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알츠하이머 치료제 ‘열풍’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서 공개
인공지능 날씨 예측 모델 등 다양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브레이크스루)로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비만치료제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작용제와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제 등 10개의 성과를 14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이날 사이언스가 공개한 올해 주목받은 성과로 천연 수소 공급원, 신진 연구자 처우 변화, 뉴멕시코 호수의 인간 발자국, 탄소 펌프 기능 저하, 거대 블랙홀 병합, 인공지능(AI) 날씨 예측 모델, 새 말라리아 백신, 엑사스케일 컴퓨터가 선정됐다.

사이언스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을 이례적으로 소개했다. GLP-1 작용제는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다가 위장 운동 저하, 식욕 억제 등의 효과가 나타나 비만치료제로 승인됐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지난달 사용 승인을 받아 기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11월에는 위고비가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데 이어 약물중독,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치료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그야말로 과학계에서 ‘핫 이슈’로 떠올랐다.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도 올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월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항체치료제 ‘레켐비’ 사용을 승인했다. 뇌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하는 약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킨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역시 7월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 알츠하이머 항체치료 시대를 열었다.

9월에는 천연 수소 공급원이 발견됐다.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연료지만 물을 전기 분해해 얻으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과학자들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천연 수소를 찾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호주 노스퍼스 분지에서 천연 수소 공급원을 발견했다.

신진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10월 네이처에 실린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박사후연구원의 41%가 자신의 직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년 전 28% 대비 비약적으로 개선된 수치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영국 웰컴생어연구소 등이 연구자들의 급여 및 근로 조건을 개선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됐다.

10월에는 미국 뉴멕시코에서는 2만여 년 전 사람 발자국이 발견됐다. 방하기 때도 아메리카대륙에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로, 고고학자들의 기존 유추 시기를 약 5000년 앞당겼다.

해수면의 탄소가 심해로 이동하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나왔다. 이 펌프가 제대로 작동해야 탄소를 심해로 포획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표층수가 따뜻해지면서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6월 거대 블랙홀이 병합하면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중력파를 검출한 연구성과도 올해의 성과로 꼽혔다. 거대 블랙홀 쌍성이 합쳐지면서 발생한 중력파의 발견은 블랙홀 및 중력파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딥마인드의 날씨 예측 모델 ‘그래프캐스트’도 등장했다. AI를 이용해 날씨를 예측하면 슈퍼컴퓨터 없이 1분 만에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기예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말라리아 백신 ‘R21’ 사용을 승인했다. 3회 접종 시 감염 위험을 75% 감소시키며, 말라리아 퇴치에 도움이 될 예정이다. 이 밖에 올해는 엑사스케일 컴퓨터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엑사스케일은 초당 100경 번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인텔은 6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인 ‘오로라’ 설치를 완료했고, IBM은 4일 연산 수행 속도가 슈퍼컴퓨터 수준인 양자칩 ‘콘도르’를 소개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