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선물카드로 사치품 많이 사는 이유 있었네

동아일보

입력 2014-06-19 03:00 수정 2014-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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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의 가치는 그것이 현금이든 신용카드든 혹은 선물카드든 똑같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은 실생활에서 종종 깨지곤 한다. 소비자들은 필수품을 구입할 때 쓰는 계좌와 사치용품이나 레저용품을 살 때 쓰는 계좌를 머릿속에서 구분해 관리하는 성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매월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나 투자의 대가로 얻은 수익은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반면 카지노나 세금 환급을 통해 얻은 수입은 사치품, 레저용품, 고급 음식 등 개인의 쾌락을 증진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이용한다. 이처럼 특정 수입을 특정 지출에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가리켜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한다.

요즈음 웬만한 대형마트, 백화점, 은행에서는 직불카드와 비슷한 개념의 선물카드가 인기다. 이미 선불된 액수만큼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선물카드를 사용해 구입하는 품목이 현금을 사용하는 품목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 토머스 길로비치 연구팀의 연구 결과 입증됐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코넬대 캠퍼스에 입점한 14개 점포에서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를 연구했다. 점포는 사치품과 생활용품 그룹으로 구분했고, 소비자들은 선물카드 사용자, 신용카드 사용자, 듀얼 사용자로 각각 나눴다. 분석 결과 선물카드 사용자들은 사치품을 파는 점포에서 대부분 쇼핑했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사치품 소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흥미로운 것은 선물카드와 신용카드를 모두 사용한 듀얼 사용자들의 카드 사용 선호가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선물카드로는 사치품을 계산하고 신용카드로는 생활용품을 샀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탈출하는 꿈을 꾼다. 이때 필요한 것은 탈출을 도와줄 경제적 수단과 정당화 근거다. 선물카드는 일상용품에 찌든 쇼핑의 단조로움과 고단함을 사치품을 구입함으로써 풀어주고 정당화한다. 선물카드는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이미 ‘일상 탈출용’ 계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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