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넘기면 경제실리 놓쳐… ‘사드와 맞교환’ 외교 포석도

홍수용기자

입력 2015-03-19 03:00 수정 2015-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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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IIB 가입 결정]

한국이 미국이 반대해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전격 결정한 것은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AIIB 참여 방침을 잇달아 밝히는 등 최근 상황이 달라져 미국과의 외교적 신뢰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실익까지 챙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32번째로 AIIB 가입 의사를 밝힘에 따라 ‘블루 오션’으로 통하는 아시아 미개발 지역에 대한 개발 주도권을 행사할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


○ ‘중국 독주 우려’ 해소


한국은 지난해부터 AIIB 가입을 저울질했지만 동맹국인 미국이 AIIB가 중국의 독주체제로 흐를 것이라고 우려해 가입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한국 정부에 5000억∼7000억 원대의 자본금을 내되 투자 관련 결정권이 없는 ‘비상임 이사’ 자격으로 참여해 달라는 제안서를 보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일본이 AIIB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유력한 2대 주주인 한국에도 권한을 나눠주지 않고 중국 주도로 이 기구를 끌고 가겠다는 취지였다. 한국이 돈만 대고 들러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상황이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AIIB에 가입하면서 중국을 제어할 장치가 마련됐다는 기류가 흘렀다. 강대국의 입김이 세지면 미국이 그동안 한국 등 동맹국의 AIIB 가입에 반대해온 문제점이 일부 해소되는 효과가 생긴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AIIB 경영구조의 핵심인 이사회가 상근이사를 둔 상임체제가 아니라 ‘비상임체제’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해왔다. 중국이 임명한 집행부와 이들의 지휘를 받는 사무국이 사업결정권을 장악할 경우 비상임이사회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대국들이 대거 AIIB 회원국으로 참여하면 중국이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임이라도 영국 프랑스 등이 지분에 따라 선임한 이사들이 중국의 무리한 투자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AIIB 내 서방 회원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환경 및 인권 관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개발주도권 놓칠라’ 서둘러 결정


정부는 AIIB 가입을 통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정치 외교적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한국이 인프라 개발사업의 핵심 수혜국가가 될 수 있다. 기존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체제여서 한국의 입지가 크지 않았던 반면 아세안 러시아 몽골 등이 회원국이 되는 AIIB에 참여하면 한국 기업들이 AIIB가 추진하는 건설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 북한 역시 AIIB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통일시대에 대비해 북한 인프라 투자에 한국이 참여할 통로가 생긴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런 기대효과가 큰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는 중국이 제시한 시한인 이달 말을 넘기면 AIIB 창립 회원국으로서의 자격과 권한을 인정받지 못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었다. 초기 멤버로 참여하면 AIIB가 투자하는 국제 인프라 공사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지만 가입 시기를 놓치면 이런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다.

중국 전문가인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AIIB에 참여하면 추후 북한 개발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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