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꿈꾸는 텔레파시, 지금 불가능하지만 100년 뒤엔 실현될지도”
한여진 주간동아 기자
입력 2024-03-01 09:26 수정 2024-03-01 09:49
BCI 전문가 임창환 교수 “한국도 BCI 임상시험 허용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최근 사람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2월 19일(현지 시간)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의 음성 대화 스페이스 행사에서 칩 이식 후 상황에 대해 “진행이 좋고, 환자는 우리가 인지하는 부작용 없이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우스를 제어하고 스크린에서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BCI는 뇌와 연결된 컴퓨터가 뇌파를 해독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외부와 의사소통을 하는 기술이다. BCI 개념은 1973년 등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최근 뇌과학, 전자공학, 의학기술 성장과 함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BCI는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일상생활에서도 쓰일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히고 있다.
BCI는 크게 침습형과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침습형은 수술로 두개골을 열어 뇌에 전극을 넣은 뒤 뇌파를 읽고 분석해 컴퓨터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뇌에서 뇌파를 직접 감지하기에 정확도가 높다. 다만 부작용 위험이 있어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제한적 임상시험을 허용하는 국가도 미국, 중국, 프랑스 3개국뿐이다. 반면 비침습형은 머리 밖에서 뇌파를 측정해 컴퓨터에 뇌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침습형보다 뇌파를 정확히 감지할 수는 없지만 부작용 위험은 적다.
현재 침습형 BCI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부작용 우려가 있다 보니 임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을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FDA는 비장애인 대상 침습형 BCI 임상시험은 허용하지 않는다.
임 교수는 부작용 문제와 함께 윤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비장애인도 머리 밖에서 전기자극을 주면 기억력이나 수학 계산력 등 인지기능이 10~20% 향상된다”며 “만약 이 기술이 대학 입시나 고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적용된다면 사회적으로 불공정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면 양극화가 심화될 뿐 아니라, 강제적으로 삽입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안전성이 검증되더라도 비장애인에게는 이런 BCI 적용을 불허할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견해다. 임 교수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BCI를 연구한 후 국내로 돌아와 2011년부터 한양대 공과대학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초로 BCI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임 교수를 최근 연구실에서 만나 국내외 BCI 기술 수준을 진단하고 BCI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머릿속에서 말하면 뇌파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음성으로 합성하는 스피치 BCI다. 스피치 BCI는 2019년 처음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BCI 상용화를 위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침습형 BCI는 뇌전증 환자에게 적용하는 반응형 신경자극이 대표적이다. 발작을 뇌파로 예측해 뇌에 미리 전기자극을 줘 발작을 막는 기술인데, 이미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비침습형 BCI는 헤드밴드 형태로 주로 출시된다. 캐나다 인터렉슨은 명상을 돕는 장치 ‘뮤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헤드밴드를 착용하면 빗소리가 나는데, 마음이 가라앉으면 빗소리가 점점 줄어들다가 새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반대로 잡생각이 많아지면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다가 천둥번개가 친다. 필립스는 딥슬립 헤드밴드를 내놓았다. 뇌파로 수면 단계를 알아낸 뒤 더 깊이 잠들도록 소리 자극을 주는 장치다.”
국내에 출시된 BCI 제품도 있나.
“현대모비스는 뇌파를 이용해 운전자의 주의력 감소를 알려주는 ‘엠브레인’을 내놨다. 귀걸이 형태로 귀에서 뇌파를 측정해 주의력이 떨어지면 알람이 울린다. LG전자는 최근 숙면을 유도하는 이어버드 형태의 ‘브리즈’를 출시했다.”
뉴럴링크가 선보인 BCI 칩은 어떻게 평가하나.
“뉴럴링크는 후발 주자지만 기존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고 정밀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뉴럴링크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딱딱한 바늘 전극 대신 실처럼 휘어지는 전극을 개발했다. 뇌는 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 움직이는데, 이때 전극이 딱딱하면 뇌에 미세한 상처를 낸다. 뉴럴링크의 실 형태 전극은 유연해 뇌가 움직이더라도 상처를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뉴럴링크는 어떤 방법으로 정밀도를 높였나.
“기존 미세전극 배열 삽입에서는 전극을 100개가량 사용했는데 뉴럴링크는 1024개 전극에서 뇌파를 읽는다. 대략 10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뉴럴링크가 기존 기술을 좀 더 안전하고 정밀하게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머스크뿐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같은 빅테크 리더들도 BCI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데 왜 그런가.
“BCI 시장 규모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밀한 전류를 뇌에 흘려보내 치료하는 전자약은 뇌질환뿐 아니라, 우울증·강박증 같은 정신질환 분야에도 적용된다. 이처럼 거대한 시장에 빅테크 기업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머스크는 “인간이 AI에 지배받지 않기 위해 BCI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스크가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도 많이 모이고, 투자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만약 기존처럼 장애인 치료용으로 BCI를 개발한다고 말했다면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기차, 민간우주선을 만든 머스크라면 진짜 텔레파시를 꿈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100년이 지난 뒤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는 텔레파시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현재 BCI는 뇌파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딥러닝한 데이터에 맞는 결과를 내놓는 방식인데, 텔레파시가 가능하려면 뇌에서 나오는 모든 신호를 컴퓨터가 해독해야 한다. 만약 컴퓨터가 뇌파를 완벽하게 해독하고, 뇌가 이해하는 언어로 변환해 뇌에 다시 주입하는 일종의 컴파일이 된다면 텔레파시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컴퓨터는 뇌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 이는 AI가 자아를 갖고 ‘테미네이터’나 ‘매트릭스’처럼 인간을 지배하겠다는 욕망을 갖는 단계와 비슷하다. 만약 그 정도로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 기술을 사용해 뇌파도 해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백지 상태다.”
그렇다면 향후 BCI가 다른 산업에 침투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나.
“비장애인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노동 환경이나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연구개발에 손을 놓고 있으면 기술 종속이 될 수밖에 없다. 윤리적 문제를 떠나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대략 10개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비침습형 BCI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다만 침습형 BCI는 비침습형 BCI 연구와 비교해 기술 격차가 크다. 한국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침습형 BCI 임상시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침습형 BCI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국내에서 침습형 BCI 연구를 시작한 것은 5년 정도밖에 안 됐다. 최근 가톨릭관동대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침습형 BCI 실험에 성공했다. 보통 임상시험은 사람 전 단계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그 단계가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서 사람 대상의 침습형 BCI 실험은 뇌전증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뇌전증 환자는 수술에 앞서 수술 부위를 정확히 매핑하기 위해 두개골을 열고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상태로 한 2주를 지내는데, 그 기간에 BCI 실험이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언제쯤 BCI 임상시험이 가능할까.
“현재 한국은 침습형 BCI에 대한 안전 규정 자체가 없어 임상시험이 불가하다. 다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7대 규제 혁신 분야에 BCI를 포함했다. 현재 BCI 임상시험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규제 완화를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9호에 실렸습니다]
한여진 주간동아 기자 119hotdog@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최근 사람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2월 19일(현지 시간)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의 음성 대화 스페이스 행사에서 칩 이식 후 상황에 대해 “진행이 좋고, 환자는 우리가 인지하는 부작용 없이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우스를 제어하고 스크린에서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BCI는 뇌와 연결된 컴퓨터가 뇌파를 해독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외부와 의사소통을 하는 기술이다. BCI 개념은 1973년 등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최근 뇌과학, 전자공학, 의학기술 성장과 함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BCI는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일상생활에서도 쓰일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미·중·프 침습형 BCI 임상 허용
국내 최초로 BCI 연구를 시작한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최근 뉴럴링크 소식으로 BCI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미 2004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고 TV를 켜는 데 성공했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를 하는 그룹이 많을 뿐 아니라, 상용화된 제품도 다수”라고 말했다.BCI는 크게 침습형과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침습형은 수술로 두개골을 열어 뇌에 전극을 넣은 뒤 뇌파를 읽고 분석해 컴퓨터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뇌에서 뇌파를 직접 감지하기에 정확도가 높다. 다만 부작용 위험이 있어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제한적 임상시험을 허용하는 국가도 미국, 중국, 프랑스 3개국뿐이다. 반면 비침습형은 머리 밖에서 뇌파를 측정해 컴퓨터에 뇌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침습형보다 뇌파를 정확히 감지할 수는 없지만 부작용 위험은 적다.
현재 침습형 BCI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부작용 우려가 있다 보니 임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사지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을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FDA는 비장애인 대상 침습형 BCI 임상시험은 허용하지 않는다.
임 교수는 부작용 문제와 함께 윤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비장애인도 머리 밖에서 전기자극을 주면 기억력이나 수학 계산력 등 인지기능이 10~20% 향상된다”며 “만약 이 기술이 대학 입시나 고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적용된다면 사회적으로 불공정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면 양극화가 심화될 뿐 아니라, 강제적으로 삽입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안전성이 검증되더라도 비장애인에게는 이런 BCI 적용을 불허할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견해다. 임 교수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BCI를 연구한 후 국내로 돌아와 2011년부터 한양대 공과대학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초로 BCI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임 교수를 최근 연구실에서 만나 국내외 BCI 기술 수준을 진단하고 BCI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미국 빅테크도 BCI 연구 뛰어들어
현재 BCI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은 무엇인가.“머릿속에서 말하면 뇌파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음성으로 합성하는 스피치 BCI다. 스피치 BCI는 2019년 처음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BCI 상용화를 위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침습형 BCI는 뇌전증 환자에게 적용하는 반응형 신경자극이 대표적이다. 발작을 뇌파로 예측해 뇌에 미리 전기자극을 줘 발작을 막는 기술인데, 이미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비침습형 BCI는 헤드밴드 형태로 주로 출시된다. 캐나다 인터렉슨은 명상을 돕는 장치 ‘뮤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헤드밴드를 착용하면 빗소리가 나는데, 마음이 가라앉으면 빗소리가 점점 줄어들다가 새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반대로 잡생각이 많아지면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다가 천둥번개가 친다. 필립스는 딥슬립 헤드밴드를 내놓았다. 뇌파로 수면 단계를 알아낸 뒤 더 깊이 잠들도록 소리 자극을 주는 장치다.”
국내에 출시된 BCI 제품도 있나.
“현대모비스는 뇌파를 이용해 운전자의 주의력 감소를 알려주는 ‘엠브레인’을 내놨다. 귀걸이 형태로 귀에서 뇌파를 측정해 주의력이 떨어지면 알람이 울린다. LG전자는 최근 숙면을 유도하는 이어버드 형태의 ‘브리즈’를 출시했다.”
뉴럴링크가 선보인 BCI 칩은 어떻게 평가하나.
“뉴럴링크는 후발 주자지만 기존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고 정밀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뉴럴링크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딱딱한 바늘 전극 대신 실처럼 휘어지는 전극을 개발했다. 뇌는 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 움직이는데, 이때 전극이 딱딱하면 뇌에 미세한 상처를 낸다. 뉴럴링크의 실 형태 전극은 유연해 뇌가 움직이더라도 상처를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뉴럴링크는 어떤 방법으로 정밀도를 높였나.
“기존 미세전극 배열 삽입에서는 전극을 100개가량 사용했는데 뉴럴링크는 1024개 전극에서 뇌파를 읽는다. 대략 10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뉴럴링크가 기존 기술을 좀 더 안전하고 정밀하게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머스크뿐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같은 빅테크 리더들도 BCI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데 왜 그런가.
“BCI 시장 규모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밀한 전류를 뇌에 흘려보내 치료하는 전자약은 뇌질환뿐 아니라, 우울증·강박증 같은 정신질환 분야에도 적용된다. 이처럼 거대한 시장에 빅테크 기업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머스크는 “인간이 AI에 지배받지 않기 위해 BCI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스크가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도 많이 모이고, 투자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만약 기존처럼 장애인 치료용으로 BCI를 개발한다고 말했다면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기차, 민간우주선을 만든 머스크라면 진짜 텔레파시를 꿈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100년이 지난 뒤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는 텔레파시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현재 BCI는 뇌파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딥러닝한 데이터에 맞는 결과를 내놓는 방식인데, 텔레파시가 가능하려면 뇌에서 나오는 모든 신호를 컴퓨터가 해독해야 한다. 만약 컴퓨터가 뇌파를 완벽하게 해독하고, 뇌가 이해하는 언어로 변환해 뇌에 다시 주입하는 일종의 컴파일이 된다면 텔레파시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컴퓨터는 뇌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 이는 AI가 자아를 갖고 ‘테미네이터’나 ‘매트릭스’처럼 인간을 지배하겠다는 욕망을 갖는 단계와 비슷하다. 만약 그 정도로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 기술을 사용해 뇌파도 해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백지 상태다.”
그렇다면 향후 BCI가 다른 산업에 침투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나.
“비장애인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노동 환경이나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연구개발에 손을 놓고 있으면 기술 종속이 될 수밖에 없다. 윤리적 문제를 떠나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 비침습형 BCI 기술 세계적 수준
국내에는 BCI 연구팀이 어느 정도 있나.“대략 10개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비침습형 BCI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다만 침습형 BCI는 비침습형 BCI 연구와 비교해 기술 격차가 크다. 한국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침습형 BCI 임상시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침습형 BCI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국내에서 침습형 BCI 연구를 시작한 것은 5년 정도밖에 안 됐다. 최근 가톨릭관동대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침습형 BCI 실험에 성공했다. 보통 임상시험은 사람 전 단계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그 단계가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서 사람 대상의 침습형 BCI 실험은 뇌전증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뇌전증 환자는 수술에 앞서 수술 부위를 정확히 매핑하기 위해 두개골을 열고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상태로 한 2주를 지내는데, 그 기간에 BCI 실험이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언제쯤 BCI 임상시험이 가능할까.
“현재 한국은 침습형 BCI에 대한 안전 규정 자체가 없어 임상시험이 불가하다. 다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7대 규제 혁신 분야에 BCI를 포함했다. 현재 BCI 임상시험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규제 완화를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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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9호에 실렸습니다]
한여진 주간동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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