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꼬마는 벤츠 몰던데…” 수십만원대 ‘럭셔리 키즈카’ 인기
동아일보
입력 2012-11-13 03:00 수정 2012-11-13 09:06
직장인 유재혁 씨(33)는 유아용 전동차를 5대 갖고 있다. 2009년 첫 아들 돌 때 ‘폴크스바겐 뉴비틀’을 23만 원에, 작년엔 이탈리아 유아용품 브랜드 ‘페그페레고’의 중고차 ‘폴라리스’를 50만 원에 샀다. 올 초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120만 원에 샀다. 두 대는 선물 받았다. 날씨가 선선하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는 매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전동차 드라이브에 나섰다.
유 씨는 한 달에 한 번 직접 튜닝 작업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 눈에 잘 띄도록 차체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붙이고 모터를 추가해 4륜구동형으로 개조했다. 시속 6km 정도인 속도를 조금 높이기 위해 기어박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튜닝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그가 2010년 개설한 인터넷 카페 ‘키즈카 튜닝’의 회원수는 12일 현재 8550명에 이른다. 회원 가족들과 ‘번개(즉석만남)’도 연다.
유 씨는 “나는 ‘레조’를 몰지만 아이만큼은 비싼 차를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대를 구입했다”며 “튜닝은 처음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젠 나의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20만 원 후반에서 300만 원대까지 나가는 유아용 전동차가 인기다. 유아용 전동차는 돌부터 약 4세 아이까지 실내외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다. 모터를 달아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도 있고, 아버지들이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최근엔 MP3와 가죽시트, 후진기어, LED 등을 탑재하며 기능도 진화하고 있다.
옥션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유아용 전동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이달 11일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지하철 동대문역 인근 동대문 완구거리에 있는 승진완구 직원은 “한 달에 평균 20대씩 꾸준히 팔린다”고 전했다. 유아동 전동차 전용매장 ‘아우토반 키즈카’는 2010년 1호점을 연 이후 매장이 23개로 늘었다.
‘신차’ 소식과 개조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도 인기다. 키즈카 튜닝 외에도 ‘키즈카’, ‘키즈카 월드’, ‘전동차 세상’ 등이 있다.
차종은 벤츠와 람보르기니, BMW, 아우디, 캐딜락, 머스탱 등 수입차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실제 자동차 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완구업체들이 생산한다. 크기는 작지만 실물과 비슷하게 생겨 ‘아이보다 아버지들이 더 탐내는 장난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7월엔 국내 업체 헤네스가 ‘헤네스’라는 고급형 전동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유아용 전동차 붐은 어린 자녀들에게 무엇이든 해주려는 ‘골든 키즈’ 현상과 수입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하는 아버지들의 대리만족 욕구가 겹치면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서모 씨(35)는 “연령대가 비슷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부모들끼리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좋지만 옆집 차와 우리 차를 비교하다 보면 경쟁심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값비싼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어릴 때부터 수입차와 명품에 익숙해져 자란 아이들은 과소비가 습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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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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