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창평 쌀엿, 임금님 진상품 창평 쌀엿 손으로 만든 ‘전통의 맛’
정승호 기자
입력 2020-01-13 03:00 수정 2020-01-13 03:00
창평 쌀엿은 속에 송송 구멍이 뚫려 있어 바삭바삭하고 달 콤하다.
전통가옥과 옛 돌담장이 마을 전체를 굽이굽이 감싸고 있는 전남 담양군 창평면은 2007년 전남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와 함께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창평 슬로시티를 대표하는 먹거리는 슬로 푸드의 정수라 일컫는 쌀엿이다. 창평 쌀엿은 임금님 다과상에도 오른 진상품이다. 사대부가 자녀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 급제를 기원하는 뜻에서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창평 쌀엿을 만드는 비법은 바로 오랜 기다림과 정성이다. 창평 쌀엿에 들어가는 재료(쌀, 엿기름, 생강, 참깨)는 모두 국산을 사용한다. 쌀엿은 식혜로 만든다. 수증기로 밥을 찌는 방식을 지은 고두밥에 따뜻한 물과 엿기름 가루를 합쳐 9시간에서 10시간을 두면 식혜가 된다. 발효된 식혜는 물과 찌꺼기를 분리한 후 가마솥에서 충분히 끓여준다. 이때 중간 불에서 4시간 정도 저으면서 끓여야 갱엿이 된다.
쌀엿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가공해 빨리 만들 수 없다. 기계나 도구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온전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갱엿을 늘려 화롯불 위로 두 명이 잡아당기며 바람(수증기)을 넣는다. 무려 80∼100번 정도의 늘림이 필요하다. 갱엿을 늘리면 마찰로 인해 흰색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수증기를 쬐이며 늘려주는 과정을 거치면 엿에 공기층이 생기면서 바삭하고 달콤한 쌀엿이 탄생한다. 창평 쌀엿은 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어 있다. 제조 과정에서 공기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반 엿과 달리 달라붙지 않은 이유도 공기층 때문이다. 완성된 쌀엿은 고소한 콩가루를 뿌린 후 서로 엉겨 붙지 않도록 포장돼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창평면에서 쌀엿을 만드는 10여 농가 중 고재구 전통쌀엿은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철저하게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은 전통 대나무 선물용 바구니 쌀엿 3kg은 11만 원, 전통 쌀엿 2kg은 6만 원, 1kg은 3만 원. 10만 원 이하는 택배비 별도.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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