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그로프스, “1%의 군더더기도 없애라” 기능에 다걸기
동아일보
입력 2014-05-20 03:00 수정 2014-05-20 03:00
[100년 아웃도어 브랜드 스웨덴 ‘하그로프스’ 르포]
똑같은 회색 풍경만 보고 있자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무 사이를 걷고 있는 남자 2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린아이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모자를 꾹 눌러 쓴 채 빗길을 헤쳐 가는 청년들. 트레킹을 하는 그들을 보고서야 내가 ‘아웃도어의 본고장’ 스웨덴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스웨덴 아웃도어 제품들은 패션보다 기능에 중점을 둔다. 의류는 덕지덕지 붙는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없앴다. 가볍게 오래 걷기 위한 노력이다. 점퍼의 주머니는 대부분 옆구리가 아닌 가슴팍에 달려 있다. 허리에 등반 장비나 힙색을 차도 주머니를 쓰는 데 불편이 없도록 위치를 조절한 것이다.
○ 100년간 기능에 매달렸다
산드비켄의 100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리샤르드 야그루드 글로벌세일즈 매니저와 앨리스터 캐머런 이사회 의장은 기자에게 스웨덴의 첫인상을 물었다. “우중충하다”고 하자 “그런 환경이 하그로프스의 경영철학을 이끌어냈다”는 답이 돌아왔다.
“100년 전부터 우리는 최악의 날씨 속에서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왔고, 눈이 잔뜩 쌓인 산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왔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세기를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이지요.”(야그루드 매니저)
실제로 하그로프스의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입고 아웃도어 활동을 한다. 전문 산악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제품을 미리 써보도록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필요한 것을 보완한다.
캐머런 의장은 “우리는 늘 뛰어난 기능을 추구했고, 그것이 우리의 정신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봄 하그로프스가 새롭게 선보인 ‘림(LIM)’ 시리즈는 바로 이런 정신을 집약한 상품이다. 캐머런 의장은 “가벼운 신발을 신으면 더 높이, 더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기능의 차이를 느낀다면 이 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자연을 지켜야
본사에서 만난 렌나르트 에크베리 지속가능경영 담당 이사는 “아웃도어 활동은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 일이다. 자연을 파괴하며 자연을 즐긴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는 캐머런 의장에게 “한국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공부는 그만! 아웃도어를 즐기세요! 자연을 다 느끼기에도 인생은 짧아요.” 그는 한국 학생들이 평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도 학원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강은아 채널A 기자 euna@donga.com
하그로프스는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산드비켄의 한 호텔에서 브랜드 출범 100주년 행사를 열고 패션쇼 등을 통해 시대별 대표 상품을 소개했다. 모델들이 올해 출시된 스키 라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산드비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스웨덴에 도착한 첫날(이달 8일·현지 시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 북쪽에 있는 산드비켄까지 가는 2시간 동안 버스 창밖에는 잿빛 하늘, 끝없는 평지, 그 위로 곧게 뻗은 나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똑같은 회색 풍경만 보고 있자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무 사이를 걷고 있는 남자 2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린아이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모자를 꾹 눌러 쓴 채 빗길을 헤쳐 가는 청년들. 트레킹을 하는 그들을 보고서야 내가 ‘아웃도어의 본고장’ 스웨덴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강은아 채널A 기자
스웨덴은 트레킹,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스키 등 아웃도어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텐트와 버너, 침낭을 담은 배낭 하나만 둘러메고 길을 떠난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근처 공원을 찾고, 휴가철이면 일주일씩 자연에 몸을 맡긴다. 그들에게 아웃도어는 ‘생활’이다.그래서 스웨덴 아웃도어 제품들은 패션보다 기능에 중점을 둔다. 의류는 덕지덕지 붙는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없앴다. 가볍게 오래 걷기 위한 노력이다. 점퍼의 주머니는 대부분 옆구리가 아닌 가슴팍에 달려 있다. 허리에 등반 장비나 힙색을 차도 주머니를 쓰는 데 불편이 없도록 위치를 조절한 것이다.
○ 100년간 기능에 매달렸다
모델들이 올해 출시한 ‘림 시리즈’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고 스웨덴 산드비켄의 말라렌 호수 주변을 걷고 있다.
하그로프스는 스웨덴에서 100년째 아웃도어 브랜드를 일궈온 기업이다. 유럽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손꼽힌다. 2012년 한국에 진출에 현재 전국에서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는 조금씩 마니아층이 생기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산드비켄의 100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리샤르드 야그루드 글로벌세일즈 매니저와 앨리스터 캐머런 이사회 의장은 기자에게 스웨덴의 첫인상을 물었다. “우중충하다”고 하자 “그런 환경이 하그로프스의 경영철학을 이끌어냈다”는 답이 돌아왔다.
“100년 전부터 우리는 최악의 날씨 속에서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왔고, 눈이 잔뜩 쌓인 산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왔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세기를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이지요.”(야그루드 매니저)
실제로 하그로프스의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입고 아웃도어 활동을 한다. 전문 산악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제품을 미리 써보도록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필요한 것을 보완한다.
캐머런 의장은 “우리는 늘 뛰어난 기능을 추구했고, 그것이 우리의 정신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봄 하그로프스가 새롭게 선보인 ‘림(LIM)’ 시리즈는 바로 이런 정신을 집약한 상품이다. 캐머런 의장은 “가벼운 신발을 신으면 더 높이, 더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기능의 차이를 느낀다면 이 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자연을 지켜야
하그로프스 브랜드 출범 100주년을 맞아 1000개 한정 생산된 배낭 ‘No.1’.
하그로프스는 제품을 만들 때 ‘자연 보호’를 가장 중요시한다. 올해부터는 전 제품의 70%에 ‘Take Care’ 태그를 붙이고 있다. 제품이 환경을 해치지 않는 공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시다. 하그로프스는 다운 점퍼를 만들 때 식용 거위의 털만 쓴다. 털을 얻기 위해 거위를 죽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직원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은 대부분 친환경 자동차이며, 사내에서 마시는 커피도 모두 공정무역 커피다.본사에서 만난 렌나르트 에크베리 지속가능경영 담당 이사는 “아웃도어 활동은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 일이다. 자연을 파괴하며 자연을 즐긴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는 캐머런 의장에게 “한국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공부는 그만! 아웃도어를 즐기세요! 자연을 다 느끼기에도 인생은 짧아요.” 그는 한국 학생들이 평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도 학원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강은아 채널A 기자 e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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