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로 신호등 색깔 감지하고, 옷으로 전기 에너지 생산까지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4-02-02 03:00 수정 2024-02-02 03:00
국제학술지가 소개한 ‘스마트 섬유’
레이 웨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 섬유에 반도체 소자를 장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의복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스마트 섬유에 반도체 소자를 적용하는 공정에서 외력을 버티는 힘인 응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실리콘과 게르마늄으로 만든 와이어 형태의 반도체를 제작해 스마트 섬유에 삽입했다. 여기에 가열하면 형태가 변하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덧씌웠다. 연구팀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스마트 섬유가 열을 받았다가 냉각될 때 강력한 응력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섬유처럼 계속해서 비틀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나아가 개발한 스마트 섬유로 다양한 기능의 의복도 제작해 선보였다. 스마트 섬유로 짠 모자에는 신호등의 빨간빛과 파란빛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주의할 수 있도록 신호등 불빛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피부에 밀착돼 심박수를 더욱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손목 밴드도 만들었다. 스마트 섬유로 만든 스웨터는 무선통신 기능도 담을 수 있었다. 무선주파수 대신 광주파수를 사용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라이파이 장치 역할도 문제없이 해냈다.
스마트 섬유로 만든 모든 의복은 일반 의복과 다를 바 없이 세탁을 할 수 있다. 방수 기능도 적용할 수 있어 수중 환경에서 쓸 의복을 만드는 데도 활용이 가능하다. 수심 3km의 압력을 견디고, 깊은 물속에서 잠수함 주변의 가시광선도 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섬유가 기존에 있던 섬유 제작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손쉬울 것으로 기대했다. 후속 연구에선 더 복잡한 장치를 의복에 구현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아주 작은 컴퓨터를 일상복에 내장하는 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킨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에 지속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스’에 마찰전기 섬유와 땀 전지 섬유를 직조해 다양한 습도 조건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스마트 의류용 섬유 기술을 발표했다. 사람이 활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뿐만 아니라 섬유의 전력 효율을 떨어뜨리는 습기와 땀까지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설탕과 탄성중합체를 녹이는 간단한 제조 공정을 통해 마찰전기 섬유의 마찰 표면적을 증가시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땀 전지 섬유에는 이온 소금과 얇은 고분자 필름인 ‘파릴렌-C’를 코팅해 발전 성능을 높이고 비대칭 습윤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두 섬유를 직조 방식으로 결합해 스마트 섬유를 완성했다. 이 섬유로 만든 의복은 인체의 움직임과 땀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위치 추적 센서를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송현철 KIST 책임연구원은 “의류형 전자기기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지만, 특히 소방관 군인 산악인 등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전원 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사람의 동작과 땀으로 전력을 만드는 스마트 섬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일상에서 입는 옷에 통신 장치나 센서 장치 등을 자연스럽게 부착할 수 있는 스마트 섬유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할 수 있는 신호처리 기술이 탑재된 모자, 와이파이(Wi-Fi)보다 속도가 100배 빠른 근거리 통신인 라이파이(Li-Fi) 장치를 적용할 수 있는 스웨터가 등장했다. 섬유에 적용하는 반도체 소자 성능이 발전한 덕분이다. 과학자들은 일상복이 마치 휴대용 컴퓨터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 반복해서 비틀어도 끄떡없는 반도체 소자
레이 웨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 섬유에 반도체 소자를 장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의복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반도체 소자가 포함된 스마트 섬유가 원통형 실패에 감겨 있는 모습. 왕즈쉰 제공
반도체 소자는 입는 옷이나 피부,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반도체 소자의 성능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반복해서 비틀어지는 섬유나 피부의 특성상 이를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반도체 소자는 섬유 특성에 적합한 내구성을 가지기 어렵다. 학계에선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코어를 유리로 덮은 섬유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쉽게 손상되는 결함이 있었다. 연구팀은 스마트 섬유에 반도체 소자를 적용하는 공정에서 외력을 버티는 힘인 응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실리콘과 게르마늄으로 만든 와이어 형태의 반도체를 제작해 스마트 섬유에 삽입했다. 여기에 가열하면 형태가 변하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덧씌웠다. 연구팀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스마트 섬유가 열을 받았다가 냉각될 때 강력한 응력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섬유처럼 계속해서 비틀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나아가 개발한 스마트 섬유로 다양한 기능의 의복도 제작해 선보였다. 스마트 섬유로 짠 모자에는 신호등의 빨간빛과 파란빛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주의할 수 있도록 신호등 불빛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피부에 밀착돼 심박수를 더욱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손목 밴드도 만들었다. 스마트 섬유로 만든 스웨터는 무선통신 기능도 담을 수 있었다. 무선주파수 대신 광주파수를 사용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라이파이 장치 역할도 문제없이 해냈다.
스마트 섬유로 만든 모든 의복은 일반 의복과 다를 바 없이 세탁을 할 수 있다. 방수 기능도 적용할 수 있어 수중 환경에서 쓸 의복을 만드는 데도 활용이 가능하다. 수심 3km의 압력을 견디고, 깊은 물속에서 잠수함 주변의 가시광선도 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섬유가 기존에 있던 섬유 제작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손쉬울 것으로 기대했다. 후속 연구에선 더 복잡한 장치를 의복에 구현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아주 작은 컴퓨터를 일상복에 내장하는 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킨 성과”라고 평가했다.
● 땀과 움직임에서 에너지 얻는 스마트 섬유도 나와
국내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에 지속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스’에 마찰전기 섬유와 땀 전지 섬유를 직조해 다양한 습도 조건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스마트 의류용 섬유 기술을 발표했다. 사람이 활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뿐만 아니라 섬유의 전력 효율을 떨어뜨리는 습기와 땀까지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설탕과 탄성중합체를 녹이는 간단한 제조 공정을 통해 마찰전기 섬유의 마찰 표면적을 증가시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땀 전지 섬유에는 이온 소금과 얇은 고분자 필름인 ‘파릴렌-C’를 코팅해 발전 성능을 높이고 비대칭 습윤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두 섬유를 직조 방식으로 결합해 스마트 섬유를 완성했다. 이 섬유로 만든 의복은 인체의 움직임과 땀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위치 추적 센서를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송현철 KIST 책임연구원은 “의류형 전자기기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지만, 특히 소방관 군인 산악인 등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전원 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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