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쓰면 적게 내는’ 4세대 실손보험, 갈아탈까 말까(종합)

뉴시스

입력 2021-06-30 18:22 수정 2021-06-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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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품 구조를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로 분리하고,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해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것이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이다. 기존 상품과 비교해 자기부담금이 높아졌다. 본인의 건강상태와 의료 이용성향, 새로운 실손보험 전환시 보험료·보장범위 등을 고려해 보험 갈아타기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조언이다.

3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15개 보험회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NH농협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흥국생명)는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내달 1일 도입되는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에 대한 과잉의료 이용이 억제되도록 현재의 포괄적 보장구조를 급여와 비급여로 분리했다.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였다.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특약)의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없는 1등급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받는다. 할인율은 5% 내외다.

100만원 미만인 2등급 가입자는 영향이 없으며,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인 3등급 가입자는 보험료가 100% 할증된다. 15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인 4등급과 300만원 이상인 5등급 가입자는 각각 200%, 300% 할증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 3세대 실손보험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할증구간(3~5등급)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에 달했다. 3등급이 전체의 0.8%, 4등급과 5등급은 전체에서 각각 0.7%, 0.3%를 차지했다. 반면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1등급 가입자는 전체의 72.9%였고, 2등급 비율은 25.3%였다.

비급여 특약 보험료만 할증되는 것이며, 보험료 전체가 할증되는 것은 아니다. 또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의료취약계층의 경우 암질환 등 중증질환의 치료를 위해 보험료 차등 적용에서 제외한다. 보험금 지급(사고)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된다. 금융당국은 충분한 통계확보 등을 위해 할인·할증은 새로운 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가입자의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은 이전보다 높아진다. 3세대 실손상품의 자기부담비율은 급여항목 10%(선택형 20%), 비급여 20%(특약 30%)이지만, 4세대 실손에서는 각각 20%, 30%로 상향된다. 통원공제금액도 급여 항목은 병·의원급 최소 1만원, 상급·종합병원 최소 2만원, 비급여 항목은 최소 3만원으로 올라간다.

대신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 대비 10~70%(손해보험 10개사 보험료 평균) 저렴해진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4세대 실손은 2009년 10월 이전까지 팔린 ‘구(舊)실손’에 비해서는 약 70%가 낮아졌다. ‘표준화 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에 비해서는 50%, 2017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판매되는 신(新) 실손보험(일명 ‘착한 실손보험’)에 비해서는 약 10% 저렴하다. 예컨대 40세 남자 기준 월 보험료는 1세대 실손 4만749원, 2세대 실손 2만4738원, 3세대 실손 1만3326원이지만, 4세대 실손은 1만1982원만 부담하면 된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저렴한 보험료로 전환을 원할 경우 누구나 쉽게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존 상품 가입자는 보장 종목 확대 등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별도 심사 없이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후 6개월 이내 보험금 수령이 없는 경우에는 계약 전환을 철회하고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기존 상품으로 복귀 후 4세대 실손으로 재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별도 전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4세대 실손보험 상품으로 갈아타더라도 전환 전 계약(3세대 실손)의 무사고 할인 적용을 위한 무사고 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무사고 할인은 직전 2년간 보험금을 받지 않았을 때 향후 1년간 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보험료가 부담되고, 병원 이용이 적을 경우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갈아타기를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기존 가입자의 경우 비급여 항목의 이용량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된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4세대 실손보험 신규가입 또는 전환시에 보험료나 보장범위, 건강상태, 의료이용 성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기존 보험가입자의 경우 현재 납부하고 있는 보험료, 갖고 있는 상품의 보장내용 등을 비교해야 한다”며 “구실손에 가입해있는 사람은 보험료 부담이 있을텐데, 계속 보험료 부담을 안고 아플 때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이 병원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병원을 평소에 잘 이용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가는데, 그 때 자기부담금을 부담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을 자주 가지 않는 가입자라면 4세대 실손보험이 확실히 유리하다.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이 병원을 자주 이용하려는 사람은 구실손이나 표준화실손을 갖고 있는 게 맞다”며 “본인의 건강상태나 의료 이용성향,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되는지 등을 검토해서 계약 전환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 실장은 “나이가 들수록 질병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30대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이랑 40대, 50대가 한 살 한 살 나이들 때마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속도가 다르다”며 “후자의 보험료 인상 속도가 가파르다.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은 가격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며 “기존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 하지만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되고 기존 상품 대비 보장내용, 자기부담금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건강상태, 의료이용 성향 등을 고려해 전환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일정이 보험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NH농협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MG손해보험은 다음달 1일부터 신규 가입과 기존 계약전환을 진행한다.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생명, 흥국생명은 내달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으며, 기존 계약전환은 8월 1일부터 가능하다. 삼성생명은 내달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으며, 기존 계약전환은 내달 22일부터 가능하다. 교보생명은 내달 1일부터 신규가입을 받으며, 기존 계약전환도 내달 1일(예정)부터 이뤄진다. NH농협생명은 내달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으며, 기존 계약전환 시점은 8월 이전이다.

소비자는 해당 보험사 방문이나 콜센터 전화, 보험설계사,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보험다모아’ 등을 통해 4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기를 원하는 경우, 보험회사의 고객센터로 문의하거나 가입한 보험대리점이나 담당 설계사에게 직접 연락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보험사는 전환 전·후의 상품을 비교해 안내하며, 계약전환 의사가 있을 경우 가입설계 등 계약전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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