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XE, 자랑하고 싶은 차…독일차보다 뛰어나”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4-01 13:44 수정 2019-04-01 14:2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1954년생 이안 칼럼. 예순을 훌쩍 넘은 관록의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다시 한 번 국내를 찾았다. 10시간 넘게 걸리는 비행시간이 고될 법도 한데 작년 12월 방한 이후 3개월 만에 돌아온 것이다. 올해 연말에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를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 되니 이안 칼럼의 유별난 ‘한국사랑’이 궁금해진다.

이안 칼럼은 영국 태생으로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디자이너다. 어린 시절 꿈이 자동차 디자이너였으며 글래스고와 코벤트리, 영국왕립예술학교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79년 포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1999부터 당시 포드 산하 브랜드였던 재규어 디자인 총괄을 맡아 현재까지 최장수 수석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재규어 XK와 이안 칼럼
다소 보수적이었던 재규어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와 미래를 잇는 브랜드 방향성을 구축했다. 첫 작품 XK를 시작으로 XJ와 F-타입,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페이스와 전기차 I-페이스까지 브랜드 모든 차종이 이안 칼럼의 손길을 거쳤다.

모터쇼 재규어 전시관에서 이안 칼럼을 만났다. 이번 한국 방문은 ‘2019 서울모터쇼’ 참석을 위해 이뤄졌다. 모터쇼 미디어행사에서 이안 칼럼은 부분변경을 거친 스포츠세단 ‘XE’를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소개했다. XE에 대한 이안 칼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XE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눈빛은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한 20대 청년처럼 반짝거렸다. 많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XE를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었다는 게 이안 칼럼의 설명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백정현 대표와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오른쪽)가 재규어 XE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방문이 잦다. 개인적으로 한국 방문을 선호하나.

“지금까지 한국을 5~6회 방문했다. 모두 스스로 선택해 방문하게 됐다.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인들을 좋아하고 유독 한국 방문 횟수가 많은 것은 개인적인 선호도와 브랜드 차원에서 시장 중요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고급차를 선호하는 한국인 취향은 재규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하기도 한다.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역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콘텐츠로 올해 연말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재규어 브랜드 디자인 방향성은.

“미래 디자인 방향성은 과거·현재와 다르지 않다. 디자인 DNA가 변함없이 유지된다. 디자인 정체성이 유지되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약속을 의미한다. 재규어는 지속적으로 아름답고 역동적인 자동차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XJ와 I-페이스는 근본부터 다른 모델로 보이지만 디자인 DNA는 동일하게 반영돼 있으며 이는 수석 디자이너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재규어 XE
―신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번에 선보인 ‘XE’의 달라진 외관 특징은.

“재규어 특유의 ‘기풍’이 살아있는 디자인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보다 확신에 찬 이미지를 강조하는 인상을 살렸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얇고 넓게 다듬었고 새로운 램프 구성을 조합해 이전에 비해 넓으면서 낮은 실루엣이 표현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세단 고유의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헤드 및 테일램프는 LED를 적용하면서 성능이 개선됐고 디자인 역시 세련되게 변경됐다. 램프 구성이 달라지면서 범퍼 디자인도 보다 역동적인 느낌으로 보완됐다. R-다이내믹 트림은 램프 구성과 범퍼 디자인을 다른 트림과 차별화했다.”


―실내 변화가 커 보인다. 특이점은 무엇인가.

“맞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인테리어 변화다. 완전히 새로운 구성과 소재를 적용해 이전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게 만들어졌다. 사용성과 실용성이 향상된 부드러운 소재와 프리미엄 베니어, 신규 도어 트림이 적용됐고 수납공간도 개선했다. I-페이스에 사용된 재규어 터치프로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XE에 처음 도입됐다. 고해상도 터치스크린 두 개가 통합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방식이다. 조작 즐거움과 편의를 위해 다이얼 방식 컨트롤이 유지됐고 쉬운 사용이 가능하도록 버튼 등이 재배치됐다. 12.3인치 TFT 계기반과 스마트 설정 기능,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등이 처음 적용됐고 스포츠카 F-타입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츠 시프트 기어 셀렉터도 도입됐다. 실내는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
재규어 XE
―독일 브랜드 경쟁모델보다 판매량이 저조한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아쉬운 부분이다. 시승을 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XE의 핸들링은 BMW 3시리즈보다 우수하다. 주행감각은 언제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판매 수치보다는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한국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를 선호하는 이유는 화려한 디자인 요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는 절제된 디자인 요소와 실제 주행감각을 앞세워 브랜드 인식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다.”


―브랜드 첫 전기차 I-페이스가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I-페이스 디자인 특징은.

“I-페이스 론칭으로 재규어가 전동화 시대로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차를 통해 재규어가 사상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상은 정말 받기 어려운 상이다. 디자인 완성도도 높다. 모든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모델로 경쟁사 전기차 모델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됐다. 벤츠나 아우디는 전형적인 SUV를 첫 전기차로 선보였지만 I-페이스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췄다.”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왼쪽)와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백정현 대표가 재규어 I-페이스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I-페이스는 상당히 고가인데 디자인 시작 단계부터 가격을 고려해 개발 작업이 이뤄지나.

“재규어의 경우 디자이너가 가격을 고려하는 일은 없다. 제한된 기준 안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뿐이다. 금액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인테리어 소재나 첨단 기술이 가격과 더욱 밀접하다. 참고로 I-페이스가 테슬라보다 저렴한 편이다.”


―현재 디자인 작업 중인 신차는 어떤 모델인가.

“모델명을 직접 언급할 수는 없지만 기존 세그먼트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후속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시작이 좋았던 I-페이스에 이어 새로운 전기차 개발도 검토 중이다. 전기차 라인업은 미래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인 뿐 아니라 자율주행 및 연결성, 친환경 요소 등을 고려해 완성될 전망이다. 다만 새로운 내연기관 차종이든 전기차 모델이든 심심한 차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역동성과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브랜드 DNA는 어떠한 경우에도 희석되지 않을 것”
재규어 F-타입
―세단 전기차가 나올 가능성은.

“테슬라가 세단 전기차를 오래 전부터 판매했는데 이는 실내 공간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규어는 실내 공간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첫 전기차로 세단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배터리 성능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세그먼트 전기차가 개발될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재규어 모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차종과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스포츠카 모델인 재규어 F-타입에 애착이 간다. 브랜드 철학이 가장 잘 투영된 것으로 스스로 평가한다. 스포츠세단 XE를 작업할 때도 F-타입 감성을 녹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번에 선보인 XE에 적용된 스포츠 시프트 기어 셀렉터가 F-타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대표적인 요소다. 그런 만큼 XE 역시 F-타입에 버금가는 애착이 가는 차종으로 꼽을 수 있다. I-페이스는 브랜드 전동화를 연 모델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안 칼럼
―재규어를 제외하고 디자인적으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브랜드 차종은.

“올드카 모델을 선호한다. 어린 시절 재규어 클래식카를 보고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을 정도다. 사실 차를 디자인할 때 다른 브랜드 기술과 기능 등을 분석하지만 디자이너 입장에서 경쟁사 디자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신차가 출시됐다는 소식과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지만 브랜드 철학을 고수해야 하는 ‘창조자’ 입장에서 고집스럽게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례로 최근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쏘나타 새 모델 디자인을 아직 보지 못했다.”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재규어 브랜드에서 디자인 총괄 디렉터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계획이다. 400명이 넘는 대가족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신차 디자인 등 할 일이 여전히 많다. 끊임없이 창의적인 일을 하다보면 젊어지는 것 같다.”
이안 칼럼
고양=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