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튜닝산업이 일자리도 ‘튜닝’한다

동아일보

입력 2013-10-21 03:00 수정 2013-10-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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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튜닝의 매력은 운전자 개성에 따라 차를 독특하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최근 경기 시흥시의 튜닝업체에서 정비원들이 한 외제차량을 튜닝하고 있다. 시흥=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차 머플러(자동차 소음기)는 와이(Y)자 모양으로 바꿔주세요. 정비업체에서 주문한 배기장치 제작 물량은 오늘까지 마무리 되죠?”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자동차 튜닝업체 ‘준비엘’. 임준병 사장이 작업장을 오가며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튜닝용 배기장치 제작과 차량 튜닝을 병행하는 이 업체는 최근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한 달에 제작하는 튜닝용 머플러와 배기구는 약 900세트 정도. 올 초와 비교하면 물량이 약 30% 늘었다. 튜닝부품을 자동차에 직접 장착해주는 서비스는 올 하반기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직원의 수는 20여 명. 최근 일손이 달리자 업체는 추가로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 사장은 “튜닝용 제품은 소비자가 각자 다른 스타일을 주문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양산할 수 없다”며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제작하는 만큼 완성차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내 차는 내 마음대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

자동차를 취향에 맞게 개조하거나 꾸미는 튜닝(tuning)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틀로 찍어낸 완성차 대신 취향에 맞게 차량을 꾸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차(마이 유니크카)’시대가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튜닝인구는 약 100만 명이다. 주로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튜닝인구가 형성돼 있다. 정기적으로 모여 튜닝 정보를 나누거나 차량의 성능을 서로 비교하기도 한다.

임재훈 벤츠동호회 회장은 “1990년대만 해도 동호회 내에서 튜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20명이 채 안 됐다”며 “요즘에는 5만 명의 동호회원 중 90% 이상이 튜닝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약 500개의 튜닝업체가 있다. 이 중에는 카센타 등에서 튜닝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호회에서 사업자등록을 내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최근 튜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튜닝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한국의 튜닝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 5000억 원 규모로 미국(35조 원), 독일(23조 원), 일본(14조 원) 등 다른 자동차 강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튜닝시장은 약 10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이유로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자동차관리법 규제가 강하고 튜닝 승인 절차가 복잡해 산업을 옥죈다는 설명이다. 현재 머플러나 좌석, 변속기 등의 튜닝은 교통안전공단의 구조변경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안테나, 휠 등 외관 액세서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튜닝업체 관계자는 “구조변경 승인을 받으려면 두세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튜닝을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는 고객이 많다”며 ”산업이 성장하려면 자동차 무게 등 안전과 직결되거나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100조 원 튜닝시장에서 일자리 구한다

튜닝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도 뒤늦게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튜닝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안전성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튜닝업체를 직접 육성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자동차 튜닝산업 지원비용을 넣었다. 정부가 튜닝부품의 안전성을 직접 인증해 함량 미달 제품의 유통을 막고 부품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의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튜닝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만큼 국내 튜닝시장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별도의 승인이 필요 없는 튜닝의 범위를 늘려가기로 했다. 제동장치와 소음기 등 지금까지 승인이 필요했던 부분이라도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면 별도 승인 없이 바로 튜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튜닝차끼리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튜닝카 경진대회’를 열고 우수 튜닝업체에는 정부 인증마크를 수여하는 등 튜닝 수요를 촉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고용률 70%를 목표로 하는 정부는 튜닝산업의 발전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7년 내에 튜닝산업을 현재 5000억 원에서 4조 원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약 4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도 완성차 시장이 아니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인재들이 튜닝산업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튜닝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소식에 지난달부터 국내에 속속 문을 연 해외 유명 튜닝업체들은 벌써부터 인재 확보에 나섰다.

아우디 전문 튜닝업체인 ‘압트’의 서지훈 이사는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우송정보대 등 자동차 관련 학과를 가진 대학과 산학협동을 맺고 있다”며 “양성화된 튜닝업체가 늘어나면 자동차 전문 인력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아져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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