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35만원 받으면 세금 年212만원 더내야
동아일보
입력 2014-02-25 03:00 수정 2014-02-25 03:00
국세청, 숨어있던 전월세 임대소득 엄격 과세… 집주인 稅부담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전용면적 85m²)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직장인 강모 씨(39)는 기준시가가 10억 원에 육박하는 이 집을 보증금 1억 원, 월세 340만 원을 받으며 임대하고 본인은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
1억2000만 원의 높은 연봉을 받는 그는 지난해 1년간 408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렸다. 그런데도 강 씨는 지난해 월세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연봉에 대해 1985만4840원의 세금만 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연봉에 월세소득을 합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확보해 월세소득자 탈루에 대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월세소득자뿐 아니라 강 씨처럼 기준시가 9억 원을 넘는 집을 월세로 빌려준 1주택자도 과세 대상이 된다. 월세소득에 대해 강 씨가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연간 781만1160원으로 지난해보다 세금이 40%가량 늘어난다.
‘조세 사각지대’에 놓인 전·월세 임대소득은 그동안 지하경제의 대표적 항목으로 꼽혀 왔다. 정부가 전·월세를 놓는 다주택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매달 수백만 원의 월세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고소득자도 적지 않았다.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피하려는 집주인들 때문에 전·월세 이면계약이 늘고, 세입자 보호대책이 무력화되는 등 전·월세 시장이 음성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월세소득자 세금 얼마나 더 내나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월세가구는 377만9745가구로 이들의 월평균 임차료는 25만9422원이다. 이를 환산해보면 월세 임대소득자의 연간 소득이 11조7666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소득세율(구간별로 6∼38%) 중 가장 낮은 6%의 세율을 적용해도 월세 임대소득자들은 연간 706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다음 달 중 국토부 보유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받게 되면 국세청은 그동안 세금을 안 내온 고소득 임대소득자들의 소득을 파악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소득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은 얼마나 될까. 다른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월세 수입에 대해 구간별 세율만 곱하면 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연봉과 임대소득을 합쳐 세금을 내야 하므로 연봉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봉 8000만 원인 근로자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7m²) 한 채에 대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35만 원을 신고하면 근로소득세 823만2364만 원에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212만6736원을 더 내야 한다.
임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합산한 종합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져 최대 38%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연봉이 높은 근로자나 고소득 자영업자일수록 세금 증가 폭이 커진다.
전세를 내준 집주인도 85m² 이상(또는 기준시가 3억 원 초과) 주택 3채 이상(부부 합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임대소득자로 과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명의로 3억 원 이상 아파트 2채, 부인 명의로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이 중 2채를 총 7억1000만 원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로 내준 연봉 6000만 원의 근로자는 3억 원을 초과하는 4억1000만 원의 보증금을 임대료로 환산해 109만8026원을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내야 한다.
최근 늘고 있는 ‘반전세(보증부 월세)’의 경우 월세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고, 보증금 부분은 전세처럼 중대형 주택 3채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은퇴한 전·월세 소득자는 늘어나는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이 중 2채에 대해 총 10억 원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를 내준 은퇴자는 다른 소득이 없다면 각종 공제를 받아 1만 원 정도의 세금만 내면 된다.
○ 세입자 부담 확대 우려도
국세청이 월세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은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확정일자 전산화에 나서면서 월세소득자의 규모나 이들이 올린 소득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전·월세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만큼 월세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전·월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집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실제보다 임대료를 낮춘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거나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료가 높아지거나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게 되면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임대 관련 계약에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일단 고액 월세소득자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국세청이 올해에는 목표만큼 세금을 걷기 위해 일반 임대소득자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이미 세금 부담 때문에 여러 채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 조치가 시작되면 매매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전용면적 85m²)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직장인 강모 씨(39)는 기준시가가 10억 원에 육박하는 이 집을 보증금 1억 원, 월세 340만 원을 받으며 임대하고 본인은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
1억2000만 원의 높은 연봉을 받는 그는 지난해 1년간 408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렸다. 그런데도 강 씨는 지난해 월세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연봉에 대해 1985만4840원의 세금만 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연봉에 월세소득을 합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확보해 월세소득자 탈루에 대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월세소득자뿐 아니라 강 씨처럼 기준시가 9억 원을 넘는 집을 월세로 빌려준 1주택자도 과세 대상이 된다. 월세소득에 대해 강 씨가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연간 781만1160원으로 지난해보다 세금이 40%가량 늘어난다.
‘조세 사각지대’에 놓인 전·월세 임대소득은 그동안 지하경제의 대표적 항목으로 꼽혀 왔다. 정부가 전·월세를 놓는 다주택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매달 수백만 원의 월세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고소득자도 적지 않았다.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피하려는 집주인들 때문에 전·월세 이면계약이 늘고, 세입자 보호대책이 무력화되는 등 전·월세 시장이 음성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월세소득자 세금 얼마나 더 내나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월세가구는 377만9745가구로 이들의 월평균 임차료는 25만9422원이다. 이를 환산해보면 월세 임대소득자의 연간 소득이 11조7666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소득세율(구간별로 6∼38%) 중 가장 낮은 6%의 세율을 적용해도 월세 임대소득자들은 연간 706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다음 달 중 국토부 보유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받게 되면 국세청은 그동안 세금을 안 내온 고소득 임대소득자들의 소득을 파악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소득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은 얼마나 될까. 다른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월세 수입에 대해 구간별 세율만 곱하면 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연봉과 임대소득을 합쳐 세금을 내야 하므로 연봉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봉 8000만 원인 근로자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7m²) 한 채에 대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35만 원을 신고하면 근로소득세 823만2364만 원에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212만6736원을 더 내야 한다.
임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합산한 종합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져 최대 38%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연봉이 높은 근로자나 고소득 자영업자일수록 세금 증가 폭이 커진다.
전세를 내준 집주인도 85m² 이상(또는 기준시가 3억 원 초과) 주택 3채 이상(부부 합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임대소득자로 과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명의로 3억 원 이상 아파트 2채, 부인 명의로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이 중 2채를 총 7억1000만 원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로 내준 연봉 6000만 원의 근로자는 3억 원을 초과하는 4억1000만 원의 보증금을 임대료로 환산해 109만8026원을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내야 한다.
최근 늘고 있는 ‘반전세(보증부 월세)’의 경우 월세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고, 보증금 부분은 전세처럼 중대형 주택 3채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은퇴한 전·월세 소득자는 늘어나는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이 중 2채에 대해 총 10억 원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를 내준 은퇴자는 다른 소득이 없다면 각종 공제를 받아 1만 원 정도의 세금만 내면 된다.
○ 세입자 부담 확대 우려도
국세청이 월세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은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확정일자 전산화에 나서면서 월세소득자의 규모나 이들이 올린 소득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전·월세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만큼 월세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전·월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집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실제보다 임대료를 낮춘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거나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료가 높아지거나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게 되면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임대 관련 계약에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일단 고액 월세소득자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국세청이 올해에는 목표만큼 세금을 걷기 위해 일반 임대소득자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이미 세금 부담 때문에 여러 채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 조치가 시작되면 매매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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