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가 20층 안착… 2분기 전망까지 활짝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4-26 19:28 수정 2024-04-26 19:54
1분기 영업이익 전년比 21.1%… 수익성↑
우호적인 환율·고수익 제품·원가절감 요인
시장 전망치 30% 웃도는 영업이익 실적
실적 발표 이후 주가 11% 급등
주가 18만 원대→3일간 20만 원대
2분기 전망 긍정 신호… “수요 회복·환율 유리”
LG이노텍이 모처럼 웃었다.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뒤엎고 ‘매우’ 좋게 나왔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11% 이상 급등했고 상승세는 3일 동안 이어져 20만 원(20층)대에 안착한 분위기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주식시장 흐름 속에 단순히 분기 실적 하나만으로 주식가격이 급등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기업 실적의 경우 마치 ‘나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주가에 선반영 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LG이노텍 1분기 실적은 이런 숫자가 나올 줄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주가가 움직였다. 그야말로 진짜 ‘어닝 서프라이즈’였던 셈이다. LG이노텍의 경우 애플이나 테슬라 등 빅테크와 조 단위 수주 소식이 전해져야 움직이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이번 주가 상승이 더욱 눈길을 끈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1분기보다 시장 상황을 안 좋게 보던 2분기 전망까지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4조3336억 원, 영업이익은 176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과 비슷(1%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21.1% 늘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이번 실적은 영업이익을 주목해야 한다. 불과 2년 전만해도 1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에 전년 대비 수익성은 긍정적이지만 숫자 규모 자체가 특별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예측한 시장 전망치는 1300억 원대. 전문가들의 예상과 분석을 보란 듯이 따돌리고 실적이 전망치보다 무려 30%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사실 업황 자체가 안 좋기는 했다. 여기에 최대 고객사로 볼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까지 과거만큼 폭발적이지 않았기에 실적 전망이 어두웠던 면도 있다.
영업이익 1760억 원이 발표되고 그날 LG이노텍 주가는 18만8900원에서 21만 원을 찍고 20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승률은 11.65%. 다음날도 붉은 기둥이 치솟았다. 21만5500원을 찍고 1.67% 증가한 21만2500원을 기록했다. 26일에도 21만3500원(0.47%↑)으로 상승세를 이어가 일주일을 빨갛게 마무리했다. LG그룹 내에서 잘 나간다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파란 기둥을 보인 것과 상반된 마무리다.
먼저 LG이노텍 영업이익 실적 호조의 주요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을 들 수 있다. 1달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출 위주 기업인 LG이노텍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간단하게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면서 달러로 돈을 받았는데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더니 올라간 환율만큼 번 돈이 많았다는 의미다. 매출이 작년과 비슷한데 영업이익은 20% 이상 상승했다는 것은 우호적인 환율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즉 마진이 큰 제품이 많이 팔렸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원가절감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기도 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 수요 약세에도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 중심 공급과 적극적인 내부 원가개선 활동 노력, 우호적인 환율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은 이렇게 나왔고 이제 현 시점을 포함한 2분기(4~6월)가 문제였다. 최근까지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제는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첫 번째다. 환율이 낮아지면 수출 기업은 기운이 빠질 수 있다. 우호적인 환율 상황과 반대로 낮아진 환율만큼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을 때 버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LG이노텍 최대 고객사 애플 아이폰이 있다. 애플은 매년 3분기에 신형 아이폰을 공개한다. 이르면 3분기 내 미국 시장과 1차 출시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4분기부터 판매되는 시장도 있다. 애플 아이폰 관점에서 신형 아이폰 공개 직전 분기인 2분기는 현행 제품이 구형이 되기 직전인 ‘끝물’ 시장인 셈이다. 자연스럽게 끝물인 제품을 사려는 수요보다 새 모델이 나오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생긴다. 신제품을 먼저 보고 구형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2분기를 1분기보다 더한 계절적 비수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LG이노텍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한 184억 원에 그쳤다. 1분기는 작년 4분기에 제품을 사지 못한 소비자가 일정 수요를 형성하기도 한다. 다행히 2분기 말미에는 신제품 판매 준비를 위한 기업간 부품 등의 수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거래도 발생하기 때문에 실적 부진이 일정부분 상쇄될 수는 있다. 비우호적인 환율과 계절적 비수기가 현실화한다면 LG이노텍 실적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했지만 작년과 달리 주요 제품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로 시장 전망치를 기존보다 300~400%가량 상향하는 추세”라며 “주가의 경우 악재가 대부분 반영된 상태로 추가적인 하락 요인이 제한적이고 패키지기판 등 긍정적인 요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우호적인 환율·고수익 제품·원가절감 요인
시장 전망치 30% 웃도는 영업이익 실적
실적 발표 이후 주가 11% 급등
주가 18만 원대→3일간 20만 원대
2분기 전망 긍정 신호… “수요 회복·환율 유리”
LG이노텍이 모처럼 웃었다.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뒤엎고 ‘매우’ 좋게 나왔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11% 이상 급등했고 상승세는 3일 동안 이어져 20만 원(20층)대에 안착한 분위기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주식시장 흐름 속에 단순히 분기 실적 하나만으로 주식가격이 급등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기업 실적의 경우 마치 ‘나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주가에 선반영 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LG이노텍 1분기 실적은 이런 숫자가 나올 줄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주가가 움직였다. 그야말로 진짜 ‘어닝 서프라이즈’였던 셈이다. LG이노텍의 경우 애플이나 테슬라 등 빅테크와 조 단위 수주 소식이 전해져야 움직이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이번 주가 상승이 더욱 눈길을 끈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1분기보다 시장 상황을 안 좋게 보던 2분기 전망까지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4조3336억 원, 영업이익은 176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과 비슷(1%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21.1% 늘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이번 실적은 영업이익을 주목해야 한다. 불과 2년 전만해도 1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에 전년 대비 수익성은 긍정적이지만 숫자 규모 자체가 특별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예측한 시장 전망치는 1300억 원대. 전문가들의 예상과 분석을 보란 듯이 따돌리고 실적이 전망치보다 무려 30%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사실 업황 자체가 안 좋기는 했다. 여기에 최대 고객사로 볼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까지 과거만큼 폭발적이지 않았기에 실적 전망이 어두웠던 면도 있다.
영업이익 1760억 원이 발표되고 그날 LG이노텍 주가는 18만8900원에서 21만 원을 찍고 20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승률은 11.65%. 다음날도 붉은 기둥이 치솟았다. 21만5500원을 찍고 1.67% 증가한 21만2500원을 기록했다. 26일에도 21만3500원(0.47%↑)으로 상승세를 이어가 일주일을 빨갛게 마무리했다. LG그룹 내에서 잘 나간다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파란 기둥을 보인 것과 상반된 마무리다.
먼저 LG이노텍 영업이익 실적 호조의 주요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을 들 수 있다. 1달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출 위주 기업인 LG이노텍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간단하게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면서 달러로 돈을 받았는데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더니 올라간 환율만큼 번 돈이 많았다는 의미다. 매출이 작년과 비슷한데 영업이익은 20% 이상 상승했다는 것은 우호적인 환율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즉 마진이 큰 제품이 많이 팔렸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원가절감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기도 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 수요 약세에도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 중심 공급과 적극적인 내부 원가개선 활동 노력, 우호적인 환율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은 이렇게 나왔고 이제 현 시점을 포함한 2분기(4~6월)가 문제였다. 최근까지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제는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첫 번째다. 환율이 낮아지면 수출 기업은 기운이 빠질 수 있다. 우호적인 환율 상황과 반대로 낮아진 환율만큼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을 때 버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LG이노텍 최대 고객사 애플 아이폰이 있다. 애플은 매년 3분기에 신형 아이폰을 공개한다. 이르면 3분기 내 미국 시장과 1차 출시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4분기부터 판매되는 시장도 있다. 애플 아이폰 관점에서 신형 아이폰 공개 직전 분기인 2분기는 현행 제품이 구형이 되기 직전인 ‘끝물’ 시장인 셈이다. 자연스럽게 끝물인 제품을 사려는 수요보다 새 모델이 나오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생긴다. 신제품을 먼저 보고 구형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2분기를 1분기보다 더한 계절적 비수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LG이노텍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한 184억 원에 그쳤다. 1분기는 작년 4분기에 제품을 사지 못한 소비자가 일정 수요를 형성하기도 한다. 다행히 2분기 말미에는 신제품 판매 준비를 위한 기업간 부품 등의 수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거래도 발생하기 때문에 실적 부진이 일정부분 상쇄될 수는 있다. 비우호적인 환율과 계절적 비수기가 현실화한다면 LG이노텍 실적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이러한 우려가 있지만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분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2분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1분기에 아이폰 판매가 다소 부진했지만 2분기인 4월 현재 유럽과 미국,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 반등세가 감지된다고 한다. 중국 시장 판매는 긍정적이지 않지만 전반적인 스마트폰 수요는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판매 단가가 높은 폴디드줌 모듈(아이폰 프로 맥스)이 상승세라고 한다. 또한 새로 부임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가 줄곧 강조한 반도체기판 제품 역시 스마트폰 수요 증가에 따라 판매가 늘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에 대해서도 2분기까지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LG이노텍 2분기 영업이익 실적 전망치를 191억 원으로 낮게 잡았다가 600억~700억 원대로 상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했지만 작년과 달리 주요 제품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로 시장 전망치를 기존보다 300~400%가량 상향하는 추세”라며 “주가의 경우 악재가 대부분 반영된 상태로 추가적인 하락 요인이 제한적이고 패키지기판 등 긍정적인 요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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