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술마실땐 친구 차 키 다 뺏어버려”

동아일보

입력 2013-05-16 03:00 수정 2013-05-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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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전 교통사고로 아들 잃은 원로 진행자 송해

본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자신이 사인을 한 종이를 들고 환하게 웃는 송해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술 한 방울에 피 한 방울’이란 말 있죠? 그 말 듣고 음주운전을 딱 끊었죠. 그 한 방울의 마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발목으로 가면 생명도 잃을 수 있잖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만난 방송진행자 송해(본명 송복희·86)는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의 홍보대사 제안을 즉석에서 받아들이며 눈물을 보였다. “교통 하면 사실… 할 얘기가 많아요. 저도 아픈 사연이 많이 있죠. 알죠?”

송해는 1974년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아들을 길에서 잃었다. 아들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숨진 사고 직후 그는 17년째 진행하던 KBS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의 진행자 자리를 내놨다. ‘전국노래자랑’ 이전에 그가 활약했던 또 다른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따뜻하고 짭조름했던 도로 위의 이야기는 아들의 사고와 함께 가장 아프게 하는 마음속 가시로 바뀌었다. “아직까지도 (아들이 사고로 숨진) 한남대교를 건너지 못해요. 근처에 갈 일이 있어도 다른 곳으로 멀리 돌아서 가죠.”

두 번째 사고는 행사와 방송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던 그의 손을 운전대에서 아예 떠나게 만들었다. 코미디언 고 서영춘 씨(1928∼1986) 얘기다. 서 씨는 1982년 4월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서울 잠실에서 무단 횡단하던 20대를 치어 숨지게 해 구속됐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친구의 운전도 말리게 됐어요. 특히 상가(喪家)나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친구가 있으면 자동차 열쇠를 제가 뺏어버리죠. 대리운전도 못 믿어요. 운전하려면 애당초 술을 입에도 대지 말아야죠.”

송해는 대중교통 사랑으로 유명하다. 자택이 있는 서울 매봉역에서 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이 있는 낙원동 근처 종로3가역까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닌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오가며 하는 걷기 운동을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로 꼽는다.

매주 떠나는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 때도 마찬가지다. “대형 관광버스, KBS 것. 그거 타면 편안해. 주변에서 물어봐요. ‘차 없으세요?’ 많지. BMW도 있고.” 진짜일까? “그게… 버스(Bus), 메트로(Metro·지하철), 워킹(Walking·걷기). 합쳐서 B, M, W!”

가끔 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탈 때도 송해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뒷좌석에 타면 답답해서 앞에 잘 타요. 택시든 자가용이든 똑같이 제 신호를 받고 설 자리에 서면 스스로에게 이득이 와요. 이기심에서 떠나야 교통법규가 섭니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면 되죠.”

송해는 종로2, 3, 4가동 명예파출소장으로 활동하며 경찰관들에게 단속 경찰들의 친절과 솔선수범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를 대하듯 빙그레 웃으며 안전운전 이야기의 마지막을 이렇게 ‘교통정리’했다.

“난 민주주의가 뭔지 잘 모르지만… 질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죠. 저만 아니고 운전자 모두가 안전운전의 홍보대사가 되는 건 어떨까요? 어때, 좋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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