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공룡 플랫폼’ 규제법 만든다

세종=송혜미 기자 , 이상헌 기자

입력 2023-12-20 03:00 수정 2023-12-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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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강화 추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해 감시
공정위 “기존법, 독과점 대응 한계”


앞으로 네이버,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일종의 ‘플랫폼 재벌’로 미리 지정해 관리한다. 이들은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경쟁 플랫폼을 방해하는 등의 ‘갑질’이 금지된다.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과 그로 인한 소상공인, 소비자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몸집이 큰 소수의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되면 자사 상품을 경쟁 사업자의 상품보다 우대하거나 다른 서비스와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를 어긴 기업엔 현행법보다 더욱 센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비스별로 지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지정 기준과 금지되는 행위는 관계 부처 및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 정해진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그간 공정거래법을 통한 독과점 플랫폼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독과점화된 플랫폼 시장의 경쟁을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쟁촉진법 제정 추진을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시정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과도 긴밀히 협의해 플랫폼 산업의 경쟁과 혁신은 촉진하되 독점력 남용 행위는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룡 플랫폼’ 지정해 자사 상품 우대-경쟁사 방해땐 신속 제재



정부, 플랫폼 공정 경쟁법 추진
현행법으론 반칙행위 뒷북 제재… 미리 감시해 독과점 강화전 처벌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지정될 듯… 과징금, 매출 6%→10% 올릴 가능성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가칭)을 추진하기로 한 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공룡 플랫폼 기업의 반칙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로는 이에 대한 제재가 한발 늦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 이미 공고화된 독과점 생태계를 깨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과점화는 수수료,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져 피해를 소상공인,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 유럽식 플랫폼 사전규제법 추진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제정안에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처럼 거대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규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법이 만들어지면 공정위는 주기적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정하게 된다. 국내외 플랫폼에 관계없이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시장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비스별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할지, 몇 년마다 지정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그 대상은 소수의 핵심 플랫폼 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포털에 구글·네이버, 메신저에 카카오톡, 동영상 스트리밍에 유튜브 등이 지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EU, 독일은 3년 혹은 5년을 주기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해 독점력 남용에 대응하고 있다”며 “제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내 상황에 맞게 정할 것”이라고 했다. 법안은 관계 부처 및 국회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경쟁자 제거를 위해 흔히 동원되는 반칙 행위를 더는 할 수 없게 된다. 자사 상품·서비스를 경쟁 사업자보다 우대하는 ‘자사우대’나 ‘끼워팔기’가 금지된다. 자사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경쟁 플랫폼을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멀티호밍 제한)해서도 안 된다. 입점 업체에 최저가를 보장하라고 하는 등 자사 플랫폼의 거래 조건을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해달라고 요구(최혜대우 요구)하는 행위 역시 규제 대상이다. 다만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어길 때 부과되는 과징금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현재 관련 매출액의 최대 6%인 과징금 부과 기준을 최대 10%로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불법 행위와 관련된 매출이 아닌 전체 매출액 등으로 부과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 독점 플랫폼 ‘뒷북 제재’ 개선되나


경쟁촉진법에 담길 금지 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제재가 뒤늦게 이뤄진다는 문제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이런 행위를 제재하려면 해당 기업이 지배적인 사업자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제재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이미 경쟁사가 없어지고 독점력이 강화된 후라 제재가 소용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구글은 2016년 자사 앱마켓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게임사들에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조사를 개시하고도 5년 만인 올 4월 이뤄졌다. 그 사이 원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회복 불능 상태로 떨어졌다. 구글은 421억 원의 과징금을 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경쟁사를 제거하고 독점력을 강화한 비용치곤 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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