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 딛고 서비스 다듬은 ‘본디’, 메타버스의 ‘봄’ 다시 올까
동아닷컴
입력 2023-08-23 18:47 수정 2023-08-23 18:50
요즘은 뭐든지 빠르다. 정보의 유통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고, 사람들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그러다 보니 생소한 신규 서비스나 기술이 갑자기 큰 화제가 되기도 하고, 또 반대로 ‘대세’가 될 줄 알았던 것이 어느새 존재감을 잃기도 한다.
이를테면 ‘트위터(Twitter)’는 등장 초기, 그야말로 SNS의 표준이 될 기세로 빠르게 사용자 수를 늘려 나갔지만. 2010년대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게 압도당하기에 이르렀다. 음성 기반 SNS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클럽하우스(Clubhouse)’도 2020년 등장 초기에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초대장이 돈 받고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2023년 현재, 예전의 기세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줄어들었다.
가상 공간에 새로운 현실을 구축한다는 메타버스(Metaverse) 서비스도 이런 기로에 선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메타버스는 2020년을 전후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더불어 급속히 주목도가 높아진 분야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즈음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졌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최근 1년간의 ‘메타버스’ 키워드 검색량을 조회해 본 결과, 100에 가까울수록 높은 관심도를 의미하는 구글 트렌드의 수치는 지난해 10월 100까지 치솟았으나, 서서히 감소하며 올해 7월에 즈음에는 38에 그쳤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VR(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를 인수했으나, 지난 3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관련인력을 구조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이 2021년에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역시 출시 초기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 같다. 모바일 비즈니스 플랫폼 아이지웍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이프랜드의 최근 6개월 간의 월 이탈률 평균은 83.8%에 이른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코로나19의 엔데믹화, 혹은 메타버스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하기에는 다소 이른 것 같다. 올해 초, 귀여운 아바타를 무기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Bondee)’의 사례도 있다.
본디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든 올해 초 앱이 출시되었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서비스의 국적 논란,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논란이 SNS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부침을 겪었고, 스토어 순위도 크게 하락했다.
다만, 이런 이슈보다는 서비스 자체의 내용이나 확보한 이용자의 수, 서비스 기간 등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것이 더 문제였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본디는 많은 이용자들과 충분히 교감하며 신뢰를 쌓을 정도로 익숙하거나 오래된 서비스는 아니다. 본디 역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여러 가지 기능들을 업데이트했고, 다음 달 대규모 업데이트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본디는 실시간으로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본디의 ‘스페이스’ 기능은 과거 2000년대 초 SNS를 회상시키는 본디의 주요 흥행 요소 중 하나다. 포스트잇 형식으로 친구의 스페이스에 방명록을 남기는 것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었지만, 현재는 내 아바타를 데리고 실제 방문까지 할 수 있다. 친구의 스페이스에 최대 20명까지 모일 수 있고, 스페이스에 있는 사물과의 상호작용 또한 가능하다. 원한다면 가상의 스페이스에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파티, 팬 미팅 등과 같은 활동도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유유자적 경치를 감상하고, 아이템을 얻는 ‘플로팅’ 기능 역시 본디의 특색 중 하나였다. 하지만 멍하니 캐릭터가 혼자 배를 타는 것을 구경하는 것뿐, 그 밖의 기능은 없어 오래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에 본디는 플로팅 중에 다른 이용자를 바다 위에서 만날 수 있게 앱을 업데이트했다.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다른 유저와 만나서 함께 플로팅을 즐길 수도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친구의 아바타를 클릭하여 같은 옷을 착용해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전용 아이템으로 아바타와 스페이스, 채팅 효과 등을 꾸밀 수 있는 ‘본디 플러스’ 멤버십 등의 서비스를 업데이트했다. 이와 더불어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채팅 참여 가능 인원을 1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스페이스 역시 4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용자가 스페이스를 용도에 맞게 꾸밀 수 있는 만큼, 채팅으로 동창회 같은 단체 모임을 계획하고, 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디는 지난 20여년 동안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에서 고위직을 역임해 온 페이 유(Fei Yu)를 지난 8월 싱가포르 본사 CEO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도 강화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성공 사례가 눈에 띄게 많지 않은 현시점에, 본디의 이런 변화 시도가 해당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만하다.
본디의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페이 유 신임 CEO는 기술을 통해 시장 혁신을 주도하고,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 온 만큼, 향후 사업 확장 및 서비스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고, 사용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운영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이를테면 ‘트위터(Twitter)’는 등장 초기, 그야말로 SNS의 표준이 될 기세로 빠르게 사용자 수를 늘려 나갔지만. 2010년대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게 압도당하기에 이르렀다. 음성 기반 SNS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클럽하우스(Clubhouse)’도 2020년 등장 초기에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초대장이 돈 받고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2023년 현재, 예전의 기세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줄어들었다.
가상 공간에 새로운 현실을 구축한다는 메타버스(Metaverse) 서비스도 이런 기로에 선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메타버스는 2020년을 전후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더불어 급속히 주목도가 높아진 분야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즈음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졌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최근 1년간의 ‘메타버스’ 키워드 검색량을 조회해 본 결과, 100에 가까울수록 높은 관심도를 의미하는 구글 트렌드의 수치는 지난해 10월 100까지 치솟았으나, 서서히 감소하며 올해 7월에 즈음에는 38에 그쳤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VR(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를 인수했으나, 지난 3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관련인력을 구조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이 2021년에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역시 출시 초기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 같다. 모바일 비즈니스 플랫폼 아이지웍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이프랜드의 최근 6개월 간의 월 이탈률 평균은 83.8%에 이른다.
출처=본디
다만,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코로나19의 엔데믹화, 혹은 메타버스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하기에는 다소 이른 것 같다. 올해 초, 귀여운 아바타를 무기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Bondee)’의 사례도 있다.
본디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든 올해 초 앱이 출시되었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서비스의 국적 논란,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논란이 SNS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부침을 겪었고, 스토어 순위도 크게 하락했다.
다만, 이런 이슈보다는 서비스 자체의 내용이나 확보한 이용자의 수, 서비스 기간 등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것이 더 문제였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본디는 많은 이용자들과 충분히 교감하며 신뢰를 쌓을 정도로 익숙하거나 오래된 서비스는 아니다. 본디 역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여러 가지 기능들을 업데이트했고, 다음 달 대규모 업데이트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스페이스 기능(왼쪽, 가운데)과 플로팅(오른쪽) 기능 / 출처= 본디
최근 업데이트된 본디는 실시간으로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본디의 ‘스페이스’ 기능은 과거 2000년대 초 SNS를 회상시키는 본디의 주요 흥행 요소 중 하나다. 포스트잇 형식으로 친구의 스페이스에 방명록을 남기는 것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었지만, 현재는 내 아바타를 데리고 실제 방문까지 할 수 있다. 친구의 스페이스에 최대 20명까지 모일 수 있고, 스페이스에 있는 사물과의 상호작용 또한 가능하다. 원한다면 가상의 스페이스에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파티, 팬 미팅 등과 같은 활동도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유유자적 경치를 감상하고, 아이템을 얻는 ‘플로팅’ 기능 역시 본디의 특색 중 하나였다. 하지만 멍하니 캐릭터가 혼자 배를 타는 것을 구경하는 것뿐, 그 밖의 기능은 없어 오래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에 본디는 플로팅 중에 다른 이용자를 바다 위에서 만날 수 있게 앱을 업데이트했다.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다른 유저와 만나서 함께 플로팅을 즐길 수도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친구의 아바타를 클릭하여 같은 옷을 착용해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전용 아이템으로 아바타와 스페이스, 채팅 효과 등을 꾸밀 수 있는 ‘본디 플러스’ 멤버십 등의 서비스를 업데이트했다. 이와 더불어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채팅 참여 가능 인원을 1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스페이스 역시 4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용자가 스페이스를 용도에 맞게 꾸밀 수 있는 만큼, 채팅으로 동창회 같은 단체 모임을 계획하고, 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 유(Fei Yu) 본디 신임 CEO / 출처=본디
한편, 본디는 지난 20여년 동안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에서 고위직을 역임해 온 페이 유(Fei Yu)를 지난 8월 싱가포르 본사 CEO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도 강화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성공 사례가 눈에 띄게 많지 않은 현시점에, 본디의 이런 변화 시도가 해당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만하다.
본디의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페이 유 신임 CEO는 기술을 통해 시장 혁신을 주도하고,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 온 만큼, 향후 사업 확장 및 서비스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고, 사용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운영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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