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까지 덮은 미소녀 서브컬처 게임, ‘글로벌 전성시대’[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3-12-08 11:00 수정 2023-1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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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인 센서타워(Sensor Tower)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의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을 분석한 리포트를 통해, 전 세계 시장에서 어드벤처 모바일 부문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게임이 미호요의 ‘원신’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라센글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가 2위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3위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원신’은 최근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하락세라고 평가받는 현재의 월 매출이 약 5000만 달러(한화 약 657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게임 출시 후 지난 2023년 4월까지의 전성기 기간 동안에는 월 평균 매출이 9500만 달러(한 화 1248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고 하니 가히 놀랍습니다.

2023년 1월~7월 어드벤처 모바일 게임 분야 순위 / 출처: Sensor Tower
‘페이트 그랜드 오더’나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붕괴: 스타레일’도 전 세계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과거에 일본에서 한정적으로 유행하던 미소녀 ‘서브컬처’ 게임들이 북미와 유럽, 그리고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서브컬처’는 사실 ‘전체 문화로부터 상대적으로 구별되는 독자성을 지닌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겠는데, 최근 보편적인 인기를 얻다보니 이제는 더 이상 서브컬처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소녀 게임의 위상이 상당히 커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시장이 커진 만큼 국산 서브컬처 게임도 대활약하고 있습니다.

시프트업이 출시한 ‘승리의 여신: 니케’ / 출처: 시프트업
먼저 내년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프트업은 자사의 대표 타이틀 ‘승리의 여신: 니케’로 국내 최정상의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로 발돋움했습니다. 이전 작품인 ‘데스티니 차일드’ 때에도 찬사를 받았지만, ‘승리의 여신: 니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미소녀에 대한 그래픽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적도 당연히 훌륭합니다. 일본의 유명 게임인 ‘니어: 오토마타’와 캐릭터 제휴를 진행한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9월 4일 기준으로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이 3위로 뛰어올랐으며, 글로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일본 6위, 대만 8위, 국내 10위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9월 8일에는 일본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는데요. 서브컬처의 본 고장이라 할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 앱스토어 5위, 대만 2위, 북미 10위의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글로벌 기록을 내면서 2023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 출처: 넥슨
넥슨의 대표 서브컬처 RPG ‘블루 아카이브’도 기세가 뜨겁습니다. 센서타워는 ‘블루 아카이브’가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추정치 약 2.2억 달러(한화 약 288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약 1억 달러 (한화 약 1315억 원)의 매출 추정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 해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서비스 중인 또 다른 서브컬처 게임 ‘에픽세븐’ 또한 지난 2023년 8월에 전 세계 누적 매출 약 6억6700만 달러(한화 약 8771억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서브컬처 게임들이 대단한 성적을 내다보니,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문화 축제도 개최되곤 합니다. 지난 11월 5일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블루 아카이브’ 첫 단독 오케스트라 공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공연은 오후 3시와 7시, 2회에 걸쳐 총 5천여 명의 관객이 함께 했으며, 최영선 지휘자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다시 합을 맞춰 ‘블루 아카이브’가 기록한 추억의 순간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그려냈습니다. 또 2부 마지막에는 가수 윤하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해 ‘Thanks to’, ‘상냥함의 기억’을 부르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오전 8시반 ‘일러스타 페스’ 대기줄 / 출처: 게임동아
행사장 내부 전경 / 출처: 게임동아
서브컬처를 테마로 한 각종 오프라인 축제는 역대급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과 8일 양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종합 서브컬처 이벤트 ‘일러스타 페스’는 얼마나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는지, 입장 대기 줄이 킨텍스 행사장을 크게 한 바퀴 돌 정도였습니다. 이제 안전을 위해 인근 경찰들이 대거 투입되기도 했죠.

또 지난 12월 2일과 3일에 일산 킨텍스 제1 전시장에서 진행된 애니메이션X게임 축제인 ‘AFG 2023’도 행사도 행사 전날 저녁부터 대기 줄이 늘어지기 시작하여, 다음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해소될 만큼 행사장을 찾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지스타 2023에서 신작 서브컬처 게임을 선보인 웹젠 / 출처: 웹젠
이렇게 서브컬처 게임이 시장 대세가 되다 보니, 국내 게임사들은 다양한 차기 서브컬처 게임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웹젠은 지난 11월에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3 게임쇼’에 서브컬처 게임 신작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와 ‘라그나돌’ 등 3종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넷마블 측은 2023년 4분기에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출시해 서브컬처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는 계획입니다. 또 스마일게이트는 반다이 남코의 신작 게임 ‘블루 프로토콜’을 올해 내에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미래의 든든한 먹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듯 서브컬처 게임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고 또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문화의 변화에 새삼 놀라는 요즘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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