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업무보고에 신동주 배석… 동빈 등장에 ‘어색한 만남’
김창덕기자 , 손가인기자 , 최고야기자
입력 2015-08-04 03:00 수정 2015-08-04 03:00
[롯데그룹 후계 분쟁]
롯데호텔 34층에서 무슨 일이
“저는 한국에서 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 왔던 사람입니다.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이 살아 있는 국내외 우리 그룹 기업들을 빨리 정상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게 제 역할입니다.”
3일 오후 2시 40분경 일본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회장님 옆에서’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 등의 표현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형을 언제 어디서 만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야겠죠”라고만 답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전날까지 폭로전을 벌인 아버지와 형을 신동빈 회장이 쉽게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 짧았던 한 달 만의 부자 대면
신동빈 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2시 50분경 김포공항을 떠난 뒤부터는 ‘신동빈 진영’과 ‘반(反)신동빈 진영’ 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졌다.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반신동빈 인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이 시간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 다녀온 뒤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무시고 계셔서 다시 내려왔다”고 했다.
3시 25분경 신동빈 회장을 태운 차량이 호텔 앞에 도착했고, 신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신 회장이 아버지 집무실에 들어간 것은 3시 30분경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관계자 4명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 자리에 배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업무 현안을 보고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출장 다녀왔습니다.”(신동빈 회장)
“어허, 어디?”(신격호 총괄회장)
“일본 다녀왔습니다.”(신동빈 회장)
이 장면에서 롯데그룹 측과 신선호 사장 측의 증언이 크게 엇갈린다. 복수의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분한 상태였고, 신동빈 회장 말을 별다른 반응 없이 그대로 듣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선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얘기할 시간도 없었지 싶어요”라며 “(머물렀던 시간은) 한 1, 2초 그랬어요”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총괄회장님은 격노해 계신 상태”라면서 “무서운 얼굴로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신선호 사장은 당시 옆방에 있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신선호 사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과장했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 신격호 건강 이상설 확대
이날 신격호-신동빈 부자간 만남은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롯데그룹 측 말이 맞다면 전날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에서 차남을 맹비난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하루 만에 평온한 모습으로 신동빈 회장을 맞은 것이다. 또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들의 일본 출장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건강하지만 판단력이 흐린 상태”라는 데 다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김포공항에서 아버지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온전치 못하다는 기존 주장을 시인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롯데계열사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평소에도 보고드린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10년 전 일은 기억해도 한 달 전은 기억 못하는 게 그 나이 때 노인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계속 보고를 드리는 건 ‘당신께서 오랫동안 일군 기업을 여전히 챙기고 일을 한다’는 의미였고 예우 차원이기도 했다”며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려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의 짧은 만남은 롯데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재차 확인해 줬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 달 만에 만나는 자리에 동생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배석했다. 이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과의 선을 분명히 긋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도 아버지와의 대면에서 그동안 곪아왔던 갈등을 한 번에 풀겠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귀국 직후 아버지를 가장 먼저 찾음으로써 ‘아버지를 내친 패륜아’라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며 “현재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형에 비해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유일한 약점을 이번 만남으로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최고야·손가인 기자
롯데호텔 34층에서 무슨 일이
“저는 한국에서 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 왔던 사람입니다.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이 살아 있는 국내외 우리 그룹 기업들을 빨리 정상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게 제 역할입니다.”
3일 오후 2시 40분경 일본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회장님 옆에서’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 등의 표현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형을 언제 어디서 만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야겠죠”라고만 답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전날까지 폭로전을 벌인 아버지와 형을 신동빈 회장이 쉽게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 짧았던 한 달 만의 부자 대면
신동빈 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2시 50분경 김포공항을 떠난 뒤부터는 ‘신동빈 진영’과 ‘반(反)신동빈 진영’ 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졌다.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반신동빈 인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이 시간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 다녀온 뒤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무시고 계셔서 다시 내려왔다”고 했다.
3시 25분경 신동빈 회장을 태운 차량이 호텔 앞에 도착했고, 신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신 회장이 아버지 집무실에 들어간 것은 3시 30분경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관계자 4명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 자리에 배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업무 현안을 보고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출장 다녀왔습니다.”(신동빈 회장)
“어허, 어디?”(신격호 총괄회장)
“일본 다녀왔습니다.”(신동빈 회장)
이 장면에서 롯데그룹 측과 신선호 사장 측의 증언이 크게 엇갈린다. 복수의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분한 상태였고, 신동빈 회장 말을 별다른 반응 없이 그대로 듣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선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얘기할 시간도 없었지 싶어요”라며 “(머물렀던 시간은) 한 1, 2초 그랬어요”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총괄회장님은 격노해 계신 상태”라면서 “무서운 얼굴로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신선호 사장은 당시 옆방에 있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신선호 사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과장했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 신격호 건강 이상설 확대
이날 신격호-신동빈 부자간 만남은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롯데그룹 측 말이 맞다면 전날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에서 차남을 맹비난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하루 만에 평온한 모습으로 신동빈 회장을 맞은 것이다. 또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들의 일본 출장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건강하지만 판단력이 흐린 상태”라는 데 다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김포공항에서 아버지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온전치 못하다는 기존 주장을 시인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롯데계열사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평소에도 보고드린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10년 전 일은 기억해도 한 달 전은 기억 못하는 게 그 나이 때 노인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계속 보고를 드리는 건 ‘당신께서 오랫동안 일군 기업을 여전히 챙기고 일을 한다’는 의미였고 예우 차원이기도 했다”며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려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의 짧은 만남은 롯데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재차 확인해 줬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 달 만에 만나는 자리에 동생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배석했다. 이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과의 선을 분명히 긋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도 아버지와의 대면에서 그동안 곪아왔던 갈등을 한 번에 풀겠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귀국 직후 아버지를 가장 먼저 찾음으로써 ‘아버지를 내친 패륜아’라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며 “현재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형에 비해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유일한 약점을 이번 만남으로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최고야·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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