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벤츠 SLK 200 “벚꽃 따라 한 밤의 드라이브”

동아경제

입력 2015-05-15 09:00 수정 2015-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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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공기 때문인지 지붕을 열고 달리기는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어느 틈에 헤드레스트 상단 송풍구에서 따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감싸며 머플러를 두른 듯 온기가 느껴진다. 주행 속도에 따라 바람 세기가 자동으로 조정되니 편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정도라면 한 겨울에도 루프를 열고 달릴 수 있을 듯싶다. 바람을 따라 벚꽃이 흩날리고 메르세데스벤츠의 콤팩트 로드스터 ‘SLK 200’은 가볍게 꽃길을 질주한다.

1996년 1세대를 시작으로 현행 3세대에 이르기까지 하드톱 로드스터 세그먼트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벤츠 SLK클래스는 날렵한 차체 비율과 역동성을 강조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편안함과 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벤츠의 전통을 이어받은 유전자는 실내외 곳곳에 고스란히 담겼고 군더더기 없는 주행실력은 스티어링 휠을 잡을 때 마다 짜릿한 흥분을 전했다.

SLK 200은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140mm, 1835mm, 1325mm로 작은 차체가 특징이다. 4.1m가 조금 넘는 전장은 한눈에도 경량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툭 튀어나온 기다란 보닛과 상대적으로 짧은 테일 엔드 등은 전통적인 로드스터 형상을 띈다. 특히 각 부분의 디테일은 역동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강조하며 잘게 쪼개진 근육질 복서를 연상시킨다.
전면에서 폭을 넓게 가져가면서 수직으로 세운 라디에이터그릴은 중앙 벤츠 엠블럼을 더욱 강조하며 하단 크롬으로 멋을 낸 안개등과 짝을 이뤄 강력한 성능을 강조한다. 전조등은 1950년대 전설적 로드스터 190 SL의 느낌을 되살려 클래식한 모습을 유지하고, LED 기능을 더해 야간 시야확보를 돕는다. 조금 더 날렵한 느낌을 살렸다면 아쉬움도 남지만 전제적인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 수준에선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측면은 루프를 닫은 모습에선 유선형의 라인으로 콤팩트한 차체를 강조한다. 반대로 루프가 개방 된 후에는 바닥에 닿을 듯 낮은 차체와 넓은 전폭으로 인해 안정감 있는 자세와 확 트인 전방 시야를 선사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긴 보닛과 짧은 테일 엔드는 차량이 멈춰있는 상태에서도 앞으로 달려 나갈듯 역동적이다.

실내는 운전자와 동승자를 위한 2개의 시트를 제외하면 비좁은 공간과 특별할 것 없는 단출한 편의사양을 가졌다. 차량 가격에 비해 부족한 듯 보이지만, 사계절 가능한 오픈 에어링을 경험해 본다면 이해할 만하다.

SLK 200의 파워트레인은 배기량 1796cc,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7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장착해 높은 효율성과 부드러운 주행성능을 갖췄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5kg.m으로 엔진 회전수 1800~4600의 실용영역에서 뛰어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 성능 또한 폭발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안전최고속도 237km/h, 정지 상태에서 100km/h를 7.0초에 주파하며 작은 차체와 경량화 된 중량으로 인해 제원표를 넘어서는 성능을 맛 볼 수 있다.

노면의 요철이 그대로 전달되는 단단한 하체는 고속주행에서 특히 안정감을 발휘한다. 바닥에 닿을 듯 낮은 차체와 맞물려 요리조리 돌아나가는 회전구간에서 운전의 재미를 한 차원 끌어올린다. 한편으론 장시간 운전에서 쉽게 피로감을 느낄 만큼의 허리통증을 가져온다는 단점도 있다.

단단한 승차감에 비하면 7G-트로닉 플러스 변속기는 부드러운 세팅이다. 가속 시 변속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패들시프트와 수동변속 등을 이용해 보다 높은 영역대의 RPM으로 공격적인 주행을 하면 스포츠카 못지않은 민첩함 또한 인상적이다.
운전의 재미와 오픈 에어링의 낭만을 가진 SLK 200의 국내 판매 가격은 66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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