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부 블랙홀 첫 포착… 아인슈타인 예측이 옳았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5-13 03:00 수정 2022-05-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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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포함 국제공동연구팀 관측 성공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모습이 인류사상 처음으로 공개됐다. 2019년 다른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이 인류에 공개된 데 이어 두 번째로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두 이미지는 빛의 고리 속에 블랙홀이 자리 잡은 검은 속이 나타나는 등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났다. 천체의 크기와 질량, 우주에서의 위치가 다른 블랙홀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블랙홀의 형태를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더욱 정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공동연구팀은 12일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 이미지를 발표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2019년 관측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에 이어 EHT 팀이 촬영한 두 번째 블랙홀이다.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은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핀켈스타인이 1958년 처음 선보인 개념으로,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빨라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뜻한다.

블랙홀은 질량이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밀집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하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그림자를 관측해 공개하며 빛의 고리 안쪽에 존재하는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는 주변 빛이 중력에 휘어 둥글게 만들어진 속에 내부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 형성된 공간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

EHT는 3년 만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의 이미지도 공개했다. 지구에서 2만7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430만 배다.


궁수자리 A는 지구와의 거리가 M87의 2000분의 1 수준으로 가깝지만 질량이 1600분의 1에 불과해 관측이 더 까다롭다. 질량이 작을수록 블랙홀의 바깥 경계인 사건지평선 크기도 작아져 관측이 훨씬 어렵다. M87의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로 사건지평선 크기가 약 400억 km인 데 비해 궁수자리 A의 사건지평선 크기는 2500만 km에 그친다.

두 블랙홀은 크기와 속한 은하가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모양을 보였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블랙홀이 비슷한 형태라는 걸 더욱 엄밀히 증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HT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 물질의 흐름을 분석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발견이 우리은하 생성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블랙홀 그림자를 포착한 만큼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87과 궁수자리 A 블랙홀을 비교하면 블랙홀에서 물질이 방출되는 ‘블랙홀 제트’ 같은 현상의 물리적 기원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 등 한국 연구진을 비롯해 세계 80개 기관 300명이 넘는 연구진이 참여했다. EHT는 스페인과 미국, 남극, 칠레, 그린란드 등 전 세계 8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구현했다. 전파망원경이 동시에 천체를 관측하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본 것처럼 해상도가 높아진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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