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급발진 조사에 가장 비협조적인 업체는?
동아경제
입력 2012-11-22 17:26 수정 2012-11-22 18:28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제공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DR 공개에 소극적인 국내 완성차업체는 물론 나머지 수입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EDR은 차량 충돌 전 3~5초 동안의 차량속도, 엔진회전수(RPM), 브레이크 작동 여부,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기록해 급발진 추정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이다.
22일 다음 아고라 즐보드 게시판에는 한 누리꾼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프리우스 매뉴얼 책자 사진을 공개했다. 매뉴얼은 EDR에 대한 설명과 토요타의 EDR 데이터 공개방침 등이 상세히 기재돼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프리우스 매뉴얼에는 “차량 작동에 대한 특정 상황을 감시 및 제어하는 컴퓨터가 장착돼있다”며 “저장된 데이터는 고장 수리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충돌 시 사건 데이터가 기록된다”고 명시돼 있다.
EDR 데이터 공개에 대해서는 ▲차량 소유자가 동의한 경우 ▲경찰과 법원 또는 정부관계 기관이 공식적으로 요청할 경우 ▲토요타가 소송에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토요타 차량의 안전 성능 연구에 해당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한국토요타는 미국에서 EDR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토요타 김성환 홍보담당은 “지난해 11월 미국산 시에나 출시 때부터 매뉴얼에 EDR과 관련 안내문를 넣었다”며 “이후 신차 출시 때마다 의무적으로 EDR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이전에도 고객이 불만을 제기한 사항에서 EDR을 공개하고 전문적인 해석도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국산차와 다른 수입업체들은 EDR 공개를 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3월 26일. 출고한 지 5개월 된 기아차 오피러스의 급발진 추정사고로 해당 운전자 가족이 기아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급발진 여부를 가장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EDR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해당 차량에 EDR이 없다며 요구를 거부했지만, 이후 정부에 보낸 서류에는 사고기록을 대외비 첨부파일로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즉 사고기록이 있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아차의 영문 정비 매뉴얼을 보면 장착된 EDR 사례로 오피러스 사진을 들고 있어 EDR이 없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은 내년 초에 내려진다.
뿐만 아니라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의 우선조사대상 차량인 BMW 528i의 경우도 EDR 때문에 정확한 조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BMW 측은 정부에 EDR 장치가 없다고 전했지만, EDR 유무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조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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