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공룡 발자국 화석은 세계적 유산”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12-09 03:00 수정 2020-12-09 14:34
美고생물학자 마틴 로클리 교수
33년간 한반도 화석 연구 헌신
양서류-파충류 등 19종 새로 발견
외국인 두번째 ‘문화유산 표창’
지난해 초 경남 사천에서 약 1억1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살던 거대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길이 3m로 추정되는 이 악어의 화석엔 특이하게도 뒷발자국만 찍혀 있었다. 화석을 연구한 국내외 연구진은 올해 6월 이 화석의 주인공이 두 발로 걷는 악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존재가 확인된 ‘이족보행 악어’였다.
이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이 이족보행 악어라는 사실을 처음 제기한 미국 고생물학자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70)가 문화재청이 선정한 ‘2020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표창을 8일 수상했다. 2004년 표창이 제정된 후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2005년 러시아 학자에 이어 그가 두 번째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로클리 교수를 만났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막 마치고 시상식에 참석한 그는 “미국에서도 잘 대우해주지 않는 고생물학자에게 표창까지 준다고 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33년 전의 행운에 감사드린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한반도 남해안과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0대의 젊은 고생물학자였던 로클리 교수는 경남 고성에서 1982년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 지역이 세계 최대 용각류 및 조각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임을 밝혀냈다. 이어 경남 진주 사천 남해, 전남 여수 화순 등 다양한 지역의 발자국 화석 연구에 참여해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19종을 새로 발견하고, 1억 년 전 한반도에 살던 동물의 다양한 생활사를 풍부하게 복원했다. 공동연구자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장은 “한반도 백악기 척추동물 생태계를 규명하고 한국 천연기념물 화석 산지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로클리 교수는 “남해안의 화석은 한국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탁월한 유산”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백악기 발자국 화석층은 화석의 양과 질, 다양성, 보존 상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립자연유산원(가칭) 등 연구기관까지 생긴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생물학 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뼈가 아닌 발자국 화석에 평생을 바쳤다. 로클리 교수는 “발자국 화석은 ‘살아있는’ 동물의 증거로, 동물의 생전 움직임과 행동을 알 수 있게 해준다”며 “죽음을 말해주는 뼈와는 또 다른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투포환 선수 출신인 그는 1980년대부터 남해안 발굴 현장에서도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며 체력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다진 강인한 체력으로 70세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그는 “뛰어난 고생물학자는 화석을 많이 본 학자라는 신념에 따라 오늘도 현장으로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33년간 한반도 화석 연구 헌신
양서류-파충류 등 19종 새로 발견
외국인 두번째 ‘문화유산 표창’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는 남해안의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을 연구해 왔다. 아래 사진은 가장 최근에 연구한 경남 사천의 이족보행 악어 발자국 화석.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진주교대제공
지난해 초 경남 사천에서 약 1억1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살던 거대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길이 3m로 추정되는 이 악어의 화석엔 특이하게도 뒷발자국만 찍혀 있었다. 화석을 연구한 국내외 연구진은 올해 6월 이 화석의 주인공이 두 발로 걷는 악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존재가 확인된 ‘이족보행 악어’였다.
이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이 이족보행 악어라는 사실을 처음 제기한 미국 고생물학자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70)가 문화재청이 선정한 ‘2020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표창을 8일 수상했다. 2004년 표창이 제정된 후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2005년 러시아 학자에 이어 그가 두 번째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로클리 교수를 만났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막 마치고 시상식에 참석한 그는 “미국에서도 잘 대우해주지 않는 고생물학자에게 표창까지 준다고 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33년 전의 행운에 감사드린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한반도 남해안과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0대의 젊은 고생물학자였던 로클리 교수는 경남 고성에서 1982년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 지역이 세계 최대 용각류 및 조각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임을 밝혀냈다. 이어 경남 진주 사천 남해, 전남 여수 화순 등 다양한 지역의 발자국 화석 연구에 참여해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19종을 새로 발견하고, 1억 년 전 한반도에 살던 동물의 다양한 생활사를 풍부하게 복원했다. 공동연구자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장은 “한반도 백악기 척추동물 생태계를 규명하고 한국 천연기념물 화석 산지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로클리 교수는 “남해안의 화석은 한국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탁월한 유산”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백악기 발자국 화석층은 화석의 양과 질, 다양성, 보존 상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립자연유산원(가칭) 등 연구기관까지 생긴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생물학 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뼈가 아닌 발자국 화석에 평생을 바쳤다. 로클리 교수는 “발자국 화석은 ‘살아있는’ 동물의 증거로, 동물의 생전 움직임과 행동을 알 수 있게 해준다”며 “죽음을 말해주는 뼈와는 또 다른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투포환 선수 출신인 그는 1980년대부터 남해안 발굴 현장에서도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며 체력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다진 강인한 체력으로 70세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그는 “뛰어난 고생물학자는 화석을 많이 본 학자라는 신념에 따라 오늘도 현장으로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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