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마세라티의 특별한 제안… 기블리·르반떼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11-19 14:50 수정 2018-11-19 16:01
마세라티 대표 차종인 기블리(오른쪽부터)·르반떼·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는 최고급차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다. 실제로 마주하면 유난스럽게 튀지 않으면서 럭셔리카다운 특별한 희소가치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특별함은 마세라티 상징 ‘삼지창’ 엠블럼에서 자연스레 베어 나온다. 굳이 화려한 외관을 입히지 않고도 형상 하나만으로 마세라티 고성능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마세라티는 고급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지향한다. 그 중심에는 기블리가 핵심에 있다. 또 인기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도 라인업에 포함시키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왕복 300km를 오가면서 이 두 차량의 진가를 경험해봤다. 세단과 SUV의 주행 감성은 확연히 달랐지만 마세라티 슈퍼카 DNA를 바탕으로 치고 달리는 능력은 두 차 모두 탁월했다.
기블리 생김새는 마세라티 최고급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와 비슷하다. 실제로도 섀시, 서스펜션 레이아웃, V6 엔진 및 8단 ZF 자동변속기 등을 콰트로포르테와 공유한다. 다만 콰트로포르테보다 크기가 작아 더욱 역동적이고 스포티하다.
마세라티 기블리(왼쪽)와 콰트로포르테.
기블리는 새로운 전·후면 범퍼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 설계를 통해 공기 역학적 효율성을 개선했다. 마세라티의 상징과도 같은 타원형 그릴은 사각형의 상부에서 좁아지며 강렬하게 전방을 주시하고, 조각한 듯 강렬한 헤드라이트와 정렬을 이루며 시선을 트라이던트 로고로 집중시켰다.
고급스런 실내 인테리어는 운전자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최고급 가죽 시트에선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손으로 작업한 흔적이 배어있었다. 또한 천연 섬유인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가 기본 적용돼 우아함도 갖췄다. 센터페시아에는 고해상도 8.4인치 스크린 모니터를 적용해 차량의 모든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시동을 걸고 한적한 강릉 해안가로 자리를 옮겼다. 기블리는 시작부터 우렁찬 중저음 엔진음을 뽐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내 밟는 즉시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전체적인 가속감은 부드러웠다. 기블리에는 전·후륜 모두 노면 조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댐핑력을 변동시키는 최신 버전의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장착됐다. 네 개의 바퀴에 장착된 가속 센서를 통해 주행 스타일과 도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속적으로 댐핑률을 조절, 최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고속주행은 더욱 일품이다. 힘이 달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엔진소리가 심장을 울릴 정도로 거칠게 바뀌면서 한계 속도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코너링도 수준급이다. 급격한 곡선주로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주행 궤적을 타고 그대로 빠져나왔다. 제동력도 좋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시속 100km에서 35m 이내에 차를 멈출 수 있다.
변속기 옆 ‘I.C.E(Increased Control and Efficiency)’ 버튼을 누르자 기블리는 부드럽게 변했다. 엔진소리가 기본 상태로 돌아오고, 가속페달 반응도 느려졌다. I.C.E는 연료 소모와 배기가스 배출, 소음 등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기블리는 단순히 빠르기만한 차는 아니다. 최첨단 안전사양도 갖추며 안전운행을 스스로 이끈다. 대표적으로 차선을 유지하지 못하면 ‘라인 키핑 어시스트(Lane Keeping Assist)’가 곧바로 작동되는데 이 때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비주얼&햅틱(Visual & Haptic) 박스를 체크하면 스티어링 컨트롤에 적극 개입해 운전을 돕는다. 이밖에 전방 추돌 방지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하이웨이 어시스트 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
육중한 SUV의 외형이지만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 르반떼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인 외관 형태는 여느 SUV처럼 곡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면 날카로운 면이 부각돼 차별화를 뒀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후미등까지 이어지는 세련된 근육질 라인은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르반떼는 차체가 동급 SUV에 비해 낮게 설계돼 공기저항계수가 0.31까지 내려간다. 최적의 주행성능을 내기 위한 것이다.
경쟁차 포르쉐 카이엔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뚜렷한 고성능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카이엔 또한 스포츠카 정체성을 품었지만 폴크스바겐 투아렉과 아우디 Q7과 같은 SUV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르반떼는 토리노 미라피오리 공장에서 생산돼 이탈리아 고유 감성을 담은 반면 카이엔은 독일 브랜드 모델이 여럿 제조되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돼 디테일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마세라티만의 기풍이 드러난다. 탑승자의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천연가죽 버킷시트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고급스럽다. 마세라티는 차주를 위한 맞춤형 인테리어를 제공하고 있다. 시트 가죽은 28가지의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대시보드, 핸들, 헤드라이닝 등을 개인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마세라티 르반떼(오른쪽)와 콰트로포르테.
르반떼의 엔진은 3리터 V6 엔진이다. 시승차는 최고 트림으로 430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 5.2초, 최고 속도 시속 264km를 자랑한다. 하위 라인업(350마력)은 제로백 6초, 최고 속도 251km다. 마세라티의 상징인 엔진음도 여기에서 나온다. 운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배기 밸브가 활짝 열리며 쩌렁쩌렁한 엔진음이 도로 위를 장악한다. 점점 속도를 높이면 특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울음을 토해냈다.
변속 모드는 노멀(보통), 스포츠, 오프로드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모드에 따라 힘과 속도, 정확성 등이 달라진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평상시 자동변속기로 달리다가 왼쪽 패들시프트를 1~2번 앞으로 당겨주면 가속페달을 더 밟지 않아도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르반떼는 시승 내내 경쾌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주체가 안 될 정도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엄청난 배기음이 심장을 울렸다. 페라리와 피를 나눈 형제답게 발군의 달리기 성능이었다. 순간 스포츠세단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코너에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급격한 곡선 주로에서도 의도한 궤적보다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인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았다. 안정적인 주행은 에어스프링과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댐퍼가 적용된 서스펜션 시스템이 담당한다. 이 시스템은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멀티 링크 타입을 채용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50:50의 전후 무게 배분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핸들링을 구현했으며,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바탕으로 거친 길에서도 뛰어난 승차감과 핸들링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준다. 또한 차체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게 설정할 수 있어 험로 주행도 대비했다. 소음도 수준급으로 잡아내 전체적으로 편안한 승차감 속에서 주행이 이뤄졌다.
시승을 마친 후 기블리와 르반떼 연비는 각각 6.1km/ℓ, 6.9km/ℓ를 기록했다. 연료효율성을 염두하고 타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뉴 기블리는 두 가지 트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럭셔리 감성의 ‘그란루소’와 스포티한 매력의 ‘그란스포트’다. 가격은 1억1400만~1억4080만 원이다. 디젤은 1억1880만 원부터다. 르반떼는 1억2740만~1억6590만 원대다. 디젤의 경우 1억2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강릉=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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