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교통사고 발생 시 대처 방안과 연관된 법률적 문제들
동아닷컴
입력 2024-02-20 18:48 수정 2024-03-12 16:40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크든 작든 교통사고를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교통사고는 자신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교통사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당황하는 동시에 사고 당시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보험사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조차도 놓치고 친구나 지인, 가족에게 전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대처는 오히려 더 큰 법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통사고 났을 때 시간적인 순서에 따른 대처방법을 살펴보면서 잘못된 대처가 어떤 법률적 문제를 야기하는지도 같이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즉시 정차하기
교통사고 후 도주로 평가되면 뺑소니, 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도주 치사상죄로 가중처벌 받습니다.
법원의 입장(대법원 91도2134판결)을 보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약 40m 정도를 그대로 지나쳐 정차한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방관하다가 현장을 떠나 자기가 피해자인 양 피해 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간 것에 대해 ‘도주’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고단4500 판결에서도 사고현장으로부터 약 50m 떨어진 주택가 골목으로 도주한 경우 뺑소니로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도주로 평가되면 법원은 피해자가 다쳤을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고, 사망의 경우 무기징역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후 자리를 피하는 것은 강력 범죄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만 사고 당시 교통 여건상 차량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도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둘째, 다친 사람을 확인하고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인적사항 제공하기
사고 후 자신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사고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도로교통법 54조 위반)해 형사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음주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다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강아지를 안고 피해자를 외면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운전자가 사고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라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피해자 상태확인과 경찰 신고와 보험사 통보 등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 후 미조치 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상자를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의료진의 도착을 기다리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구급차를 부르는 등의 최소한의 조치는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사고 후 방관하며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습니다.
셋째,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1차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가 없으면 또 다른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차 사고로 인해 차량의 진로를 방해해 2차 사고를 유발했다면, 1차 사고 원인 제공자에게 2차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인 책임까지 주어질 수 있습니다. 2006년 10월 서해대교에서 일어난 29중 추돌 사고에서 대법원 2010다28390 판결에서도 최초 원인제공 차량이 후행 사고들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고 현장에서 시시비비를 따져서는 안 되고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넷째, 보험사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경미한 접촉 사고라면 경찰 신고보다는 보험사에 연락해 사고처리를 부탁해도 됩니다. 하지만 큰 사고이거나 가·피해자에 대해 서로 다툼이 있다면 경찰에 신고해 가·피해자와 사고 경위를 경찰의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으로 명확하게 확정지어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섯째, 사고 현장 확보하기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확보는 기본이고 주변 CCTV, 목격 차량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도 필요하다면 확보해야 합니다. 사고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현장사진이나 영상도 많이 찍지만 정작 자신의 차량만 찍는다거나, 사고장소와 사고부위만 국한해서 촬영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원거리에서 휴대폰 동영상 촬영으로 다양한 각도로 현장을 촬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사고 경위에 대해 상대방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녹취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제3자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취하는 것은 도청에 해당하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법행위로 보지만, 당사자 간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사고경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대응을 다 했다 하더라도 상대방과의 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통사고 수습과 충분한 치료, 사과와 용서라는 단계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때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교통사고는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통사고 후처리 또한 중요한 부분이며 사고 후 순간 잘못된 판단이 자신의 피해에 대한 억울함 뿐만 아니라 도주 치사상, 사고 후 미조치, 2차 사고에 대한 민·형사책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미리 이러한 교통사고 시 대처방안을 숙지해 사전에 법적 분쟁을 막으시길 바랍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대부분 운전자들은 크든 작든 교통사고를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교통사고는 자신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교통사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당황하는 동시에 사고 당시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보험사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조차도 놓치고 친구나 지인, 가족에게 전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대처는 오히려 더 큰 법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통사고 났을 때 시간적인 순서에 따른 대처방법을 살펴보면서 잘못된 대처가 어떤 법률적 문제를 야기하는지도 같이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즉시 정차하기
교통사고 후 도주로 평가되면 뺑소니, 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도주 치사상죄로 가중처벌 받습니다.
법원의 입장(대법원 91도2134판결)을 보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약 40m 정도를 그대로 지나쳐 정차한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방관하다가 현장을 떠나 자기가 피해자인 양 피해 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간 것에 대해 ‘도주’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고단4500 판결에서도 사고현장으로부터 약 50m 떨어진 주택가 골목으로 도주한 경우 뺑소니로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도주로 평가되면 법원은 피해자가 다쳤을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고, 사망의 경우 무기징역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후 자리를 피하는 것은 강력 범죄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만 사고 당시 교통 여건상 차량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도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둘째, 다친 사람을 확인하고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인적사항 제공하기
사고 후 자신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사고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도로교통법 54조 위반)해 형사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음주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다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강아지를 안고 피해자를 외면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운전자가 사고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라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피해자 상태확인과 경찰 신고와 보험사 통보 등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 후 미조치 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상자를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의료진의 도착을 기다리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구급차를 부르는 등의 최소한의 조치는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사고 후 방관하며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습니다.
셋째,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1차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가 없으면 또 다른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차 사고로 인해 차량의 진로를 방해해 2차 사고를 유발했다면, 1차 사고 원인 제공자에게 2차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인 책임까지 주어질 수 있습니다. 2006년 10월 서해대교에서 일어난 29중 추돌 사고에서 대법원 2010다28390 판결에서도 최초 원인제공 차량이 후행 사고들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고 현장에서 시시비비를 따져서는 안 되고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넷째, 보험사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경미한 접촉 사고라면 경찰 신고보다는 보험사에 연락해 사고처리를 부탁해도 됩니다. 하지만 큰 사고이거나 가·피해자에 대해 서로 다툼이 있다면 경찰에 신고해 가·피해자와 사고 경위를 경찰의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으로 명확하게 확정지어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섯째, 사고 현장 확보하기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확보는 기본이고 주변 CCTV, 목격 차량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도 필요하다면 확보해야 합니다. 사고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현장사진이나 영상도 많이 찍지만 정작 자신의 차량만 찍는다거나, 사고장소와 사고부위만 국한해서 촬영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원거리에서 휴대폰 동영상 촬영으로 다양한 각도로 현장을 촬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사고 경위에 대해 상대방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녹취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제3자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취하는 것은 도청에 해당하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법행위로 보지만, 당사자 간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사고경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대응을 다 했다 하더라도 상대방과의 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통사고 수습과 충분한 치료, 사과와 용서라는 단계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때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교통사고는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통사고 후처리 또한 중요한 부분이며 사고 후 순간 잘못된 판단이 자신의 피해에 대한 억울함 뿐만 아니라 도주 치사상, 사고 후 미조치, 2차 사고에 대한 민·형사책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미리 이러한 교통사고 시 대처방안을 숙지해 사전에 법적 분쟁을 막으시길 바랍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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