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한 바퀴도 돌기 힘들어하던 비만 의사, 철인3종에 성공한 비결은
김상훈기자
입력 2019-08-02 15:32 수정 2019-08-02 16:02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44)는 다르다. 최 교수는 강도를 조절하면 40대 이후에도 철인3종 경기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또한 올해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다.
최 교수는 치아 보존 분야에서 중견 베스트 닥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지면 치아를 빼내고 임플란트를 심는다. 최 교수는 자연 치아를 유지하려는 편이다. 보존하기 어려운 치아를 뽑아내 치료한 후 다시 이식하는 수술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늘 환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철인3종 경기는 고사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여유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출퇴근 시간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최 교수의 철인3종 경기 도전기를 들어봤다.
● 달리기로 비만 극복
군의관 시절에 운동이란 것을 처음 했다. 훈련 목적으로 달렸다. 부대 한 바퀴를 돌면 2㎞. 처음에는 한 바퀴도 힘들었는데, 계속 달리다보니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매일 10㎞ 정도는 달려야 개운한 기분이 들 정도가 됐다. 은근히 동료들과 경쟁하기도 했다. 몸도 가벼워졌다. 체중도 80㎏ 밑으로 내려갔다. 그렇게도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이 언젠가부터 ‘운동 마니아’가 돼 있었다.
간신히 완주했지만 성취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그 후로 5개월 동안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으니 후유증이 상당히 컸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교훈은 얻었다. 자신의 기량을 과신하거나 객기를 부리다가는 꼭 다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 철인3종에 도전하다
수영은 2010년에 가서야 배웠다. 당시 네 살 된 아이가 풀장에서 노는 것을 보고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아버지로서 자식을 구해야 하지 않겠어요?” 막상 수영을 시작한 후로는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물 속에서 놀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을 올려놓았다.
올해 4월 대구시장배 철인3종경기 대회에 출전했다. 첫 도전. 훈련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를 완주했다. 약 2시간 30분대의 기록이었다.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의 최고 기록은 대체로 2시간 초반 대다. 정식 선수들도 1시간 반을 넘는다. 나쁜 기록이 아닌 셈. 이달에는 충북 충주 탄금호에서도 철인3종 경기가 열린다. 최 교수는 두 번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철인3종 경기의 매력에 대해 최 교수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고풍스런 도시를 달릴 수도 있는 게 철인3종 경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 최 교수는 “나이가 더 들더라도 이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록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외국에는 환갑이 넘는 동호인들도 꽤 많다”라고 덧붙였다.
● “중년 세대도 철인3종 가능하다”
첫째, 자신의 체력이나 실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최 교수는 “사고 현장을 몇 번 봤는데, 부상자 대부분이 젊었을 때 꽤 운동을 잘 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20,30대의 ‘추억’만 믿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다친다는 것. 최 교수는 다른 이와 경쟁하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에 충실할 것을 권했다. 지나치게 자신의 운동 능력을 믿는 것도 금물. 철저하게 준비하고 늘 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기록에 집착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최 교수는 “세 종목을 모두 잘해서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해야 한다고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좋다. 본인에게 맞는 종목 위주로 하되 운동 종목을 서서히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셋째,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해야 한다. 이 점이 최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최 교수는 “평소에 훈련을 하지 않으면 사고 확률도 커진다”며 생활 속에서 개인 훈련할 것을 추천했다. 최 교수의 경우 매일 집에서 병원까지 약 7.5㎞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러다가 매주 1회 정도는 일부러 목적지인 병원을 지나쳐 40~50㎞를 더 달린 후 병원으로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모자란 운동량을 채우는 것. 최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운동에 빠지다보니 생활 습관이 건강해진 것은 덤이다. 체중은 72㎏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체중을 지키기 위해 야식을 끊었고, 회식을 하더라도 오후 8시 무렵에는 끝낸다. 최 교수는 “직원과 가족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겼다고 좋아한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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