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백기사 부상한 美 델타항공…한진그룹 위기 벗어나나

뉴스1

입력 2019-06-21 14:37 수정 2019-06-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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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4.3% 매입…10%까지 확대”, 우호군 얻은 조원태 회장
KCGI 공세 한풀 꺾일 듯, 자금압박에 발 뺄 수 있다 분석도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빌딩 모습.(뉴스1DB)© News1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사주 일가의 우호군을 자처하면서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KCGI가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며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자 동맹을 맺었던 델타항공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한진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대한항공과의 동맹을 통해 미국·아시아를 관통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사업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확실한 우군을 확보한 한진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내심 델타항공의 개입을 반기는 모습이다.

한진칼 최대 주주는 고 조양호 회장으로 지분율은 17.84%다. 상속과 관련해 부친의 특별한 유언이 없어 해당 지분의 3.96%씩 조원태·현아·현민 남매가 상속받는다. 나머지 5.94%는 고 조양호 회장의 미망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몫이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한진칼 전무로 복귀하며 남매간 분쟁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지가 안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조현아·현민 자매를 제외한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보유의 한진칼 지분율은 10% 안팎에 불과해서다.

이에 반해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15.98%로 끌어올리며 공세를 강화했다. 일반 투자자를 끌어들여 지분율을 20%까지 확대하면 조현아·현민 남매가 가세하더라도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온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매입은 조원태 회장에게 희소식이다. 이번에 한진칼 지분 4.3%를 사들인 델타항공은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10%까지 늘릴 방침이다.

계획대로 델타항공이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백기사를 자처하면 조원태 회장은 보다 손쉽게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만에 하나 남매간 분쟁이 불거지더라도 방어가 가능할 정도의 지분율이다.

여기에 금융권 대출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늘려온 KCGI의 자금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델타항공까지 개입한 상황에서 대출금 상환압박에 놓이면 경영권 장악이 어렵다고 판단한 KCGI가 출구전략을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계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전달한 만큼 우호군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조현민 전무 복귀로 남매 갈등이 봉합된 모습이고 KCGI의 자금압박도 예상돼 경영권 위협에 놓였던 한진그룹이 안정권에 돌입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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