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경쟁 부추긴다는데…스마트폰 싸게 살 수 있을까

뉴시스

입력 2024-01-29 08:29 수정 2024-01-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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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경쟁 허용했지만…고가요금제 중심 소수 혜택 우려
휴대폰 가격 올라가고 이통사도 경쟁 요인 줄어…체감도 '물음표'
선택약정 유지 절차도 밟아야…알뜰폰 경쟁력 저하 지적도



정부가 시행 10년 차를 맞은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정보에 어두운 이용자에 대한 차별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선택약정(지원금에 상응하는 25% 요금할인) 유지를 위해서는 근거를 마련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또 알뜰폰과 신규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우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육성하는 정책인데, 단통법이 이들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고가 요금제 쏠림 우려…정보 약자 불이익 지적도

정부는 휴대폰 가격의 지속적 상승으로 단말 구입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폐지를 결정했다. 그간 단통법으로 이통사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기회가 제한돼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통법이 싸게 살 수 있는 길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반대로 특정 소비자에게 쏠렸던 혜택을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순기능도 있었다. 단통법이 없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소위 ‘0원폰 대란’은 정보를 아는 이들만 올라탈 수 있었다.

언제 어디에서 이같은 혜택을 주는지 알 수가 없는 대다수 소비자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게다가 단통법이 있으면 특정 요금제뿐 아니라 모든 요금제에서 일정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법이 없어지면 차별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통사 입장에선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선호한다. 게다가 정부가 선택약정을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지원금 경쟁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고가 요금제를 쓰는 ‘파워 유저’나 정보력을 가진 일부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법이 있을 때도 일부 유통점의 불법적인 판매 경쟁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성행하던 불법이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폐쇄형 SNS를 통해 이뤄져 단속도 쉽지 않았다. 이통사도 암암리에 특정 유통망에게 과다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했고, 유통망은 이를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해 가입자 확보를 했다.

이 가운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유통점이 줄 수 있는 보조금 상한도 없어진다. 이에 유통점도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통해 현저한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입장이나 ‘차별을 통한 경쟁’을 인정한 만큼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숙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여전히 이용자 차별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금지 규정이 있다”면서도 “사업법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 200만원 육박하는 폰 가격…보조금 효과 한계

막상 법이 폐지된다 해도 과거 대비 이통사의 경쟁 요인이 줄어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법 시행 전 이동통신 시장은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의 등장으로 이통사마다 가입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였다. LTE로 이미지, 영상 서비스가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휴대폰 교체 수요도 상당했다. 게다가 LG유플러스가 3G 없이 LTE에 올인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 KT 또한 가입자 방어와 뺏기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단통법 시행 10년 차에 접어든 현재는 5G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100%에 육박한다.

또 지원금에는 제조사 재원도 포함되는데 과거 경쟁했던 LG전자와 팬택이 사라지고, 현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어 지원금을 부담해야 할 요인이 크게 낮아졌다.

무엇보다 보조금 경쟁이 일어난다 해도 휴대폰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져 체감 구입 비용이 낮아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시장이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24 출고가는 115만500원, 플러스 135만5000원, 울트라 169만8000원부터 형성돼 있다.

단통법이 도입됐던 때인 2014년에 출시된 갤럭시S5 출고가는 86만8000원이었다. 갤럭시노트4는 95만5000원이었다.

단순히 비교하면 가격이 33~77% 비싸진 상황이다. 과거엔 70만~8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거의 공짜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면 이제는 여전히 실구매가가 수십만원 수준으로 남아있거나, 울트라 모델처럼 고사양 모델은 여전히 100만원 수준의 할부 원금을 내야 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가격이 당시보다 비싸져 프로모션 전략을 집행하기에 용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 알뜰폰·제4이통 경쟁력 약화 가능성…공시 없는데 선택약정 유지 어떻게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추진해 온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알뜰폰이 대표적이다. 알뜰폰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차별적인 요금제에 있다.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를 경쟁력으로 앞세워 이통사 가입자를 뺏어왔다. 특히 지난해 ‘0원 요금제’가 인기를 끌면서 잠잠했던 번호이동 시장이 약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이통사도 정부의 독려 속 중간요금제에 이어 3만원대 요금제를 내놓는 등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로 이통사가 보조금 경쟁에 힘을 쏟는다면 결국엔 다시 서비스 경쟁의 축이 보조금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또 진입을 추진하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시장 진입 초기라 상당한 투자비가 집행돼야 해 이통3사와 지원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정 주파수를 지원하는 휴대폰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이통3사가 다양한 휴대폰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동일하게 보조금을 주더라도 밀리는 구조다.

풀어야 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선택약정 유지 근거를 재설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선택약정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다. 지원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정부는 단통법에 있던 선택약정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계속해서 혜택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들을 위해 근거를 만들 것”이라며 “관련한 산식을 만들기 위한 근거는 다 넣겠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지원금을 공시하니 알 권리 측면이 있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또 담합을 하게 되는 소지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스마트하게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단통법 폐지가 선언적 구호에 끝나지 않으려면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총선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현재의 21대 국회 회기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총선 이후 원구성 과정을 거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내 시행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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