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좁은 발전소 내부도 ‘AI 영상분석’으로 위험 감지”

이건혁 기자

입력 2021-04-28 03:00 수정 2021-04-28 05:0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카&테크]업계 강소기업 휴먼ICT 강기헌 대표

폐쇄회로(CC)TV 등 영상에 비친 사람들의 행동이나 기계장비의 이상 유무를 인공지능(AI)으로 판별해내는 영상 인식 및 분석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방지는 물론 범죄 예방,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상 분석 분야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휴먼아이씨티(ICT)의 강기헌 대표(사진)는 2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AI는 물론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보편화되면서 영상 분석 시장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고화질 영상을 사람이 일일이 지켜보거나 녹화 저장하는 단순 감시 위주였다. 하지만 현재는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AI가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 및 판단해 알려주기 때문에 운영자가 화재, 연기 등 이상 징후를 놓칠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AI의 학습 데이터를 보완하는 등 시스템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고도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율주행, 의료 정보 분석, 반도체와 같은 첨단 공정 감시 등 규모가 큰 사업 분야에서 영상 분석을 응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제철소, 화학 공장, 건설 현장을 관리해야 하는 대기업들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상황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휴먼아이씨티는 발전소 영상 분석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전KDN의 상생협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발전소 야간작업 중 목숨을 잃은 근로자 김용균 씨 사건 후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는 등 고위험 시설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발전소는 CCTV의 시야를 가로막는 구조물이 많고, 어둡고 좁다”며 “근로자의 행동은 물론 작동되는 설비의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년의 실증을 거쳐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전소 운영자에게 CCTV 영상을 통해 분석된 이상 상황을 알려주는 체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근로자가 기둥이나 장비에 일부 가려져 있어도 상반신 또는 하반신만 분석해 이상 행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한빛원전)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에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영상분석 전문 기업 휴먼아이씨티가 개발한 영상분석 시스템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촬영된 작업자들을 분석해 위험지역에 접근했다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활용해 CCTV 영상분석만으로 화재, 연기, 위험지역 침입 등을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휴먼아이씨티 제공


영상 분석 기술은 치안, 국방,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잡힌 용의자 얼굴을 분석하는 3차원(3D) 영상인식시스템을 이용 중이며, 군은 지난해 영상 분석 기술이 적용된 AI 감시장비 구축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무인 편의점 관리, 화재 감시, 사무실 내 마스크 착용 여부 모니터링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 등에 따르면 세계 영상감시 시장 규모는 올해 61조 원에서 2027년 146조 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4조51억 원에서 5조4672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세계 주요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유니콘(기업 가치 약 1조 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