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엇갈린 명암… 목동·상계동 vs 영등포·송파구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3-22 09:01 수정 2018-03-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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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가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가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재건축에 발목이 잡힌 해당 입주민들은 청와대 탄원서 제출을 추진하는 등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급기야 정치권도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성난 주민들 달래기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절차법은 20일 이상 행정예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기준 개정의 행정예고 기간을 10일로 줄였다.

개정된 기준안에는 구조안전성 평가의 비중을 20%에서 50%까지 높이고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대다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기준이 강화되기 전 안전진단전문기관과 계약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가능하지만 절차가 통상 1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은 지난달 27일 입법예고됐다.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이나 국토부는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이르면 3월 말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여파로 서울 양천구 아파트 매매값이 반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강화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모두 안전진단 통과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셋째주 서울 25개 구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서 양천구가 0.06% 하락했다. 작년 9월 셋째주 이후 24주만에 주간 기준으로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3단지 시세는 구 19평형이 9억5000만 원까지 실거래 됐다가 현재는 9억3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 강화, 보유세 개편, 전세시장 하락, 금리인상,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 등 다양한 하방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상계동 부동산 거래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지난달 초까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31㎡ 시세는 3억5000만~3억8000만 원을 유지했지만 3억4000만 원대 급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이에 반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성·은하·광장아파트)와 송파구(잠실 아시아선수촌·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 추진 단지는 시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훼밀리타운 103㎡는 현재 13억 원대 호가가 형성돼 있다. 여의도동 한 공인중개사는 “여의도 아파트는 40년 전에 준공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 대책 이후 특별한 급매나 가격하락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 시행을 촉구하는 정부 탄원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목동아파트연합회는 현재 목동아파트 14개 단지를 대상으로 부당한 ‘안전기준 정상화 방안’에 대한 탄원서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목동 단지는 198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로서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아파트”라며 “이번 개정안에서 내진설계가 포함되지 않은 아파트는 구조안전성만을 평가한다고 돼 있으나 현재 평가 항목으로는 지진에 의해 피해가 발생한 건축물의 안전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 향후 지진에 대해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호소했다.

여야 정치권도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의원(서울 양천구 갑)은 13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 개정안에는 서울 목동이 지역구인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 외에 고용진(서울 노원갑), 박영선(서울 구로을),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의원 등 8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동섭 바른미래당(비례) 의원 등 9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개정안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있는 안전진단 평가기준을 법률에 명시하고 평가항목에 ‘입주자 만족도(비중 30%)’라는 항목을 신설했다. 또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를 15%로 낮췄다. 이밖에 주거환경 3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15%, 비용분석 10% 등의 비중을 조정했다.

지난달에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 주도로 재건축 가능 연한 30년과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를 3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움직임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기 직전인데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최근까지 재건축 대감으로 인해 해당되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했지만 안전진단 평가기준 미달이 우려되는 곳은 당분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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