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리튬 배터리 대체 신소재 발견… “양자컴퓨터-AI 활용 덕분”

남혜정 기자

입력 2024-01-10 03:00 수정 2024-0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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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시간만에 3200만개 후보군 압축
양자컴퓨터 로드맵 7개월만에 성과
美-中 등 양자기술 개발 패권 경쟁
한국은 예비타당성 심사도 미뤄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리튬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AI와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신물질을 개발해낸 첫 번째 사례다. 전 세계가 미래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MS가 양자컴퓨터 로드맵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면서 ‘딥테크’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9일(현지 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퀀텀 엘리먼트’로 배터리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리튬을 대체할 수 있는 신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내놓은 애저 퀀텀 엘리먼트는 초고성능컴퓨터(HPC)와 AI, 양자컴퓨터를 통합한 서비스로 화학·신소재 탐색에 특화된 기능을 갖췄다.

MS 연구팀은 미국 에너지부(DOE)의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PNNL)와 함께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신소재를 찾는 데 해당 기술을 활용했다. 우선 AI 모델을 사용해 3200만 개의 잠재적 후보군을 80시간 만에 18개로 추려냈다. 이어 연구팀은 18개 후보군을 대상으로 시험 과정을 거쳐 9개월 만에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냈다.

새로운 물질을 활용한 배터리는 기존 리튬 배터리보다 리튬을 70% 적게 사용하면서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MS의 설명이다. MS 연구팀은 “기존 연구 방법이었다면 수 년이 걸릴 연구개발 기간을 AI와 양자컴퓨터 기술을 통해 몇 개월로 단축했다”며 “이처럼 과학 전문 지식과 AI의 결합을 통해 향후 250년의 과학 혁신을 25년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그간 인류의 난제로 꼽혔던 기후 변화, 신약 개발, 우주 현상 등의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MS뿐만 아니라 IBM과 구글 등 해외 빅테크들도 앞장서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IBM이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범용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콘도르’를 선보였다. 2025년까지 4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53큐비트급 양자컴퓨터인 ‘시커모어’를 출시한 구글도 2029년까지 양자 오류를 최소화한 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첨단 과학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패권을 쥐게 된다는 ‘기정학(技政學)’ 시대가 도래하며 미국과 중국 등 각국에서도 양자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일찍이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2025년까지 양자 기술 분야에 공적자금 153억 달러(약 19조 원)을 투입한다.

이에 비해 아직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2026년까지 9960억 원을 투입해 5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4월 신청해 올해 1월 마무리하기로 했던 예비타당성 조사 심사조차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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