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은빛 페라리 속 우리의 선택은…

동아일보

입력 2013-01-24 03:00 수정 2013-01-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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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550 마라넬로’/ 패밀리맨


‘새해’라는 낱말, 참으로 진취적입니다. 당장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위해 전력으로 뛰어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크든 작든, 성공이 주는 달콤함을 맛본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연말’은 차분합니다. 숨 가쁜 일상 속 소중한 무언가를 잊고 지내온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한 해를 돌이켜보며 감상에 빠져드는 시기입니다. 연말과 새해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즐겨 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브렛 래트너 감독의 2000년 작, ‘패밀리맨(Family Man)’ 입니다.

세계의 중심 뉴욕, 자본주의의 상징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성공한 금융가 잭(니컬러스 케이지 분)은 모든 것을 가진 ‘화려한 싱글’입니다. 맨해튼 펜트하우스에 살며 옷장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수천 달러짜리 고급 양복을 가득 채운 플레이보이. 출근길에는 페라리의 ‘550 마라넬로’가 함께합니다.

운전자의 뒤통수에 12기통의 5.5L 엔진을 달고 시속 100km까지 4.1초 만에 내달리는 꿈의 자동차. 1996년 출시 당시 가격은 4억 원 안팎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허무맹랑합니다. 성탄 전야, 편의점에서 부랑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잭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인생을 체험하게 됩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마주친 것은 학창 시절 연인이던 케이트(테이아 레오니 분)와 어린 두 자녀. 그가 보게 되는 것은 뉴저지 변두리에 사는 평범한 타이어 영업사원의 삶입니다. 고급 양복 대신 가게의 유니폼을 입고 페라리 대신 덩치 큰 밴으로 딸을 학교에 보내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장입니다.

“내가 선택한 건 우리들(I choose us)”이라는 케이트의 대사가 던지려는 메시지는 뻔하죠. ‘당신에게 정말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가족의 소중함과 사회적인 성공은 과연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일까요? 어쩌면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해 연말이 다가오면 이 판타지를 떠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어쨌든, 페라리는 너무 매력적이거든요. 그것도 뉴욕의 눈길을 질주하는 은빛 페라리라니!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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