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이용권’까지…日여행 관광객 잡기나선 저비용항공사들

변종국기자

입력 2019-06-17 17:31 수정 2019-06-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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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무제한 항공권까지 등장 했네요.”

지난달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은 한 달 반 동안 29만9000원을 내면 일본 전 노선을 횟수에 상관없이 다녀올 수 있는 ‘무제한 이용권’을 내놨다. 일본행 관광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LCC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실상 항공기 시승체험 수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싼 항공권까지 나온 것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LCC들 사이에선 경쟁적으로 일본 노선 특가를 내놓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특가 프로모션은 항공요금총액(항공운임+공항이용료+유류할증료) 중 항공운임을 싸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일본 노선에 대해 최대 95%까지 항공운임을 할인해 준다는 특가를 내놨다. 티웨이항공도 지난달 500원 특가를 내놨다가 아예 표 1장을 사면 1장을 더 주는 ‘1+1 특가 프로모션’까지 진행했다.

국내 LCC들이 5월에 내놓은 일본노선 특가를 분석해본 결과 편도 기준 최저 항공요금총액은 약 5만 원 초반에 형성돼 있다.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가 5만 원 안팎에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항공운임은 몇 천원 수준이다. 1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일본을 왕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가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일본으로 출국하는 한국인 여행객 숫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 수는 264만7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4%(약 12만 명)가 줄었다. 전년 대비 일본행 여행객 숫자가 감소한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여행사를 통해 발권한 내국인을 대상으로 따로 통계 낸 결과도 비슷하다. 올해 1~3월 사이 여행사를 통해 일본을 찾은 내국인은 약 114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26만 명이 줄었다.

한 LCC 임원은 “그동안 항공사들이 일본행 노선을 늘려왔지만 일본행 여행객이 갑자기 줄다보니 항공권을 싸게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항공사로서는 1명이라도 더 태워 가는 게 이익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특가로 일단 승객을 태우면 결국 주요 고객으로 연결돼 장기적으로 전체 수익이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항공 및 여행업계에서는 일본행 여행객이 줄어드는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0년대 이후에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은 매년 전년 대비 20~40%씩 늘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외에 베트남이나 대만. 홍콩 등 대체 여행지가 급부상하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1~4월 사이 아시아 주요 노선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을 집계한 결과 일본만 유일하게 여행객이 감소했다. 이 기간에 베트남을 찾은 여행객은 14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나 급증했다. 이어 대만(8.7%) 홍콩(2.7%) 말레이시아(11.8%)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한 LCC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이 급증했던 2015~2018년까지는 엔화 환율이 1000원대 안팎에서 형성돼있었는데 지금은 1100원 수준으로 오른 것도 여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역도 여행객은 늘고 있지만 증가폭은 줄고 있어 전반적으로 한국의 여행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요즘 분위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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