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사회악?”…세계 각국서 입법 시도하는 ‘청소년 SNS 금지령’

뉴시스(신문)

입력 2024-09-17 16:29 수정 2024-09-17 16:3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호주 정부, 연내 SNS 연령 제한법 도입…도입 시 세계 최초
한국·프랑스·이탈리아 등도 SNS 이용 제한 등 규제 움직임
게임 셧다운제 실패 등 규제 실효성과 인권 침해 우려 나와


ⓒ뉴시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모(51)씨는 최근 딸 박모(15)양과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놓고 크게 다퉜다. 박양의 할머니 등이 추석을 맞아 집을 찾았는데도 대화에 끼지도 않고 방에 혼자 들어가 스마트폰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스마트폰을 달고 살았을 때는 별말 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도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 이씨가 딸의 스마트폰을 뺏었다.

딸이 스마트폰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때문이었다. 숏폼(1분 이하 길이의 짧은 영상 콘텐츠) 영상 등 앱에 딸이 재밌을 만한 콘텐츠가 계속 올라와 딸이 스마트폰을 놓을 시간이 없던 것이다. 안 그래도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다는 소식에 불안했던 이씨는 차라리 국가가 청소년 SNS 사용을 규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가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정적·폭력적인 콘텐츠가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면서 정신건강 예방 차원에서 이들의 SNS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SNS 사용 규제가 청소년들의 미디어 선택권 침해로 이어지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SNS로 모인 호주 소년들의 교회 습격…세계 최초 청소년 SNS 규제 신호탄 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연내 SNS 연령 제한법 도입을 위해 앞으로 몇 달 안에 시범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SNS 사용이 가능한 최소 연령에 대해 14~16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야당도 SNS 연령 제한 방침을 지지하는 만큼 관련 법 통과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주에서 이러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된 건 청소년 폭력·혐오 사건 원인 중 하나로 SNS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호주 시드니 한 교회에서 16세 소년이 주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호주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 소년은 극단주의 단체에 속해 있었는데 이 단체가 SNS를 통해 활동하며 세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15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 동의 없이 SNS를 이용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통과된 이 법에 따르면 정부는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소셜 플랫폼 운영 기업에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온라인 청원이 화제다.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각계 저명인사들이 SNS 연령 제한 온라인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차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안사통신은 영화감독 파올라 코르텔레시, 배우 알바 로르와처, 스테파노 아코르시과 함께 교육, 문화, 예술, 심리학 등 주요 인사가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SNS 사용 제한까지는 아니지만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SNS에 부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42개주 법무장관은 지난 10일 경고문 부착 의무화를 담은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韓서도 ‘SNS 셧다운제’ 입법…학계 “SNS 사용시간 제한, 중독 예방 효과 없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 등을 담은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4세 이상인 청소년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에서 입법 논의가 불거진 건 청소년 SNS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됐다. 특히 숏폼 이용자 23%는 ‘숏폼 시청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는데, 청소년은 이 비율이 37%로 더 높았다.

SNS 규제 도입 소식이 잇달아 나오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학부모는 일별 이용 한도를 떠나 사용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박모(42)씨는 “SNS에 집중하느라 손에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저번에 욕설이 난무했던 인터넷방송 릴스를 보고 있길래 휴대전화를 뺏었다”며 “부모가 수시로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선정적인 영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으로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과거 게임 셧다운제를 비교하며 SNS 사용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청소년이 부모 명의의 계정으로 게임을 하거나 가상사설망(VPN) 등을 활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왔고 청소년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도입 10년 만인 지난 2022년 1월에 폐지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비유하며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규제라고 지적했다. 또 스마트폰 중독 치료 방법 중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학계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해 SNS 규제 실효성도 없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SNS 이용에 따른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단호한 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SNS를 이용해 정보를 얻는 등 다양한 장점도 있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예방 목적으로 SNS 이용을 일부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