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수장 김영섭, 전면적 인적쇄신으로 ‘이권 카르텔’ 혁파 나선다

최진렬 기자

입력 2023-08-12 10:40 수정 2023-08-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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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재무통 LG맨’… 이석채·황창규 이은 세 번째 외부 출신 CEO

김영섭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 동아DB
9개월 동안 이어진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KT가 8월 4일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사실을 알리면서다. LG그룹에 38년간 몸담았던 김 후보자가 차기 대표로 선정된 만큼 ‘이권 카르텔’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8월 3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차기 대표에 오르게 된다.


LG 재무통에서 KT 수장으로
김 후보자는 정통 LG맨으로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그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후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솔루션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LG CNS 대표이사까지 지낸 후 퇴임했다. 김 후보자의 사장 재임 기간(2015~2022) LG CNS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4%, 359% 증가했다. 특히 LG CNS는 2019년을 기점으로 매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다년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CEO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전환(DX) 역량과 본질에 기반한 성장을 도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 체계 정착 및 기업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향후 KT 미래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경영 공백이 오랫동안 지속된 만큼 KT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의 선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KT 노동조합은 8월 7일 “(김 후보자가) 미래성장에 대한 혁신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 기업으로서 KT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적임자임을 믿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재계 12위 기업으로 50여 개 계열사에 5만8000명이 몸담고 있는 KT는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면서 박종운 사장의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굴러갔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달부터 ‘김영섭 체제’가 들어설 전망이다. 이 경우 김 후보자는 이석채, 황창규 전 회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외부 출신 CEO가 된다.

그간 KT 측은 수차례 차기 대표 후보 선정 절차를 밟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표 참조). 지난해 11월 8일 구현모 전 KT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차기 대표 이슈가 부상했지만 국민연금 측 반대로 무산됐다. 국민연금은 KT의 1대 주주로, 당시 전체 지분의 10.13%를 보유했다. 구 전 대표는 이후 재도전했으나 끝내 중도 하차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상한 이권 카르텔 논란이 연임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줄곧 이권 카르텔 논란을 겪었다.

‘KT맨’ 윤경림 전 사장이 이후 최종 후보로 선정됐으나 역시 이권 카르텔 논란에 가로막혀 사의를 표명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은 현재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7월 20일 구현모·남중수 전 KT 대표와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등의 주거지 및 사무실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청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시(공정거래법 위반)와 경영 간섭(하도급법 위반) 등 혐의다.

“이권 카르텔 불식, CEO 의지 중요”
외부 인사가 사령탑을 맡는 만큼 이권 카르텔 논란을 종식할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KT 새노조는 김 후보자에게 “소위 이권 카르텔이 회사에 끼친 손해를 청구해 그 책임을 명백히 물음으로써 이런 사태가 더는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KT의 이권 카르텔 논란을 불식하려면 CEO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KT 내부에서는 김영섭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인적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LG CNS 대표 시절 사업부 통폐합 등을 이끈 점도 이 전망에 힘을 싣는다. 외부 출신인 이석채·황창규 전 회장 역시 취임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 효율화 명분으로 인적쇄신을 추진해 기존 이권 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KT 각 사업부로부터 보고를 받아 업무를 파악하며 임시 주주총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KT의 신사업 부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KT는 신사업 부문에서 기대 이상 성과를 내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5475억 원, 5761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2분기 기준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김영진 KT CFO는 8월 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김 후보자는 ICT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 건실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며 “DX 역량에 기반한 혁신적인 성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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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2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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