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5대 기업, 美 대사관 “콘퍼런스콜 준비” 전화에 당혹
뉴시스
입력 2018-11-01 10:29 수정 2018-11-01 10:31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최고경영자들이 방북한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방북 기업에 미국 대사관이 컨퍼런스콜(전화회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대사관이 우리 정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개별 기업 접촉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더구나 미 재무부는 지난달 20~21일 국내 7개 은행에 대북제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는 등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반응을 염두해 방북기간 몸을 사렸던 해당 기업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1일 “어제(31일) 미 대사관이 실무 파트에 전화를 해 대북사업 계획에 대해 콘퍼런스콜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지난주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 대사관은 ‘미 재무부의 의뢰’라면서 해당 기업들의 대관담당자들에게 연락했고, 대북 사업 계획 관련 질의를 위한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니 자료 준비 및 일정 조율을 요청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미국 대사관의 전화를 받았다고도, 안받았다고도 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난처함을 표하며 말을 아꼈다.
그는 “워낙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이 촘촘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등 국제 제재 흐름에 역행해 현실적으로 당장 북한과 논의할 수 있는 경제협력 사업은 애초에 없었다”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미 대사관과의 컨콜에서 특별히 전달할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사관이 방북 기업과 함께 산림청에도 접촉했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SK쪽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기간 북한이 산림녹화사업에 의지를 드러내면서 SK계열사 SK임업이 남북 경제협력의 첫 단추를 꿸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남북경협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 SK임업을 통한 산림녹화사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이와 관련 SK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는 걸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경제 협력 사업권자인 현대그룹도 이번 주 미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보다는 미 대사관에서 유의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사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없고 제재를 받을 만한 것을 준비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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