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더 럭셔리해진 남성들

동아일보

입력 2014-03-21 03:00 수정 2014-03-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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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패션시장 성장률 멈췄는데, 100만원 넘는 정장-구두는 불티

최근 남성 럭셔리 패션 시장이 평균 20∼30%씩 성장하고 있다. 한 남성 고객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구치 매장에서 맞춤 정장 서비스 ‘메이드 투 메저’를 받고 있다. 구치그룹코리아 제공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브랜드(PB) 남성 정장을 내놨다. 한 벌 가격은 139만 원으로 이탈리아 정장 브랜드 ‘라르디니’와 협업해 만들었다. 보통 몇백만 원 하는 이탈리아 정장 한 벌 가격과 비교하면 비교적 싼 편이지만 그래도 만만찮은 가격이다. 이탈리아 정장을 백화점 PB 제품으로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선현우 신세계백화점 편집매장 ‘분더숍’ 과장은 “가격보다 품질, 느낌 등을 중시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엔 남자 옷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과거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남자 옷은 여전히 잘 안 팔리는데 ‘럭셔리(고급) 패션’만큼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백화점 내 남성 럭셔리 패션 시장 매출 신장률을 조사한 결과 2012년 35.4%, 지난해 24.9% 등 최근 2년간 20∼30%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중·저가 남성 패션 매출 신장률은 0%대에 머물렀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30, 40대 남성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남성 명품 전문 편집 매장인 ‘g494옴므’ 규모를 기존 138m²에서 387m²로 넓히고 생로랑, 랑방옴므 등 명품 브랜드 수를 20개에서 25개로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무역센터점에 ‘현대멘즈’관을 내면서 일본의 고급 구두 수선 전문점 ‘리슈’를 입점시켰다. 구두 세척 한 번 하는 데 1만∼6만 원, 밑창 교체에 최대 15만 원 등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9m² 남짓한 매장 공간에서 평균 월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금강제화가 만든 수제화 편집매장인 ‘헤리티지’에서는 구두 장인이 직접 만든 구두가 59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치는 최근 남성 맞춤 정장 서비스인 ‘메이드 투 메저’를 도입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낸 ‘2014년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품 시장은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방이나 지갑 등 기존의 여성 잡화 위주였던 명품 시장이 남성 패션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추호정 서울대 교수(의류학)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10년 전 ‘그루밍족’이 30, 40대가 돼 경제활동의 주체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 정장, 구두 등 ‘클래식’ 패션이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비즈니스 캐주얼 등 ‘탈정장화’의 영향으로 정장이나 구두가 ‘출근복’이 아닌 중요한 순간에 입는 옷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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