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없다던 정부, 재현실험 의도는?
동아경제
입력 2013-07-01 11:45 수정 2013-07-01 13:34
1년여에 걸친 정부 조사결과 자동차 급발진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미스터리 현상’으로 결론 내려졌다. 정부는 줄곧 이 현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운전자의 과실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며 결국에는 급발진을 운전 미숙으로만 보는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급발진 의혹을 풀기위한 민·관 합동조사반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급발진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급발진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공개 실험했지만 차량 이상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구성된 합동조사반에서 세 차례의 조사결과에도 급발진을 일으킬 수 있는 차량 결함이 확인되지 않자, 급기야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 ‘급발진 재현 공개실험’까지 제안했다.
재현실험은 급발진 제안서를 공모하고 평가위원회에서 선정한 6건, 급발진연구회 주장 및 2009년 미국 도요타 차량 급발진 원인으로 제기된 내용 등 총 8건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실시했다.
하지만 이들은 엔진제어장치(ECU) 습기 ▲엔진제어장치에 전기적 충격 가함 ▲주행 중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을 동시에 밟을 경우 제동력 상실 ▲엔진제어장치에 전기충격 및 발전기 고장(제안자 불참으로 실험 대상 제외) ▲엔진제어장치 가열 및 회로 단선, 연소실내 카본퇴적 등에서 급발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급발진연구회가 주장했던 ‘진공배력장치의 공기압력 이상(압력서지현상)으로 스로틀밸브가 열려 급가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과 2009년 미국 도요타 차량 급발진 원인으로 제기된 ‘가속페달 감지센서 고장을 가정한 경우’에서도 급발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급발진 재현실험은 당초 예상보다 신청자가 적어 모집기한을 연장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현실험을 무리하게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현실험 참가를 포기한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는 지난 3번의 급발진 조사에서 이미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이는 바뀌지 않을 것”며 “무리하게 진행된 급발진 재현실험을 통해 정부 조사결과를 뒷받침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과거 합동조사반 조사를 비롯해 이번 공개재현실험 결과를 제3의 기관에 의뢰해 신뢰성 검증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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