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레이’ 충격적 판매량…박스카 인기 ‘뚝’

동아경제

입력 2012-10-09 08:00 수정 2012-10-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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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도 월간 판매 목표치 반토막


박스카 열풍을 타고 출시한 ‘레이(Ray)’와 수입차를 겨냥한 ‘K9’의 판매 부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당초 기아자동차가 세운 월간 판매목표 대수는 ‘레이’ 5000대, ‘K9’ 2000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실적에 따르면 이들 차량은 각각 출시 후 가장 적은 판매량인 2552대와 700대에 그치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레이’는 닛산 박스카 ‘큐브’가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자 기아차가 연구기간 4년에 개발비 1500억 원 들여 만든 차다.

레이의 평가는 후했다. 레이가 주목 받았던 이유는 경차의 경제성 뿐 아니라 좁은 실내 공간 해소, 박스카 특유의 외관 디자인이 한 몫 했다. 아울러 앞문과 뒷문 사이에 위치한 ‘B필러’를 없애 부피가 큰 물건도 손쉽게 적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레이 판매가격이 타 경차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은 논란거리였다. 레이는 기본형 1139만에서 최고급형 1560만 원으로 모닝과 스파크(약 840만~1380만 원) 등과 비교하면 트림별로 약 200만 원 정도 비싸다.

결국 지난 3월 5672대가 팔리며 최고점을 찍은 이래 6개월 연속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며 지난달 2552대로 바닥을 찍었다.

K9도 목표치에서 반 토막 난 것은 마찬가지. 국내 수입 대형차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기아차는 이에 대한 대항마로 지난 5월 ‘K9’을 출시했다.

4년5개월의 연구기간에 개발비 5200억 원이 투입돼 탄생한 ‘K9’은 웬만한 수입차와 맞먹는 뛰어난 스펙을 갖추며 시선을 끌었다. 특히 엔진 및 조향 시스템은 전방에 위치하고 구동 시스템은 후방에 자리 잡아 안정적인 무게 배분이 가능함으로써 조종 안정성과 승차감이 극대화됐다. 또한 최첨단 멀티미디어 환경도 ‘K9’의 자랑거리다. ‘K9’에는 기아차의 최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유보(UVO)’가 탑재돼 원격 제어, 도난 추적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국산 차량 최초로 적용됐다.

그러나 K9은 기아차가 책정한 월 2000대 판매목표를 달성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5월 1500대와 6월 1700대가 팔려 비교적 선방했지만 이후 3달 연속 내리막길을 달렸다. 지난 8월(801대)과 9월(700대)은 1000대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갈수록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K9의 가격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K9의 판매가격은 5290만~8640만 원으로 경쟁차인 제네시스보다 약 1500만~2000만 원이나 비싸다. 기본 트림에 옵션을 더하면 주력모델의 실제 판매가는 7500만 원에 가깝기 때문.

지난 8일 기아차는 ‘K9’ 판매 부진의 해결 방안으로 특별 프로모션까지 꺼내들었다. 10월 한 달간 K9을 현금으로 사면 255만 원을 깎아주거나 DIS 내비게이션을 무상으로 장착해준다. 또한 차값의 30% 이상을 지급하면 1% 저금리 할부를 이용할 수 있거나 255만 원 상당의 9.2인치 UVO 내비게이션을 달아주며 출고·등록 후 품질에 불만이 생기면 1개월 이내(주행거리 1500㎞ 미만)에 새 차로 교환해주는 등 파격적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박스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어 ‘레이’의 신차효과는 갈수록 미미해 질 것”이라며 “또한 K9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만 워낙 가격대가 높아 판매 대수 상승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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