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 앱으로 치료 도와”… 환자 스스로 재활운동 제대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허진석 기자
입력 2024-04-27 01:40 수정 2024-04-27 01:40
근골격계 디지털 치료 기기 시장 개척 ‘에버엑스’
중요한 재활운동 지속 안 돼 문제
정형외과 의사로 진료하다 창업
“병원 오가는 시간-비용 줄이고, 맞는 동작 하는지 모니터링 혁신”
근육을 만들어 주는 약이 있다면 재활 운동은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약은 아직 없다. 만드는 시도는 있지만 성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근육을 만들어 신체적 기능을 정상화하는 재활 운동은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치료법인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에버엑스’는 환자 스스로 재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치료 기기를 만든다.
정형외과 의사가 만든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윤찬 대표(40)는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디지털 치료 기기 완성을 위해 지금은 개발에만 전념 중이다.
19일 에버엑스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재활 운동은 수술 후에는 수술 효과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러 만성 통증 관리에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재활 운동에 들여야 하는 시간, 경제적 비용 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필요성은 뻔히 보이는데 해결책이 안 보여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재활 운동의 중요성
윤 대표는 재활 운동의 중요성을 환자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어깨관절에 통증과 운동 제한이 나타나는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환자를 예로 들었다. 윤 대표는 “오십견 환자의 약물치료는 약물로 병을 직접 낫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 본인이 운동하기 편하도록 돕는 과정일 뿐이다”라고 했다. 약물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된 상태에서 환자가 운동을 제대로 해야 뼈와 힘줄, 근육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기능이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후에는 재활 운동이 필요하다. 윤 대표는 “수술이 반이고, 재활 운동이 또 다른 반이다. 재활 운동을 해야 수술로 생긴 근육 주변 상처들이 제대로 아물고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수술만 받고 재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완치는 힘들다”고 했다.
에버엑스는 디지털 앱을 통해 환자 스스로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앱은 동작 분선을 통해 재활 과정 중의 경과 호전을 파악한다.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운동 프로그램(라이브러리)을 구축해 디지털 치료 기기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가고 있다.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법 구축
에버엑스는 모라의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질환과 기능에 특화된 4가지 대표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모라 엑스(MORA Ex)는 3000여 개 재활 운동 과정이 담긴 비대면 재활 운동 솔루션이다. 의료진이 웹으로 환자에게 맞춤형 재활 운동을 배정하면 환자는 모라 앱을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간편하게 재활 운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가 수행한 재활 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 수행과 치료 경과를 추적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한양대 구리병원을 비롯한 주요 상급종합병원 등 60여 개 의료기관에서 의료진 200여 명이 사용 중이다. 환자 수행률(치료 순응도) 약 70%, 통증 개선율 81%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버엑스 리햅(EverEx Rehab)’이라는 브랜드로 론칭해 작년 7월 재활 운동 및 원격 모니터링 목적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미 뉴저지주 물리치료센터 등에서 시범 사용 및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모라 큐어(MORA Cure)는 재활 운동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가 병합된 새로운 형태의 다학제적 디지털 치료기기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 만성요통 같은 만성 통증에는 심리 치료를 돕는 인지 행동 치료가 필요하지만 정형외과를 찾은 환자가 심리 치료를 위해 다시 정신과까지 찾기 힘든 점을 감안해 앱으로 만들었다. 에버엑스는 모라 큐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은 현재 탐색 임상이 종료된 상황으로 지난달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승인(IDE)을 받아 확증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성 요통 치료도 확증 임상을 준비 중이다.
모라 뷰(MORA Vu)는 에버엑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자세 추정 모델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동작 분석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50만 건의 근골격계 운동 동작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해 근골격계 동작 분석의 정밀함을 높였다. 모라 뷰는 기존 아날로그 측정 기계와 비교하면 검진 공간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이다. 올 2월 국내 근골격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서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골격계 분석 소프트웨어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모라 케어(MORA Care)는 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에버엑스 재활전문가와 함께 근골격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이다. 일자목, 요통 같이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근골격계 증상에 적합한 재활 운동을 제공해 준다.
●의료와 IT 전문가들 모아 사업화
에버엑스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윤 대표는 “미국 근골격계 질환 시장 규모는 6000억 달러에 달하고 글로벌 근골격계 환자 수는 18억 명이나 된다”고 했다. 어느 나라나 환자는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어하고, 의사는 병원 밖 재활 운동 결과를 모니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수요를 노리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의사 자격을 갖추고 창업한 것에 대해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다년간 겪어 본 의사가 아니면 디지털 치료제에 어떤 과정을 넣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세세한 노하우를 프로그램에 담기 힘들다”며 “창업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더 많은 의사들이 창업해 더 싸고 편리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중요한 재활운동 지속 안 돼 문제
정형외과 의사로 진료하다 창업
“병원 오가는 시간-비용 줄이고, 맞는 동작 하는지 모니터링 혁신”
윤찬 에버엑스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성통증 환자의 치료를 돕는 자사 기술 및 브랜드 ‘모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근육을 만들어 주는 약이 있다면 재활 운동은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약은 아직 없다. 만드는 시도는 있지만 성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근육을 만들어 신체적 기능을 정상화하는 재활 운동은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치료법인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에버엑스’는 환자 스스로 재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치료 기기를 만든다.
정형외과 의사가 만든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윤찬 대표(40)는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디지털 치료 기기 완성을 위해 지금은 개발에만 전념 중이다.
19일 에버엑스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재활 운동은 수술 후에는 수술 효과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러 만성 통증 관리에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재활 운동에 들여야 하는 시간, 경제적 비용 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필요성은 뻔히 보이는데 해결책이 안 보여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재활 운동의 중요성
윤 대표는 재활 운동의 중요성을 환자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어깨관절에 통증과 운동 제한이 나타나는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환자를 예로 들었다. 윤 대표는 “오십견 환자의 약물치료는 약물로 병을 직접 낫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 본인이 운동하기 편하도록 돕는 과정일 뿐이다”라고 했다. 약물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된 상태에서 환자가 운동을 제대로 해야 뼈와 힘줄, 근육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기능이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후에는 재활 운동이 필요하다. 윤 대표는 “수술이 반이고, 재활 운동이 또 다른 반이다. 재활 운동을 해야 수술로 생긴 근육 주변 상처들이 제대로 아물고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수술만 받고 재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완치는 힘들다”고 했다.
에버엑스는 디지털 앱을 통해 환자 스스로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앱은 동작 분선을 통해 재활 과정 중의 경과 호전을 파악한다.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운동 프로그램(라이브러리)을 구축해 디지털 치료 기기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가고 있다.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법 구축
에버엑스 자세 추정 인공지능(AI) 앱 모라 뷰가 기자의 한 발 스쾃 동작을 분석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에버엑스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을 모아 의학적 근거와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특화 재활 운동 치료 브랜드 ‘모라(MORA)’를 만들었다. 모라는 3000여 개의 재활 운동 라이브러리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자세 추정(pose estimation) 기술로 객관적인 근골격계 평가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환자 움직임을 다각도로 정밀 분석해 의료진이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증상의 경과를 추적할 수도 있다.에버엑스는 모라의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질환과 기능에 특화된 4가지 대표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모라 엑스(MORA Ex)는 3000여 개 재활 운동 과정이 담긴 비대면 재활 운동 솔루션이다. 의료진이 웹으로 환자에게 맞춤형 재활 운동을 배정하면 환자는 모라 앱을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간편하게 재활 운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가 수행한 재활 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 수행과 치료 경과를 추적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한양대 구리병원을 비롯한 주요 상급종합병원 등 60여 개 의료기관에서 의료진 200여 명이 사용 중이다. 환자 수행률(치료 순응도) 약 70%, 통증 개선율 81%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버엑스 리햅(EverEx Rehab)’이라는 브랜드로 론칭해 작년 7월 재활 운동 및 원격 모니터링 목적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미 뉴저지주 물리치료센터 등에서 시범 사용 및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모라 큐어(MORA Cure)는 재활 운동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가 병합된 새로운 형태의 다학제적 디지털 치료기기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 만성요통 같은 만성 통증에는 심리 치료를 돕는 인지 행동 치료가 필요하지만 정형외과를 찾은 환자가 심리 치료를 위해 다시 정신과까지 찾기 힘든 점을 감안해 앱으로 만들었다. 에버엑스는 모라 큐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은 현재 탐색 임상이 종료된 상황으로 지난달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승인(IDE)을 받아 확증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성 요통 치료도 확증 임상을 준비 중이다.
모라 뷰(MORA Vu)는 에버엑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자세 추정 모델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동작 분석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50만 건의 근골격계 운동 동작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해 근골격계 동작 분석의 정밀함을 높였다. 모라 뷰는 기존 아날로그 측정 기계와 비교하면 검진 공간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이다. 올 2월 국내 근골격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서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골격계 분석 소프트웨어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모라 케어(MORA Care)는 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에버엑스 재활전문가와 함께 근골격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이다. 일자목, 요통 같이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근골격계 증상에 적합한 재활 운동을 제공해 준다.
●의료와 IT 전문가들 모아 사업화
윤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윤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와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했다. 의학을 배울 때와 환자를 진료하면서 재활 운동이 지속적으로 행해지지 않는 환경을 안타까워하다 2019년 에버엑스를 차렸다.에버엑스 개요
에버엑스 이사진에는 의료 전문가와 AI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김병훈 AI 개발 총괄은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다. 연세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고 KAIST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치현 인지 행동 치료 개발 총괄은 서울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고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지냈다. 에버엑스에는 현재 AI본부에 5명, 의학본부에 4명, 제품개발본부에 17명 등 46명의 임직원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완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에버엑스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윤 대표는 “미국 근골격계 질환 시장 규모는 6000억 달러에 달하고 글로벌 근골격계 환자 수는 18억 명이나 된다”고 했다. 어느 나라나 환자는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어하고, 의사는 병원 밖 재활 운동 결과를 모니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수요를 노리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의사 자격을 갖추고 창업한 것에 대해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다년간 겪어 본 의사가 아니면 디지털 치료제에 어떤 과정을 넣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세세한 노하우를 프로그램에 담기 힘들다”며 “창업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더 많은 의사들이 창업해 더 싸고 편리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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