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열풍 시들해졌지만…“초전도 기술, 삼성처럼 브랜드화해야”
뉴시스
입력 2023-09-19 14:54 수정 2023-09-19 14:55
'초전도 기술 개발 촉진 및 산업화 지원' 국회 토론회
"韓 초전도 기술 역량 충분…반도체 생태계처럼 키워나가야"
"중점 산·학·연 통해 생태계 구축…초전도업계의 삼성 만든다"
양자, 핵융합,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초전도 기술’ 강화를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발표된 ‘LK-99’를 두고 국내외 관심이 커진 만큼 이를 계기로 기초·응용 분야를 모두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는 과거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산업의 급성장과 같이 초전도 기술을 국가 대표 기술로 브랜드화하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초전도 기술 개발 촉진 및 산업화 지원을 위한 토론회’ 발제를 맡아 이같이 밝혔다.
◆한국, 초전도 기술 이론·응용 분야 역량 모두 충분…특허 기술 선도하기도
한 교수는 “초전도 기술은 크게 기초이론분야와 응용 분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기초이론 분야도 굉장히 탄탄하다. 이러한 기초 연구 역량이 없었으면 겨우 4쪽에 불과한 LK-99 논문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순 없었을 것”이라며 “또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초전도 산업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특히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초전도 자석은 작은 충격만으로도 초전도성을 잃어버리는 ‘퀜츠(Quench)’ 현상이 쉽게 일어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퀜츠가 발생해도 전류가 자연스럽게 옆으로 흘러나가면서 자석이 타버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기술(No-insulation Technique) 특허를 우리나라가 보유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특허료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업체인 서남과 한 교수가 함께 개발한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면 유럽의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등에 활용되는 자석 부품을 훨씬 더 작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MIT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ITER의 초전도 자석은 직경만 25m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더 작게 만들면서도 같은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CFS(Commonwealth Fusion Systems)가 국내 학계의 기술 자문을 통해 자석 소형화에 성공하면서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한 교수는 “핵융합 자석 소형화를 두고 전세계 학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CFS의 기술을 두고 미국 의회가 청문회까지 진행했을 정도”라며 “하지만 백악관이 직접 CFS의 초전도 자석 기술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주면서 학계가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CFS가 만든 자석의 원천기술 특허가 사실상 우리나라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초전도 원천기술연구단’으로 역량 집중…UAM·핵융합·국방 등 기술 응용도
이처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도 선도적 수준의 초전도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 또한 지난해 12월 발표한 과학기술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반도체, 생명과학 등과 함께 초전도 기술을 주요 지원 분야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고온 초전도 원천기술연구단’을 구성해 공동 연구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개별 대학이나 연구소가 MIT나 미국의 고자기장 연구소를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국내 산·학·연의 역량을 한곳에 모두 모은다는 것이 목표다.
한 교수에 따르면 해당 연구단에는 국내 초전도 관련 연구기관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30개 기관의 228명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고 올해 8월까지 논문 출판 38편, 특허 출원 16건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초전도 기술 인력 양성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지원과 산·학 공동 사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연구단이 창출한 기초연구 성과를 산업계의 응용 분야에 접목하는 식이다. 대표적 사례로 ▲현대자동차의 UAM용 초전도 모터 ▲슈퍼제닉스의 차세대 MRI용 고온 초전도 자석 ▲서울대가 추진하는 미국·영국·이탈리아와의 고온 초전도 핵융합 공동연구 ▲소해함·MHD 등 국방 분야 초전도 응용 기술 ▲현재보다 100배 이상 성능을 내는 방사광 가속기 핵심장치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초전도 기술도 반도체처럼…소부장 생태계 구축+기술 브랜드화 추진 필요
다만 정부의 연구단 운영 예산은 약 5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예산을 제대로 다 받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국가 R&D 예산 전반이 삭감되면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우리나라가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개발을 하고 있고, 연구단이 많은 원천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500억원 수준의 예산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요를 따라잡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부가 초전도 기술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기정통부가 초전도 기술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학계에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초전도 기술이 반도체 기술·산업과 유사한 형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크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전문 기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소부장 기업, 반도체 기반의 부품들을 만드는 1차 판매사, 1차 부품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컴퓨터·자동차 등 완제품을 만드는 2차 판매사로 구성된다.
초전도 업계 또한 이같은 형태로 구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전도 자석 전문 기업을 중심으로 하고, 초전도 기술 관련 소부장 기업과 바이오·의료·국방 등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는 1·2차 판매사로 구성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교수는 이같은 생태계 구성을 위해서는 산·학·연 모두에서 중점 기업(초전도 자석 기업), 중점 연구소(국가 고자기장 연구원), 중점 대학(초전도 응용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중점 산·학·연을 기반으로 각 지방에도 거점 분야를 확대해 전국적으로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종적 목표는 이렇게 구성된 생태계를 토대로 초전도 기술을 ‘국가 대표 기술’로 브랜드화해 선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기술력 뿐만 아니라 ‘삼성 반도체는 최고 수준’이라는 브랜드의 힘을 갖고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 초전도 기술 브랜드는 없지만, 새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 기술 브랜드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제조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서울=뉴시스]
"韓 초전도 기술 역량 충분…반도체 생태계처럼 키워나가야"
"중점 산·학·연 통해 생태계 구축…초전도업계의 삼성 만든다"
양자, 핵융합,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초전도 기술’ 강화를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발표된 ‘LK-99’를 두고 국내외 관심이 커진 만큼 이를 계기로 기초·응용 분야를 모두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는 과거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산업의 급성장과 같이 초전도 기술을 국가 대표 기술로 브랜드화하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초전도 기술 개발 촉진 및 산업화 지원을 위한 토론회’ 발제를 맡아 이같이 밝혔다.
◆한국, 초전도 기술 이론·응용 분야 역량 모두 충분…특허 기술 선도하기도
한 교수는 “초전도 기술은 크게 기초이론분야와 응용 분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기초이론 분야도 굉장히 탄탄하다. 이러한 기초 연구 역량이 없었으면 겨우 4쪽에 불과한 LK-99 논문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순 없었을 것”이라며 “또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초전도 산업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특히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초전도 자석은 작은 충격만으로도 초전도성을 잃어버리는 ‘퀜츠(Quench)’ 현상이 쉽게 일어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퀜츠가 발생해도 전류가 자연스럽게 옆으로 흘러나가면서 자석이 타버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기술(No-insulation Technique) 특허를 우리나라가 보유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특허료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업체인 서남과 한 교수가 함께 개발한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면 유럽의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등에 활용되는 자석 부품을 훨씬 더 작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MIT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ITER의 초전도 자석은 직경만 25m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더 작게 만들면서도 같은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CFS(Commonwealth Fusion Systems)가 국내 학계의 기술 자문을 통해 자석 소형화에 성공하면서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한 교수는 “핵융합 자석 소형화를 두고 전세계 학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CFS의 기술을 두고 미국 의회가 청문회까지 진행했을 정도”라며 “하지만 백악관이 직접 CFS의 초전도 자석 기술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주면서 학계가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CFS가 만든 자석의 원천기술 특허가 사실상 우리나라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초전도 원천기술연구단’으로 역량 집중…UAM·핵융합·국방 등 기술 응용도
이처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도 선도적 수준의 초전도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 또한 지난해 12월 발표한 과학기술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반도체, 생명과학 등과 함께 초전도 기술을 주요 지원 분야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고온 초전도 원천기술연구단’을 구성해 공동 연구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개별 대학이나 연구소가 MIT나 미국의 고자기장 연구소를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국내 산·학·연의 역량을 한곳에 모두 모은다는 것이 목표다.
한 교수에 따르면 해당 연구단에는 국내 초전도 관련 연구기관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30개 기관의 228명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고 올해 8월까지 논문 출판 38편, 특허 출원 16건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초전도 기술 인력 양성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지원과 산·학 공동 사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연구단이 창출한 기초연구 성과를 산업계의 응용 분야에 접목하는 식이다. 대표적 사례로 ▲현대자동차의 UAM용 초전도 모터 ▲슈퍼제닉스의 차세대 MRI용 고온 초전도 자석 ▲서울대가 추진하는 미국·영국·이탈리아와의 고온 초전도 핵융합 공동연구 ▲소해함·MHD 등 국방 분야 초전도 응용 기술 ▲현재보다 100배 이상 성능을 내는 방사광 가속기 핵심장치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초전도 기술도 반도체처럼…소부장 생태계 구축+기술 브랜드화 추진 필요
다만 정부의 연구단 운영 예산은 약 5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예산을 제대로 다 받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국가 R&D 예산 전반이 삭감되면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우리나라가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개발을 하고 있고, 연구단이 많은 원천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500억원 수준의 예산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요를 따라잡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부가 초전도 기술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기정통부가 초전도 기술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학계에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초전도 기술이 반도체 기술·산업과 유사한 형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크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전문 기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소부장 기업, 반도체 기반의 부품들을 만드는 1차 판매사, 1차 부품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컴퓨터·자동차 등 완제품을 만드는 2차 판매사로 구성된다.
초전도 업계 또한 이같은 형태로 구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전도 자석 전문 기업을 중심으로 하고, 초전도 기술 관련 소부장 기업과 바이오·의료·국방 등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는 1·2차 판매사로 구성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교수는 이같은 생태계 구성을 위해서는 산·학·연 모두에서 중점 기업(초전도 자석 기업), 중점 연구소(국가 고자기장 연구원), 중점 대학(초전도 응용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중점 산·학·연을 기반으로 각 지방에도 거점 분야를 확대해 전국적으로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종적 목표는 이렇게 구성된 생태계를 토대로 초전도 기술을 ‘국가 대표 기술’로 브랜드화해 선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기술력 뿐만 아니라 ‘삼성 반도체는 최고 수준’이라는 브랜드의 힘을 갖고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 초전도 기술 브랜드는 없지만, 새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 기술 브랜드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제조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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