳐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당당히 도전장을 던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검은사막’은 MMORPG 장르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한국에서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이 확률형 뽑기 중심의 MMORPG만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뒤쳐졌다는 것은, 이들의 노력까지 전부 무시하는 발언이다.
이번 ‘검은 신화 오공’이 단기간에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인 것 때문에, 중국 게임 산업의 급성장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추월한 것은 훨씬 이전 일이다.
이전에는 한국 게임을 수입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동안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고, 중국 정부도 판호로 외산 게임을 막아주면서 자체 게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덕분이다.
전통의 강자 텐센트와 넷이즈, 서브컬쳐 대표 회사로 자리잡은 호요버스 등 많은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에서 한국 게임사보다 한 체급 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이 중국보다 뒤쳐진 것은 콘솔 게임 도전이 늦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수 시장 크기 차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힘든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개발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면서 게임을 개발 중이다. 진정한 게임업계 전문가라면 게임업계가 그동안 잘못하고 있었던 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얘기해야지, 남들과 비교하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런 지원도 못받은 아이에게 “옆에 사는 부잣집 애는 서울대 갔던데, 넌 왜 못가냐”라고 묻는 것과 뭐가 다른가!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rain@gameod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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