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벤츠 ‘더 뉴 E클래스’ 우아함에 ‘젊은 감각’ 추가했다
동아경제
입력 2013-08-10 07:00 수정 2013-08-10 07:00
메르세데스 벤츠(벤츠)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 E클래스가 한층 젊어졌다. 1946년 탄생해 60여 년간 전 세계에서 1300만 대 이상 팔리며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기준으로 군림하던 E클래스가 최근 9세대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E클래스’를 국내에 출시했다.
E클래스는 고급스럽고 우아하다는 벤츠 디자인의 정통성은 지키면서도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해왔다. 이번에 출시한 더 뉴 E클래스는 좀 더 젊고 공격적인 디자인에 진보된 기술을 입혀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디자인, 인테리어, 성능 등에서 어지간한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보다 더 많이 바뀌었다. 새로운 E클래스를 기다려온 국내 소비자가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신차가 국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더 뉴 E클래스 디자인에 한국계 디자이너 이일환 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미국에 있는 북미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스튜디오 센터장이기도 한 이씨는 자신이 총괄한 더 뉴 E클래스 디자인에 대해 “이미 세계에서 1300만 대나 팔린 베스트셀러 모델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며 “E클래스 고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젊고 다이내믹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 뉴 E클래스’ 외관은 기존 모델보다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지녔다.
# 공격적 디자인에 고급스러움 추구
이씨는 차를 디자인할 때 ‘감각적이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그는 더 뉴 E클래스를 디자인하면서도 순수한 전통 위에 역동성과 미래지향성을 덧입히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E클래스의 상징이던 트윈 헤드램프를 완전히 바꿨다. 2개로 분리됐던 램프를 큰 덩어리 하나로 합치고 날카로운 화살촉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중간을 나눴다. 가까이서 보면 램프 하나처럼 보이지만 주행 중이나 멀리서 보면 램프가 2개로 갈라져 보인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도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번에 시승한 E300 아방가르드의 경우 보닛 위에 있던 작은 삼각별을 없애고 젊은 감각의 스포츠세단처럼 그릴 중앙에 대형 삼각별을 얹었다. 한층 더 공격적인 모습이다.
실내는 계기판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기존 5개였던 클러스터를 3개로 줄여 단순화했다. 고급스러운 아날로그시계를 대시보드 중앙에 두고 그 위쪽에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배치했다. 이 밖에 룸미러에 하이패스 기능을 추가했으며 파노라마 선루프를 기본 장착했다. 스티어링휠은 4스포크에서 무광 크롬도금 3스포크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주소 입력방식이라 여전히 불편했다.
# 고성능에 주행 안전성 여전
더 뉴 E300은 벤츠의 최신 V형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초고압 정밀 연료분사가 가능한 자연흡기 6기통 신형 엔진으로, 기존 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낮고 연비가 높다. 7단 G-트로닉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10.3km/ℓ로 이전(9.4km/ℓ)보다 9.6% 향상됐다.
시동을 걸자 낮고 묵직한 E클래스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시승은 서울역을 출발해 경기 파주시까지 왕복하는 약 140km 구간에서 진행했다. 장마철이라 도로 곳곳이 파이거나 가라앉아 운전이 조심스러웠다.
E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확한 핸들링과 브레이크, 어지간해선 밀리지 않는 코너링은 운전자에게 주행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적당한 가속 능력에 초고속구간에서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은 여전했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한 ‘더 뉴 E클래스’의 실내디자인.
# BMW 5시리즈와 ‘정면승부’ 고급 수입 중형 세단을 구매하려는 운전자는 흔히 BMW 5시리즈와 E클래스를 두고 고민을 한다. 기자도 주변에서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두 자동차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파악하면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그 차이가 무척 명확하기 때문이다.
먼저 5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차량이다. 엔진과 서스펜션, 핸들링 등을 역동적인 주행에 맞게 세팅했다. 그 덕에 출발과 정지가 빠를 뿐 아니라,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이나 주행 중 급한 가감속 능력도 단연 발군이다.
반대로 E클래스는 벤츠 특유의 강한 내구성과 편안함, 안전성을 중시한다. 가족을 태운 채 품위 있고 안락한 주행이 가능하며, 장거리 여행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서스펜션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우며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차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도록 만들었다. 갖가지 안전장치는 최적의 운전을 돕는다.
5개였던 기존 클러스터를 3개로 단순화했다.
#‘아빠가 타는 차’ 이미지 벗어
벤츠는 더 뉴 E클래스를 기획하면서 ‘아빠가 타는 차’라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바꾸려고 시도했고, 직접 시승해본 결과 이런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하다. 디자인이나 성능 모두 과거 E클래스보다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알릴 것인지 하는 숙제만 남은 것 같다.
신차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첨단장치를 적용했다. 장거리 운행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주의어시스트 작동 범위가 60~200km/h로 넓어져 활용성이 높다. 또한 액티브파킹어시스트는 기존 평행 자동주차 기능에 직각 자동주차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주차가 서툰 운전자를 배려했다. 이 밖에 풀LED 라이트시스템, 에코 스타트 앤드 스톱, 앰비언트 라이트, 뒷좌석 열선시트, 키레스고(Key less-go) 기능 등이 있다.
판매가격은 E300 아방가르드 7060만 원, E300 엘레강스 678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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