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KT, 사우디서 잇단 성과… ICT업계 중동 진출 ‘청신호’

지민구 기자

입력 2023-10-25 03:00 수정 2023-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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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우디 디지털 플랫폼 수주
클라우드 기반 가상도시 구축
KT, 현대건설과 데이터센터 등 추진
“국내 스타트업 더 많은 기회 얻을것”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동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 이번 순방 기간에 사우디 현지 디지털 사업을 수주하거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고, 이후 주변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의 ‘디지털 트윈(쌍둥이 가상세계)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수주 금액은 1억 달러(약 1345억 원)로 전해졌다. 네이버 외에 기술 부문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와 네이버랩스 등도 이 사업에 참여한다.

네이버는 이르면 내년부터 수도 리야드를 포함한 사우디 주요 5개 도시에서 클라우드(인터넷 서버)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공간에서 도시를 실제처럼 구현한 뒤 건물, 도로, 수도 시설 등을 건설하거나 홍수와 같은 재난재해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10cm 안팎의 오차 범위에서 도시 전체를 가상공간에 정밀하게 구현하고 복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KT는 23일(현지 시간)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리야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건설과 함께 사우디에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와 스마트시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현지 ICT 기업 STC그룹이 협력 파트너다.

사우디는 2016년 석유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전환(DX) 등의 전략이 담긴 ‘비전 2030’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사우디 정부 차원의 IDC 구축과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 과정에 KT와 현대건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국내 ICT 기업들로서는 이번 사우디 진출이 다른 중동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우선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우디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동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클라우드 설비도 구축하기로 했다.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 X’의 중동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KT는 사우디 현지에서 인프라 구축 외에 자율주행 기술 등도 논의했다. 네이버와 KT 모두 앞으로 국내 협력업체나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중동 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숙박 시장 디지털 전환 스타트업 H2O호스피탤리티는 최근 사우디의 약 40조 원 규모 국책 관광 개발 사업인 ‘홍해 프로젝트’의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이 지역에 건설될 예정인 50여 개 글로벌 호텔에 숙박 관련 디지털 서비스를 공급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KT 등 주요 기업의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면 국내 스타트업들도 중동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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