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상처 딛고 마침내 우린 돌아왔다”

뉴욕=박현진특파원

입력 2013-11-15 03:00 수정 2015-05-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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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다시 선 WTC… 그라운드제로에 7개 건물 공사
72층짜리 ‘4WTC’ 첫 준공… 미국인 “뉴욕 부활” 환호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36분 비행기 테러로 두 동의 고층빌딩이 붕괴돼 폐허로 변하면서 그라운드제로(Ground Zero·대형 폭발사고가 있었던 지점을 이르는 말)로 명명된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 사망자가 2977명이 나와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이곳에 새로운 건물 ‘4월드트레이드센터(4WTC)’가 들어섰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빌딩이 완공돼 그 자리를 메우자 뉴요커들과 미국민은 새로운 미국의 재건에 환호했다.

뉴욕 시는 13일 오전 11시 ‘4WTC’ 준공 기념행사를 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셸던 실버 뉴욕 주 하원의원이 테이프 커팅을 하자 행사 참석자 200여 명은 박수와 함성으로 4WTC를 맞았다. 이어 그리니치가에서 열린 야외 콘서트에서는 미 국가와 희생자를 애도하는 음악 연주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 참석자 가운데 몇몇 소방관은 당시 구조 활동을 펼치다 목숨을 잃은 343명의 동료 소방대원을 기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9·11테러로 폐허가 된 자리에 현재 7개의 WTC 건물이 공사 중이며 이 중 72층짜리인 4WTC가 처음으로 이날 완공됐다. 7개 건물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전날 인증 받은 1WTC보다 규모는 작지만 옛 건물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이 건물 72층에 올라가면 뉴욕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벽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모든 층에서 9·11추모공원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뉴욕 맨해튼이 부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버 의원도 “상처를 딛고 우리는 다시 돌아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WTC 공사는 경기 침체로 인한 예산 부족과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완공이 계속 지연됐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대변인이 대신 읽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샌디를 딛고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완성해 냈다”고 밟혔다.

이날 가장 감격에 벅찼던 인물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WTC 공사를 이어온 부동산개발업자 래리 실버스틴(82)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12년이 걸렸다. 70세 때 세운 계획이 82세가 되어서야 완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아직 WTC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고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날 완공된 4WTC도 공실률이 40%에 달하고 나머지 6동의 WTC 건물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공사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 시는 2015년까지 11개 지하철 노선이 이곳을 지나도록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개장 목표였던 ‘9·11박물관’ 또한 개장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공인 받은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가 내년 1월 완공되면 이곳은 12년 전의 옛 모습을 급속히 찾아갈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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